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장녀 서민정, 돌연 휴직 그 이후

서울문화사 2023. 9.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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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남매 간 갈등은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현대가(家)부터 삼성그룹과 CJ그룹, 최근 LG그룹까지 항상 ‘상속 지분’을 놓고 갈등이 벌어졌다. 승계 구도가 정리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문제였다. 그리고 최근 재계의 주목을 받는 기업이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다.

아모레퍼시픽 후계 구도 ‘이상 징후’ 포착
장녀 휴직에 차녀 지분 확대…
“서경배 눈 밖에 났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장녀 서민정 씨의 경영권 상속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서민정 씨가 결혼 8개월 만에 이혼한 사실이 보도되면서부터 ‘다른 기류’가 등장했다. 서민정 씨는 갑자기 1년 휴직을 결정했고 그동안 보유해왔던 계열사 지분을 다시 회사 측에 기부했다. 그사이 서민정 씨의 동생이자 차녀인 서호정 씨의 보유 지분이 증가했다. 당연히 여러 ‘썰’이 난무하고 있다. 서민정 씨가 아버지인 서경배 회장에게 “찍혔다”는 얘기부터 차녀인 서호정 씨가 “경영권 승계 기회를 받았다”는 얘기까지, 다양한 ‘썰’이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 답변은 “후계 구도가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것이다.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고 그와 별개로 이뤄진 단순 상속”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의 다음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재계가 아모레퍼시픽의 승계 구도를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승계 당연해 보였던 서민정

1~2년 전 기사만 찾아봐도 ‘서민정’은 아모레퍼시픽 승계 구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이름이었다.

1991년생인 서민정 씨는 대원외고와 미국 코넬 대학교 경제ㅋ학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의심의 여지 없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거론됐다. 그도 그럴 것이, 동생 서호정 씨보다 많은 주식을 물려받았다. 2019년 10월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에 입사 당시 보유한 주식 평가액만 2,000억원이 넘어 2019년에 30대 이하 주식 부자 1위에 꼽히기도 했다. 2022년 1월부터는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 소속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도 0.1%끼리 만난 ‘세기의 커플’로 화제가 됐다. 1985년생인 홍정환 씨와 2020년 3월 교제를 시작해 3개월 만인 6월 27일 약혼식을 올렸고, 그로부터 4개월 뒤인 10월 19일 세간의 관심 속에 결혼했다.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아들인 홍 씨는 고모가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사촌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다.

하지만 2021년, 갑자기 이혼 소식이 전해졌다. 결혼 8개월 만이었다. 이혼 과정은 ‘지분 공시’ 때문에 알려졌다. 서경배 회장은 결혼 직후 큰사위인 홍정환 씨에게 자사 10만 주, 당시 가치로 63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증여했는데 갑자기 홍 씨의 지분이 0%로 줄어들었다. 그 ‘이유’를 언론이 주목하자 아모레퍼시픽그룹도 두 사람의 이혼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혼 사유는 “사생활이라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갑자기 휴직에 주식 처분까지 ‘수상한 행보’

그 후 서민정 씨의 행보는 사뭇 달라졌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담당’으로 근무 중이었는데 돌연 1년 휴직에 들어갔다. 서민정 씨는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식 중 일부를 다시 반환했다. 타인에게 넘기지는 않았지만,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과정으로 봤을 때 ‘수상한 행보’였다.

서민정 씨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은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지분 2.7%와 이니스프리 지분 18.18%다. 이 중 언론이 주목한 것은 이니스프리 지분이다. 재계에서는 ‘승계를 위한 지분’으로 해석했다. 통상적으로 재벌가는 3세에게 계열사 중 비상장사의 지분을 회사 성장 전에 증여·매매하는 방식으로 확보하게 하고,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투자를 해 성장시킨다. 자연스럽게 회사가 성장하면 상장시키거나 다른 계열사를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3세의 몫을 키워준다. 향후 회사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상속·증여세를 내기 위한 원천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서민정 씨가 이니스프리 주식 중 약 10%가량인 2만 3,222주(지분 9.5%)를 지난 6월 돌연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금으로 출연했다. 그러자 이니스프리 측에서 다시 이 주식을 되사갔다. 회사 측은 기부한 주식을 비상장사에서 다시 사간 것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이들은 드물다. 그만큼 승계 비용을 만들 수 있는 지분을 정리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9월에는 서민정 씨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소각했다. 에뛰드 지분(19.5%)과 에스쁘아 지분(19.5%)도 감자 과정에서 모두 소각됐다. 에뛰드와 에스쁘아, 이니스프리는 서민정 씨가 서 회장으로부터 보유 주식 전량을 증여받아 ‘서민정 3사’로 불렸던 곳이다. 에뛰드, 에스쁘아, 이니스프리까지 순차적으로 서 씨의 지분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현재 남은 서민정 씨의 몫은 이니스프리 8.7%에 불과하다.

