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노조 파업 와중…테슬라는 '사람 뺨치는' 로봇 내놨다
카메라·AI만으로 스스로 물건 분류·이동
단순 공장 업무 수행할 가능성 높아져
"머스크 탐욕적" 공개 저격한 美 UAW
파업 확대하자 테슬라 '보란듯' 로봇 공개
"옵티머스 상용화되면 인건비 절감 가능"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섯 손가락으로 색깔이 다른 블록을 스스로 구분해 서로 다른 그릇에 집어넣는다. 도중에 블록의 위치가 바뀌어도 로봇은 흔들림 없이 블록을 집어들어 옮겼다. 내려놓은 블록이 넘어지자 다시 집어들어 울퉁불퉁한 면이 위로 오도록 블록을 돌려놓기도 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의 신경망 인공지능(AI)이 영상만으로 모든 과정을 자체 학습했다"고 덧붙였다.
작업을 마친 로봇은 "스트레칭을 할 시간"이라며 한 다리로 서 다른쪽 다리를 뒤로, 두 팔은 앞으로 뻗으며 요가 자세까지 선보였다. 테슬라가 지난 23일 X(옛 트위터)에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최신 모습이다.
지난해 9월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옵티머스는 주춤주춤 걷고 간신히 팔을 움직여 청중에게 손을 흔드는 데 그쳤다. 8개월이 지나 올 5월 공개된 영상에서는 공장 안팎을 자연스럽게 걸어다니고 손가락 관절을 움직여 물건을 옮겨 담는 모습으로 발전했다. 이제 다시 4개월 만에 또 한 차원 올라선 것이다.
옵티머스의 빠른 발전 속도만큼 관심이 가는 것은 테슬라가 이번 영상을 공개한 시점이다. 그동안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주주총회나 AI 데이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공개했다. 그런데 이번 옵티머스 영상은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불시에 올라왔다.
UAW 파업 확대한 다음날 깜짝 공개
자동차 업계에선 이를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UAW(전미자동차노조)의 대규모 파업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UAW는 임금 40% 이상 인상, 주 32시간 근무 등을 요구하며 지난 14일부터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 '빅 3'를 상대로 사상 첫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22일에는 GM과 스텔란티스의 부품 유통 센터 38곳으로 파업을 확대했다. 그리고 테슬라는 바로 다음날 옵티머스 로봇 영상을 공개했다.
UAW의 강경 파업이 시작된 뒤 미국에선 정치권의 지지를 등에 업은 UAW의 다음 타깃이 테슬라가 될 것이란 분석이 끊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일 "UAW 파업은 테슬라와 머스크에게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면서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조 활동을 강화하려는 UAW가 테슬라 공장 내 노조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테슬라 노동자 대부분은 일론 머스크 같은 탐욕스러운 사람이 더 많은 로켓을 만들 수 있도록 착취당하고 있다"며 공개 저격까지 했다.
UAW는 과거에도 테슬라 공장 근로자들과 수 차례 노조 결성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머스크가 번번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노조 설립을 주도한 직원을 해고하거나 "노조 결성에 찬성표를 던지면 스톡옵션을 철회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이를 불법이라고 판단한 법원 판결에 항소했다.
"옵티머스, '빅3' 경영진이 제일 기다릴것"
이런 상황에서 UAW가 파업을 확대하기로 결정하자마자 테슬라가 옵티머스 로봇의 획기적인 발전상을 공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날 영상에서 공개된 옵티머스는 향후 공장에서 협동 로봇으로서 다양한 단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옵티머스가 상용화에 성공해 미래 생산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사람 근로자의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옵티머스 같은 로봇은 UAW처럼 40%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주 4일제를 도입하라며 파업을 할 '리스크'도 없다. 경영자 입장에서 생산 품질만 보장된다면 로봇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테슬라가 미래 공장에 옵티머스를 도입하면 테슬라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지금도 테슬라의 시간당 인건비는 평균 45달러 수준으로, 빅 3의 평균 인건비 66달러의 70%에 불과하다. UAW의 요구가 관철되면 빅 3의 시간당 인건비는 136달러로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테슬라의 미국 공장 평균 인당 인건비는 9만3000달러(약 1억2480만원)로, 가동률 향상 속도도 매우 느리다"며 "옵티머스가 대당 3만 달러(약 4030만원)에 상용화되면 테슬라는 제조 인력을 일부 대체하면서 인건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머스크는 옵티머스를 대당 2만 달러의 가격으로 3~5년 내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아시아에 비해 제조기지로서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가 옵티머스를 도입하면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며 "옵티머스의 상용화를 가장 기다리는 사람은 이제 빅 3의 CEO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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