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진이 말하는 '행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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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배우 소유진으로 돌아왔어요. MBC 드라마 <연인>을 통해 소용 조씨라는 인물을 연기하게 됐어요. 인조의 총애를 받았던 후궁인데, 드라마 속에서 많은 활약은 없지만 역사적으로나 극 중 흐름에 있어 꼭 필요한 인물이에요. 이번 <연인>의 김성용 감독님과는 드라마 <내 사랑 치유기>를 통해 인연을 맺었는데, 소용 조씨 역할을 제안하셨어요. 이제 육아 그만하고 밖으로 좀 나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극은 처음이었지만 해보고 싶었던 장르여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의상이나 대사가 현대극이랑은 달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복귀 작품이라 즐겁게, 새로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올해 초 연극 <갈매기>도 출연했지만 본캐 ‘여배우’로는 오랜만의 컴백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보고 싶은데 어떤가요?
작품 섭외는 계속 들어왔었는데, 연년생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연달아 입학하면서 엄마로서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런 첫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돼서 올해나 내년부터는 드라마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죠.
SNS를 통해 대중과 굉장히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답글도 잘 달아주고 정보 공유도 많이 하더라고요. 시간도 공도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쉬울 것 같지 않거든요.
제가 사실 싸이월드를 할 때도 굉장히 열심히 했거든요.(웃음) 사진 찍는 것도 좋아했고, SNS가 본격적으로 발달하면서 내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어서 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도 그렇고요.
요즘 많은 셀렙이 유튜브 채널도 하던데, 유튜브는 안 하나요?
사실 유튜브는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찍고 업로드해야 하는 일종의 약속 같은 거잖아요. 그건 너무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또 남편이 옆에서 정말 열심히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걸 보니 어휴, 저는 못 하겠더라고요.(웃음)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겠다’, ‘대단하다’ 이렇게 느껴져요.(웃음) 저는 그냥 소소하게 일상을 공유하다가 일이 있거나 육아로 바쁠 땐 SNS를 쉬기도 하고, 그게 저하고 잘 맞는 것 같아요.
라이브 방송도 굉장히 자주 하더라고요.
라이브 방송도 가끔 켜서 글이 아닌, 물론 저만 이야기하는 것이지만(웃음) 댓글을 보며 직접 소통하면 또 다른 느낌이에요. 서로 더 친근하게 여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개그맨 이동우 오빠랑 한 달에 한 번 정도 <동유보감>이라는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해요. 아주 옛날부터 친했었는데 오빠가 정말 재밌거든요. 유쾌하고 생각도 깊어 대화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요.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라이브로 방송에 참여하는 이들의 고민도 들어주고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방송이에요. “우리 10회만 하자” 하고 시작한 게 벌써 8회까지 하게 됐는데, <동유보감>을 하면서 오빠도 저도 오히려 힘을 받고 있어요.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많이 됐다는 글들을 보면서 저도 위안을 받아요. 우리 모두 외로운 시대잖아요. 많은 정보와 풍족한 물질에 둘러싸여 있어도 말이에요.
모든 것이 풍부한 시대인데 사람만은 점점 고립돼가는 사회인 것 같죠?
지친 일상을 보내고 누워서 휴대폰 보는 것이 휴식인 사람이 많잖아요. 저도 아이들을 다 재우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는데, 와인 한 잔 마시는 것도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오늘 참 고단했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냥 라이브 방송을 켰는데 많은 사람이 들어와 글을 남기고 서로 모여 이야기 나누는 걸 보면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을 넘나드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도 좀 더 꽂히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요즘은 어떤 것에 관심이 많나요?
패션이요! 저는 유행하는 트렌드여도 나한테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좀 고집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제 옷장을 보면 정말 다 비슷해요. 롱스커트, 청바지, 슬랙스… 거의 이런 단정한 아이템이 많고, 스타일이 늘 비슷해서 제 친구들도 특정 옷을 보면 “이거 네 옷이다” 이럴 정도예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안 입어본 스타일도 좀 입어볼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를테면 반바지 같은 거예요.
너무 평범한 아이템인데요?
