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숑의 부동산 맛집] 서울 속 미니 신도시 목동 재건축 아파트 & 일미락
미식가이자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부동산 시장에 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과 함께 맛집에서 시작하는 동네 임장기를 연재한다.
이곳 돼지고기는 소금 누룩을 이용해 발효시켜 잡내 없이 깊은 맛을 낸다. 잘 익힌 고기는 취향에 따라 새우소금·히말라야핑크솔트·그린라임솔트·홀그레인머스터드·트러플오일·고추냉이 등에 찍어 먹는데, 맛도 맛이지만 알록달록한 색감 덕분에 눈도 호사하는 기분이다. 직원 유니폼이며 플레이팅, 인테리어까지 SNS 업로드에 최적화되도록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두툼한 목살을 직원이 직접 구워주기 때문에 오로지 먹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 고기를 먹은 후엔 넓적한 면발에 쫄깃한 식감의 칼비빔면이나 구수한 된장술밥으로 마무리하면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한 끼가 해결된다. 목동에서 시작해 맛집 전쟁터와 다름없는 성수와 상암에도 진출했다니, 그 내공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철저히 계획된 신도시에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 정착
"초등학교 때는 귀빈 환영 행사에 동원돼 거의 매주 공항에 나가 국기를 흔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목동 일대가 다 논밭이었는데, 겨울이 되면 커다란 비닐하우스를 세워 스케이트장을 만들었어요."
목동 아이스링크의 원조가 어쩌면 이 비닐하우스 스케이트장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김 소장이 기억하는 모든 풍경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목동 개발을 전후로, 동네에선 판자촌 철거민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재개발 시 세입자 문제는 가옥주가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 통례였으나, 목동 개발 당시에는 세입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이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을 우선 배려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임대아파트 입주권 또는 이주 보상금을 지원했다.
서울시가 주도한 목동 아파트 단지의 밑그림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로 꼽히던 김수근이 그렸다. 도시 중심부를 따라 길게 중심축을 만들고 그 축을 토대로 14개의 아파트 단지를 배치했다. 아파트 단지를 관통하는 2개의 일방통행 도로(목동동로·목동서로)를 따라 공원과 관공서, 상업 시설을 유기적으로 배치하고 단지 간에는 보행자전용도로가 연결되도록 했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다른 대단지 아파트들에 비해 녹지공간이 많고, 한 단지 안에 중층(15층)과 저층(5층)을 혼합해 동별로 적절한 조망을 확보했으며, 1층 세대에는 따로 정원을 가꿀 수 있는 공간을 부여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목동 아파트 단지를 돌아보면 단독주택 이상으로 정원을 잘 가꾼 집이 많아 놀라게 된다.
목동 아파트 건설은 14단지, 2만6000세대를 짓는 미니 신도시급 프로젝트였지만, 1983년 11월부터 1986년 4월까지 1년 6개월 만에 끝났다. 얼마나 스피디하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분양가는 국민주택 규모로 평당 105만 원, 그 이상은 평당 134만 원 수준이었다. 이곳에 한꺼번에 입주하다 보니 대단지 아파트가 전화 개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입주민들이 1년 이상씩 전화 없이 지내기도 했다고. 원래 목동은 강서구 관할이었으나, 목동 아파트 건설 후 인구가 늘고 규모가 커지자 1988년 신설된 양천구로 행정구역을 변경했다.
아울러 목동 아파트는 녹지공간을 넉넉히 확보하고 무엇보다 학교 부지를 저렴하게 공급해 명문 학교를 유치했다. 양정고와 진명여고가 대표적이다. 김 소장은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쾌적한 주거 환경을 찾아 사람들이 목동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공교육기관이 자리를 잡자 지하철 5호선 목동역과 오목교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학원가가 조성되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학군을 고려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강남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공부로 승부를 보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담겨서 대치동에 이은 넘버투 학군이 된 거죠."
아파트와 함께 목동 부동산을 이루는 다른 한 축은 주상복합이다. 2003년 입주한 목동 하이페리온(69층 256m)은 완공 당시 63빌딩(249.6m)의 기록을 깨고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목동 트라팰리스는 디자이너 고(故) 앙드레 김이 실내디자인에 참여, 고급 대리석을 비롯한 고급 자재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해 화제가 됐다. 김 소장은 "트라팰리스 건물 자리는 원래 종로학원, 대성학원과 함께 학원 빅3로 불리던 대학학원이 있던 자리다. 목동 학구열을 끌어올리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학원이 주상복합건물이 된 것이다. 입주 당시 앙드레 김 패션쇼도 열렸다"고 회고했다.
재건축 속도 빠른 초품아 6단지, 용적률 낮은 5단지, 교통 좋은 7단지
"1~14단지 중에 지하 주차장이 있는 데가 단 한 단지도 없어요.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올림픽훼밀리타운이나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지하 주자장이 있거든요. 당시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세대당 0.3대로 설계했는데, 그후 '마이카 시대’가 오면서 주차난이 시작된 거죠. 평일에도 3중 주차를 해야 하고, 주말이면 외부 도로 갓길에도 주차 차량들이 줄을 서 있거든요."
14개 단지가 동시에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단지별로 속도 싸움도 치열한 상태다. 현재 7, 8, 10, 12, 13, 14단지 등 총 6개 단지가 신속통합기획을 추진 중이며, 9단지와 11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는 안전진단을 완료한 상황이다. 입지가 가장 좋은 곳으로는 6단지, 오목교역을 끼고 있는 7단지가 꼽힌다. 5단지는 저층에 중대형 평형이 대부분이라 목동 단지 가운데 용적률(116.7%)이 가장 낮아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1~3단지는 향후 재건축 시 종상향 문제를 풀어야 한다. 2004년 서울시 주거지역 종세분화 당시 1~3단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 4~14단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됐다. 3종은 용적률 250%까지 적용받을 수 있지만 2종은 200%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1~3단지 주민들은 꾸준히 종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목동 재건축이 성공하기 위해선 교통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현재 목동을 지나는 지하철은 5호선이 유일하다. 경전철 목동선이 예정돼 있지만 언제 착공할지 미지수다. 김학렬 소장은 교통은 어차피 예산이 관건일 텐데, 임대아파트 대신 기부채납을 받아 목동선을 착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시는 예산을 아껴서 좋고 주민들은 재건축 단지를 관통하는 교통편이 생겨 생활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오목교에서 목동아파트 1~6단지 쪽으로 가다 보면 나홀로 아파트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아파트도 재건축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이가 많다. 김 소장은 "따라 오르기는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만큼은 오르지 못할 것이다. 다만 나홀로 아파트들은 재건축 아파트 이주가 시작될 때 폭발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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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사진 이상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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