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될 거예요, 잘 [기자의 추천 책]

문상현 기자 2023. 9. 2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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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준비 중이다.

새집을 찾느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문득 수년 전 취재 과정에서 만난 A가 떠올라 전화를 걸었다.

독립하고 몇 해 뒤, A는 언니와 그동안 모아둔 돈과 전세대출로 전세방을 찾아다녔다.

전화기 너머 들린 A의 목소리는 깊고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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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피카(FIKA) 펴냄

이사를 준비 중이다. 새집을 찾느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문득 수년 전 취재 과정에서 만난 A가 떠올라 전화를 걸었다. 위태로운 첫인상을 가진 그였다. 끝없이 오르기만 하려 했다. 학업도, 직업도, 집도, 삶도 모든 것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려 했다. 그래야 한다고 했다.

A는 가난했다. 2년마다 옮겨 다녔던 그의 기억 속 집들은 모두 반지하 월세방이었다. 장마철이 되면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곰팡이와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름 모를 벌레, 사춘기 소녀가 되어서도 다른 집과 같이 썼던 공중화장실까지, 불편했던 그 추억들을 아련하게 때로는 지긋지긋하게 떠올리곤 했다. 독립하고 몇 해 뒤, A는 언니와 그동안 모아둔 돈과 전세대출로 전세방을 찾아다녔다. 우선순위는 두 가지. 반지하가 아닐 것. 집 안에 화장실이 있을 것. 신혼부부가 쓰던 집이라 깨끗하다며 처음 본 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1년 후, 화장실 문을 넘어 몰래 집에 들어온 누군가가 두 자매의 모든 것을 훔쳐갔다.

전화기 너머 들린 A의 목소리는 깊고 차분했다. 얼마 전 옥탑방이 딸린 작은 2층집을 구했다고 말한 그는, 이제 더 오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옥상에 올라 사진 한 장을 찍어도 오래된 동네밖에 안 보이지만, 군대 간 막둥이가 내년 학자금을 도와달라며 넌지시 부탁하지만 “어떻게든 될 거예요, 잘”이라고 했다.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흘러왔듯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했다. 물음표를 가득 띄우고 무슨 말이냐고 묻자 웃어넘긴 A는, 통화를 마치고 책 사진과 메시지를 보내왔다.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라던데, 내 생각이 여기에 써 있네요.” 에세이는 작가의 사유만 넘치고 인사이트도 없다는 혹평이 종종 나와 그간 많이 읽어보지 않았다. 누군가의 삶을 투영해서 바라보니 다르게 읽혔다. 추천받은 책을 추천한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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