그렇죠? 근데 전 결혼하고 반바지를 거의 안 입었어요. 결혼 초에 시댁 어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 아무 생각 없이 반바지를 입고 나갔다가 제가 별세계 사람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워낙 어르신들이다 보니까 뭐라 말씀은 안 하셨는데 저 스스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 이후부터 좀 포멀한 스타일이나 롱스커트를 주로 입었어요. 또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그에 맞는 편한 옷들만 찾는 게 지금까지 온 거죠.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올여름 반바지를 입으면서 괜히 혼자 어색했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보려고 해요. 오늘 화보 촬영에서 입은 의상도 저한테는 굉장히 파격적인 스타일이었거든요. 오랜만에 이런 작업을 한 것 같아서 정말 재밌었어요!
그리고 전시, 그림, 작가 등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 집에도 그림이 굉장히 많이 걸려 있는 것을 봤는데, 이런 취미는 어떻게 생겼나요?
처음에는 아이들과 노는 방법으로 그림을 선택했어요. 집에서 그리고 만들고 하다가 ‘내가 좀 제대로 배워보면 어떨까? 그러면 아이들과도 좀 더 체계적으로 놀아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동 미술을 배우다 자격증을 땄어요. 또 어린이 미술사 에듀케이터 자격증도 따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현대미술까지 공부하게 됐죠. 그러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 폭이 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그림을 배우기 전에도 미술 전시는 자주 보러 다녔지만 크고 유명한 전시 위주였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작은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도 자주 찾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취향이 생기고 소장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 집에 그림을 걸게 됐어요. 매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를 찾아보고, 공부하고, 전시를 보는 것 자체가 저의 가장 큰 취미 중 하나예요.
저는 요즘 ‘적당히 하자’란 말을 속으로 굉장히 많이 하더라고요.
제가 케어해야 할 일은 많고, 지쳐서 번아웃이 오면 모든 게 멈춰버리니까요.
그럴 때 에너지가 담긴 그림을 보면 굉장히 힘을 받아요.
특히 신진 작가들에게 관심이 많다고요.
정말 좋아해요. 뭐랄까, 에너지가 남다른 게 느껴져서요. 저는 요즘 ‘적당히 하자’란 말을 속으로 굉장히 많이 하더라고요. 제가 케어해야 할 일은 많고, 지쳐서 번아웃이 오면 모든 게 멈춰버리니까요. 그럴 때 에너지가 담긴 그림을 보면 굉장히 힘을 받거든요. 그래서 신진 작가들의 그림을 많이 사기도 해요. 남다른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림을 집 안에 걸면 ‘영혼의 한 조각’을 나눈 것 같거든요. 요즘은 그림을 사면 누가 구매했는지 작가님들이 알고 있다고 해요. 누가 사갔는지 궁금해하기도 하고요. 제가 이안리 작가님의 작품을 사서 거실에 걸었는데, 갤러리에서 작품을 집으로 가져오신 분 말씀이 작가님이 그 그림을 꼭 거꾸로 걸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제가 구입한 그림이 뒤집으면 좀 피어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점점 더 자라나고, 잘되라는 마음을 담아 거꾸로 걸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더군요. 그런 연결 고리가 저는 좋더라고요. 작가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서로 이어져 있는 것 같고, 그렇게 또 서로를 응원하게 되는 것들이요. 그래서 저희 집 거실도 그렇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그림이 많이 걸려 있는데, 그 그림을 하나씩 볼 때마다 에너지를 받아요.
남편은 그림에 대해 어떤 감상을 남기나요?
사실 제가 집에 그림을 많이 걸게 된 것도, 남편의 캐릭터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그림이나 사진을 비롯해 남편 캐릭터가 들어간 다양한 제품이 선물로 굉장히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에요. 그걸 그냥 둘 수는 없으니 걸어야 하는데 정말 너무 많거든요.(웃음) 그래서 제가 “다른 그림이나 사진도 같이 걸어도 돼?”라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사주에 불이 너무 많으니까 그런 느낌만 아니면 된다고.(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파란색, 물 이런 것들 위주로 걸었어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은 아예 ‘블루 존’으로 만들었죠. 그러면서 점차 다른 그림도 걸게 됐고요. 사실 그만하라거나 너무 많지 않냐고 할 수도 있는데 가끔 “이건 새로 왔네. 어떤 작가야?” 하면서 관심을 가져주니까 또 그게 괜히 고맙더라고요.
