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처럼 장례 준비하는 시대…상조상품 뜨는 이유

물가대비 높은 효율 등 장점
미리 가입하는 것이 '효율적'

최근 아버지 상을 치른 A씨는 상조 상품과 묘지를 미리 준비한 상태에서 아버지 임종을 맞이했다. 아버지께서 사전에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해두신 탓에 병원 이송 후 비교적 빠르게 임종을 맞으셨고 그 이후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선택의 연속이 이어졌다. 

병원에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망진단서 발급 부수를 물어보는가 하면 준비돼 있지 않은 고인의 영정 사진에 당황했다. 장례 조문객 맞이에 한창이던 중에는 봉안함을 일반함으로 할지 진공함으로 할지 선택의 순간에 놓였다. 

그렇게 삼일장부터 안치까지 마치는데 2500만원가량이 소요됐다. 그나마 상조 상품과 묘지를 미리 준비해둔 덕에 절감한 금액이다. 참고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추모공원을 이용하는 경우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묘지를 이용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만큼 이른 준비 필요

대개 나이가 50대에 접어들면 주변 지인의 부모님 상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마을마다 산이 있어 따로 묘를 준비할 필요가 없었고 동네 이웃 간 품앗이 개념으로 상 치르는 것을 당연히 돕기도 했다. 크게 준비할 것 없이 그저 오시는 조문객 맞이에 예를 다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삼일장에서부터 장묘까지 모든 것이 선택이고 금전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3일 동안 상을 치르면서 평균 약 1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나 결혼식과 달리 장례식은 갑작스럽다. 그래서 미리 사전에 준비하는 경우 조금이나마 부담을 던 상태에서 상을 치를 수 있다. 사전에 혼자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상조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훨씩 효율적인 부분도 있다.

먼저 집에서 혼자 준비할 수 있는 것에는 연명치료 여부를 미리 결정해 둘 경우 남은 가족들이 선택하는 것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언을 남길 수도 있고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재산을 미리 처분할 수도 있다. 

당연히 장례식을 어디서, 어떻게 치르면 좋을지도 미리 생각해둬야 하며 임종 후 안치를 고향에 할 것인지 또는 가족들이 사는 곳 근처 중 어디로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앞선 A씨는 선산이 경남 합천지역에 있었지만 자주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거주지인 경기도 인근 봉안묘로 안치 장소를 결정했다.

상조상품 통하는 것이 '효율적'

좀 더 합리적인 선택과 준비를 위해서는 상조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상조회사에서 제공하는 상장례 토탈 플랜은 웨딩 플래너처럼 모든 상장례 일정과 선택의 기준을 잡아준다. 

상조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이 상조 상품에 미리 가입해야 하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 발생 전 가장 이성적인 상태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상조 상품에 미리 가입하면 가격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가능하다. 제휴상품 등을 통해 저렴한 상품으로 가입하고 전자제품과 결합하는 경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이 발생하고 가입하는 것보다 가격 측면에서 더 저렴하다.

상조 상품은 물가 대비 효율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2010년 초 200만원에 판매되던 상조 상품 가격은 현재 400만원대까지 올랐다. 10년 사이 가격이 약 2배 상승했지만 2010년에 미리 가입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물가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상조 상품은 다양한 전환상품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상조 상품에 가입 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는 경우에도 크루즈여행, 펫장례, 어학연수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다. 

상주의 대리인이 되어주기도 한다. 상조 상품에 가입하진 않았지만 갑자기 상을 당할 때도 즉시 이용이 가능하다. 상조회사 장례지도사가 유족을 위해 장례와 관련해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을 준다. 상주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바가지 씌우는 상황을 이성적으로 대처해주거나 삼일장 후 사망신고, 상속등기 등 필요하지만 복잡한 절차를 안내 받을 수 있다. 

용인공원 아너스톤/사진=아너스톤 제공

상조업계 안정기…폐업 안전장치 충분

물론 상조 상품 특성상 미리 가입 및 비용을 지불하고 상 발생은 미래에 이루어지면서 상조회사 폐업을 걱정하는 소비자가 있다. 일단 선불식 상조회사는 지난 10년간 구조조정을 완료해 시장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실제로 폐업하는 상조회사가 많지 않은 데다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상조공제조합을 통해 보상금을 받거나 '내상조그대로'를 신청하여 낸 금액 모두 상조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시장에 안전장치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조업계는 업계 문화를 자정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획득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전체 72개 중 12개 회사가 CCM 인증을 획득했고 인증 획득 상조회사 수가 보험회사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양미영 (flounder@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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