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美 큰 손 움직이는 제니 주 “K벤처 글로벌 진출 돕겠다”
“한국 스타트업은 정말 역동적이고 경쟁력이 있어요. 하지만 해외에서 유학하고 영어 잘하는 스타트업 대표라도 미국에 와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죠. 30여 년간 쌓은 본토 네트워크와 연결해 주면 빠르게 투자받고 해외 진출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죠.”
최근 ‘코리아 콘퍼런스’라는 한국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만든 재미(在美) 한인 금융인 제니 주(Jenny Chu)는 지난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계 최상위권 부자 가문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보어스클럽’의 투자 총괄이다.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2주간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주 총괄은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건너가 전공과 무관한 호텔리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LA에 오자마자 렌터카로 여기저기를 무작정 돌아다녔다. 부촌인 베벌리힐스에 가니 여기구나 싶었다. 여기서 제일 좋은 호텔이 어디냐고 물어봐서 센추리 플라자 호텔(현 페어몬트 센추리 플라자)에 취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 높은 곳부터 도전해야 떨어져도 괜찮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게 내 철학”이라며 “스스로 마이너(소수)라고 벽을 치면 영원히 핵심 계층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컨벤션 업무를 하다 글로벌 증권사 메릴린치와 인연을 맺었다. “돈이 돈을 벌어주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경영학 석사(MBA)만 있다면 전공과 무관하게 이런 금융계에서 일할 수 있다고 하니 이거구나 싶었어요.” 주 총괄은 곧바로 캘리포니아 주립공대에서 MBA 과정을 밟은 뒤 다시 세계 최고 금융사 문만 두드렸다. 모건스탠리로 업종 변경을 본격화한 뒤 UBS·JP모건·메릴린치 등을 거쳤다. 주 총괄은 “영어도 못 하고 동양 여자라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당당함, 성실함, 진실함으로 지금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했다.
주 총괄은 현지에서 ‘투자계 인맥왕’으로 꼽힌다. 2006년부터 매년 12월 자체 네트워크 파티를 열 정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2년간 파티를 못 한 사이 그는 한국에서 유망한 벤처기업들을 만났다. 이들을 투자자와 연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였다.
그는 지난해 3월 한국 벤처 육성을 위한 ‘코리아 콘퍼런스’라는 이름의 비영리 기관을 출범시켰다. 올해 8월에는 LA에서 같은 이름으로 제1회 코리아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마인드AI, 시프트바이오, 채비 등 8개 한국 벤처기업을 글로벌 투자자 앞에 세웠다. 기존 네트워크 파티의 간판을 코리아 콘퍼런스로 바꿔 단 것이다. 이름은 2009년부터 14년간 수많은 이스라엘 스타트업과 글로벌 투자계를 이어주며 조(兆) 단위의 투자를 끌어낸 ‘이스라엘 콘퍼런스’를 본떴다. 스타트업은 최고경영자(CEO)의 인성, 회사 철학, 글로벌 진출 의지를 주 총괄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선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공동 구단주 겸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 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인 호세 펠리시아노, 이탈리아 명문가인 메디치 가문의 상속자 로렌초 데 메디치, 보아스 클럽 회장이자 글로벌 최상위 부유층을 위한 멤버십 클럽 ‘이든 클럽’을 만든 톰 로렌스 하버 파트너스 회장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코리아 콘퍼런스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력 투자자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있느냐”는 말에 주 총괄은 “수요를 만드는 게 내 일”이라고 했다. 주 총괄이 방한 기간에 벤처캐피털(VC) 인터베스트, DS자산운용 등과 잇따라 만나며 투자 가교 역할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도 만나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 투자 이력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내보일 중요한 참고 지표다.
그는 왜 자기 돈을 들여가며 이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는 “유망한 스타트업이 잘 되면 좋고, 결국 한국에도 좋은 일이죠. 정부가 할 만한 엄청난 일이에요. 살아보니 꼭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도 있어요. 내가 어디 가서 이런 똑똑한 젊은 기업인들과 만나겠어요. 사람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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