그림을 좋아하는 취미는 아이들한테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에는 아이들과 그림 그리고 노는 게 재미있어서 시작했거든요. 아이들도 집에 있는 그림을 보면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기도 하며 자기 그림도 같이 걸어달라고 해요.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 이야기를 해줬을 땐 정말 재미있어 했어요. 그러면서 그 그림을 모방해보기도 하는 등 연계 활동이 굉장히 많아져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직접 큐레이터가 돼 그림 설명도 해주고 감상 방법도 알려주거든요.(웃음)
코로나19가 끝나면서 남편도 다시 바빠졌죠? 그런데도 가끔 방송이나 SNS를 통해 비치는 가정적인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코로나19 이전에도 정말 바빴던 남편이지만 회식을 해도, 일을 해도 빠르면 밤 9시, 늦어도 자정을 넘기지 않고 귀가해 아이들과 놀아주고 함께 잠들어요. 제가 힘들어하는 날에는 혼자 시간을 보내라고 아이들 케어를 대신 해주기도 하죠. 주말이면 삼시 세끼 다 만들어주고, 아이들 전부 데리고 나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에게 아빠의 부재를 느끼지 않게 해주는 것도 정말 고맙죠. 코로나19가 끝나면서 다시 바빠졌지만 저희 부부의 일상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올해가 결혼 10주년이네요! 결혼 10주년을 맞는 소감도 궁금한데요.
벌써 그렇게 됐네요. 시간이 빨리 갔나?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이들이 정말 빨리 크는 것 같아요. 내 하루는 그냥 정석대로 흐르는데 아이들만은 빨리 크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이랑 보내는 1분 1초가 너무 소중해요. 저희는 아직도 다섯 식구가 한 침대에서 자요.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도요.
평소의 제가 평행이라면 시소처럼 기울어지는 날도 많아요.
일상의 평행이 잘 유지되도록 나 자신과 계속 대화를 해요.
그런 시간을 꼭 가지려고 하죠. 매일 무너져도 매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그게 제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활동할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정말요?
네. 우리 가족 5명이 한 침대에서 자는 거 보면 정말 재밌어요. 아기들도 아닌데, 다 큰 아이들과 자다 보니 저는 맨날 침대에서 떨어져요.(웃음) “얘들아, 일어나 봐. 엄마 진짜 자리가 이만큼밖에 없어” 하고 우는 소리를 하면 깔깔깔 웃으면서 자리를 막 옮기고 한바탕 놀다가 자게 돼요. 몸은 너무 힘든데, 저도 그냥 적응했나 봐요. 오히려 잘 때 아이들이 옆에 없으면 허전할 것 같아요.
뭔가 우리가 생각하는 ‘소유진’이라는 이미지에서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소유진만의 ‘웰에이징’ 비결이 있다면요?
글쎄요. 아이들이 주는 행복인 것 같아요. 그냥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고 있으면 진짜 행복해서 웃게 되거든요. 웃긴 걸 봐서 웃는 게 아니라 그냥 아이들과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이죠.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저도 닮아가는 것이 비결인 것 같아요.
육아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워킹맘이잖아요. 바쁜 일상에도 지치지 않는 소유진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평소의 제가 평행이라면 시소처럼 기울어지는 날도 많아요. 너무 힘들거나 우울할 때 또는 너무 에너지가 넘칠 때도 있죠. 그럴 땐 아이들과 열심히 놀고, 또는 전시나 그림을 보면서 힘을 얻음으로써 그 밸런스를 맞춰요. 또 이런 평행이 잘 유지되도록 나 자신과 계속 대화를 해요. 그런 시간을 꼭 가지려고 하죠. 매일 무너져도 매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그게 제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활동할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올해도 석 달밖에 남지 않았네요. 올 한 해 이루지 못한 남은 계획들, 또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궁금합니다.
드라마 <연인>을 시작으로 다시 연기를 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남편이 바빠지면 제가 다시 육아에 매진할 생각이죠. 그동안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인사드렸는데, 하반기에는 배우 소유진으로 많이 찾아뵙고 싶어요. 10월에 다시 시작하는 <연인>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에디터 : 송정은(패션), 이채영(인터뷰) | 사진 : 김외밀 | 헤어 : 박철, 가영 | 메이크업 : 주희 | 스타일링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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