소비 심리도, 기업 경기 전망도 얼어붙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9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밑돌며 넉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업의 경기전망은 19개월째 부정적 수준에 머물렀다.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옅어짐에 따라 정부가 주창한 상저하고 경기 흐름 대신 '상저하저'의 L자형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103.1) 대비 3.4포인트 하락한 99.7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98.0) 이후 넉 달 만에 처음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소비자의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2003년 1월~2022년 12월)보다 소비자 심리가 낙관적임을 뜻하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관련해 이달 CCSI의 6개 세부지수를 보면, 현재경기판단CSI가 66에 머무르며 전월(72) 대비 6포인트 하락해 눈에 띄었다. 향후경기전망도 80이던 전월에 비해 6포인트 떨어져 74에 머물렀다.
취업기회전망은 전월(84) 대비 7포인트 급락해 77에 그쳤다.
현재생활형편(89, 2포인트 하락)과 생활형편전망(92, -3p), 가계수입전망(99, -1), 소비지출전망(112, -1) 모두 하락했다.
반면 현재가계부채는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해 101이 됐다. 주택가격전망은 전월 대비 3포인트 오른 110에 이르렀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앞으로 계속되리라는 소비자 인식이 지배적이고, 관련해 가계부채도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소비자가 현재 체감경기수준, 경기전망과 집값이 외따로 떨어져 움직인다는 판단을 내렸음을 뜻한다. 정부의 대출 및 부동산 규제 완화책 영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업의 다음달 경기전망 역시 비관적이었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BSI는 전월(96.9) 대비 6.3포인트 하락한 90.6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기업 BSI는 작년 4월(99.1) 100 아래로 떨어진 뒤 19개월째 100을 밑돌았다. BSI가 100 이상이면 앞으로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음을 뜻한다. 100을 밑돌면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이 같은 부정 전망 행진은 2021년 2월 이후 최장기 기록이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글로벌 실물경제가 사실상 멈추는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팬데믹으로 인해 급락한 경기가 팬데믹 이후에도 전혀 되살아나지 않으리라는 기업 판단이 이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사실상 한국 경제가 V자형 반등을 하지 못하고 L자형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서리라는 게 한국 기업의 판단인 셈이다.
업종별로 BSI를 나눠 보면 제조업(88.1)과 비제조업(93.3) 모두 100 아래에 머물렀다. 제조업은 작년 4월부터 19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비제조업은 올해 8월(95.2)부터 3개월째 100 아래에 머물렀다.
제조업에서 100 이상을 기록한 세부업종은 비금속 소재 및 제품(100.0) 단 하나였다. 비제조업에서는 전기·가스·수도(100.0)가 유일하게 100선에 걸쳤다.
이처럼 소비 심리와 기업 전망이 모두 부정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핵심 원인은 물가 상승세 장기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는 데 기인한다.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세계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이는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은행(Fed,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0.11%포인트 오른 4.54%를 기록해 2007년 10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융완화정책을 추진하기 이전 수준으로 채권금리가 회귀했다.
현재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도표(금리인상 예상표)상 내년 말 기준금리 중앙값을 종전 4.6%에서 0.5%포인트 끌어올린 5.1%로 새로 잡았다. 2025년말 금리 중앙값은 3.4%에서 3.9%로 인상했다. 5%대 고금리 시대가 앞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선언에 다름없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결국 세계 기준금리 인상을 촉발하고, 이는 추가 경기침체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초긴축 재정을 예고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 재정정책이 경기를 오히려 끌어내리게 되는 등 국내 요인 역시 부정적인 상황이 경제주체의 심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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