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쏘카, '1+1' 그 이상의 목표와 의구심
롯데렌탈, 쏘카 지분 추가 인수
플랫폼 기반 산업 변화하는
단기렌트 시장 트렌드 대비
기술 및 데이터 확보 주안점
카셰어링·UAM 등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 위해서
M&A 추진할 수 있단 관측도
장기렌트 시장의 선두기업 롯데렌탈과 카셰어링 시장의 1인자 쏘카가 한발 더 가까워졌다. 롯데렌탈이 SK가 들고 있던 쏘카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두고 호기심과 의구심이 뒤섞인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종합렌털기업 롯데렌탈이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지분을 추가 인수한다. 지난 8월 31일 롯데렌탈은 내년 9월까지 보유 주식 수를 491만여 주에서 1079만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렌탈이 신규 취득하는 주식은 기존 주주 SK의 지분 전량(587만2450주ㆍ지분율 17.9%)이다.
주식 취득을 완료하면 롯데렌탈의 지분율은 14.99%에서 32.9%로 높아져 쏘카의 2대 주주에 올라선다. 롯데렌탈이 단기렌트 상품을 공급하는 자회사 '그린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쏘카-그린카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투자로 풀이된다.[※참고: 쏘카의 1대 주주는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이사가 최대주주인 소쿠리(SOQRI)다. 소쿠리는 특수관계자 및 경영진과 공동경영 계약을 체결하며 지분율을 34.47%까지 끌어올렸다.]
롯데렌탈 측은 쏘카의 지분을 확대하는 이유로 정량적ㆍ정성적 시너지 창출을 내세웠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국내 단기렌터카 시장이 카셰어링과 유사한 플랫폼 기반의 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이런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쏘카와 협업하고, 쏘카의 플랫폼 기술력을 (그린카의) 단기렌터카 사업 고도화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럼 장기렌터카 시장의 1위 롯데렌탈과 카셰어링 업계의 절대강자 쏘카는 실제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까. 여기엔 긍정론과 비관론이 혼재한다.
시장의 전망은 보수적이다. 상상인증권은 지난 9월 4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롯데렌탈이) 쏘카의 지분을 추가 인수했다고 해서 당장의 업무 협력이나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추후 아무런 협력이 없다면 이번 인수가 더 큰 매몰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역시 보고서를 통해 "롯데렌탈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쏘카의 우호적 협업이 전제로 깔려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전문가들은 양측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렌털 시장이 언젠가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가정하면 단순 렌트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며 "롯데렌탈처럼 대형 렌털사 입장에선 플랫폼 기업의 디지털 기술ㆍ데이터를 탐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늘린 핵심 요인은 플랫폼 기술과 데이터 확보에 있다는 건데, 롯데렌탈은 이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롯데렌탈이 쏘카가 보유한 데이터 기반 부가서비스(모두의 주차장ㆍ공유 전기자전거 일레클)를 자사 상품에 연계해 제공하기로 한 건 대표적이다.
이를테면 롯데렌탈은 자사 상품에 쏘카의 부가서비스를 덧붙여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쏘카의 회원을 롯데렌탈의 장기렌터카 잠재 고객으로 유인하겠다는 거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렌탈은 새롭게 진출하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쏘카의 플랫폼 기술과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쏘카의 차량을 롯데렌탈의 경매장에 매각하면 중고차 유통 물량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쏘카의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를 모델로 사고율을 개선하는 등 시스템 고도화 작업도 기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롯데렌탈과 쏘카의 셈법
롯데렌털만 시너지를 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쏘카 입장에서도 메리트는 충분하다. 현재 롯데렌탈의 주력 사업은 장기렌트인데, 이는 단순히 차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전통적인 서비스 형태에 가깝다. 장기렌트 사업에서 파생한 자회사 그린카 역시 쏘카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기술적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렌탈이 쏘카에 추가로 지분 투자를 했다는 건 그만큼 쏘카의 플랫폼 기술과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향후 기업공개(IPO) 계획이 있는 쏘카엔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쏘카가 롯데렌탈과 사업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가령, 쏘카는 법인을 대상으로 월 단위 이용이 가능한 장기렌트 상품인 '쏘카비즈니스 플랜'을 판매하고 있는데, 장기렌트 시장에선 점유율 1위 롯데렌탈(2023년 2분기ㆍ20.9%)을 따라잡기가 녹록지 않다. 롯데렌탈이 이미 대규모 B2B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렌탈과 협력한다면 이런 상황이 쏘카엔 기회가 될 수 있다. 롯데렌탈의 B2B 노하우와 고객사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서다.
업계에선 한발 더 나아가 "두 회사가 추후 인수ㆍ합병(M&A) 절차를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미래자동차학) 교수는 "롯데렌탈이 (쏘카의) 카셰어링 사업을 흡수해 자동차 렌트 시장에서 세력을 키우고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을 세워도 무리가 없다"며 "IPO 당시보다 몸값이 떨어져 있는 지금이 쏘카를 인수하기 적합한 때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교통시스템공학) 교수는 좀 더 넓은 틀에서 롯데렌탈과 쏘카의 결합 가능성을 점쳤다.
"2025년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를 기점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이 한단계 점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도 적극적으로 UAM 산업에 뛰어들면서 모빌리티를 주력 사업으로 설정했다. 이런 모빌리티에는 여러 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카셰어링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UAM도 결국 지상의 다른 이동수단과 연결해야 효용성이 있다. 롯데렌탈이 쏘카의 지분을 늘린 건 이런 변화에 대비해 카셰어링 사업을 선제적으로 키우려는 전략적 행보로도 해석할 수 있다. 쏘카와의 결합은 롯데렌탈이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는 데 좋은 명분이자 기반이 될 수 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쏘카의 경영권 인수 가능성을 언급하기엔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지만, 업계의 시선은 더 먼 곳을 보고 있다. 보폭을 좁혀 한층 더 가까운 거리에서 동행을 시작한 두 회사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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