결혼 8개월 만에 합의 이혼하는 과정에서 서 회장이 실망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즈음까지 서민정 씨의 행보는 경영 승계 성격이 분명했기 때문.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서민정 씨는 같은 해 6월 퇴사한 뒤 중국 장강상학원(CKGSB) MBA 과정에 입학해 14개월간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공부하는 학위 과정을 이수했다. 그리고 2019년 10월 아모레퍼시픽 본사 뷰티영업전략팀의 프로페셔널(과장)로 복귀했으며, 2021년 2월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실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와 주식시장에서는 서민정 씨가 경영 능력 평가에서 서 회장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니냐는 ‘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그만큼 좋지 않다. 2016년 7,000억원대까지 성장했던 이니스프리 매출은 지난해 2,900억원대로 곤두박질쳤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워낙 좋은 커리어를 밟은 서민정 씨가 중국 사업 등 여러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최근 아모레퍼시픽을 보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최근까지 럭셔리 브랜드를 맡다가 그만둔 것은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실패가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올해 1월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지분 정리와 맞물려 1년 휴직에 들어갔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휴직은 다른 직원들과 동일하게 절차대로 진행됐다”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후계 구도를 놓고 “서경배 회장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힘을 받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승계 문제는 오너 일가의 생각이 중요하지만 이를 알 수 없으니 지분 구조나 보직 등을 놓고 ‘해석’이 나오는 것인데, 최근 아모레퍼시픽을 보면 좀 이례적이라고 볼 부분이 많아 보인다”며 “특히 어렵게 마련한 비상장사의 지분을 정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내에서는 서 씨의 휴직이 생각보다 큰 이슈는 아닌 분위기였다. 서민정 씨가 지분을 가지고 있던 회사 중 한 곳에 근무 중인 이는 “서 담당이 일을 쉬고 싶어 해 단순 휴직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지분을 팔았다는 내용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라고 말했다.

서 씨는 홍정환 씨와 지난 2020년 결혼했다. 홍 씨의 고모는 홍라희 전 삼성 리움미술관 관장이다.
차기 경영권이 서민정에게 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았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8개월 만에 이혼 소식이 전해졌다.

늘어나는 지분만큼 주목받는 차녀 서호정 씨

자연스레 “서민정 씨가 경영역량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에서 이뤄진 1980년대생 대거 기용 인사가 서민정 씨의 ‘실수’였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1970년대생 팀장급 수십 명을 돌연 보직 해임하고 1980년대생을 대거 기용한 인사를 실시해 화제가 됐다. 당시 언론은 1991년생인 서민정 씨가 ‘젊은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적 등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서민정 씨가 질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내부 분위기를 잘 모르는 해석’이라는 반발이 지배적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당시 서민정 씨는 임원은커녕 팀장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인사에 참여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당시 서민정 씨는 전략실이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으로 근무하던 상황. 1980년대생 팀장 몇 명이 중용되긴 했지만 이는 서 씨와 무관한, 정상적인 세대교체 인사였다는 설명이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근무하는 30대 직원은 “서민정 씨가 임원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이에 비해 높은 직급을 맡았던 것은 사실이고,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 속에서 서 씨와 인연이 있는 이들 중 일부가 승진에 포함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니스프리, 에스쁘아 등 설화수를 제외하면 서 씨가 소속돼 일했던 곳들의 실적이 더 악화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서민정 씨가 휴직에 들어간 즈음, 차녀 서호정 씨 관련 지분 변경 공시가 전자공시 사이트에 올라왔다. 1995년생으로 역시 미국 코넬 대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서호정 씨는 지난 5월 초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와 우선주 240만 주를 서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차녀 서호정 씨가 증여받은 주식은 보통주 67만 200주와 우선주 172만 8,000주인데, 이로써 서호정 씨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은 0.16%에서 2.63%로 늘어나 서민정 씨가 보유한 지분 2.66%와 비슷해졌다(물론 서민정 씨가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 아직은 2대 주주다).

서경배 회장이 장녀 서민정 담당과 차녀 서호정 씨를 승계 경쟁 관계로 만들었다는 견해가 힘을 받는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측은 관련 지분 흐름 구도에 대해 “승계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 측은 서호정 씨는 현재 입사하지 않았고, 입사 계획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답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 변경에 대해 ‘YES’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대목이다. 앞선 재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형제, 남매가 있을 때 경영권 승계는 삼성이나 한화가(家)를 보면 된다. 각자 분야를 나눠주고 거기에서 전문성을 쌓게 하는 방식으로 정리를 해주지 않냐”며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경영권 승계의 기회를 받았다는 말은 조금 과한 해석 같다”고 설명했다.

앞선 아모레퍼시픽 직원 역시 “차녀인 서호정 씨가 회사에서 근무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운운하는 건 많이 앞서나가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서민정 씨처럼 경력을 쌓고 회사에 들어와서 일을 배우는 모습이 조만간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추측했다.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일요신문, 아모레퍼시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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