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월곡1구역, 조합원 양도분 일부 "분양 불가" 명령

김노향 기자 2023. 9. 2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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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재개발 사업 '신월곡1구역' 미래 조감도 /자료 제공=서울특별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윤락가 미아리텍사스를 재개발해 2700여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을 건립할 예정인 '신월곡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하 '신월곡1구역') 조합의 일부 조합원이 법원으로부터 현금청산 명령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조합설립인가 후 투기 행위를 막기 위해 여러 채의 주택에 대한 조합원 지분 양도를 금지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규정에 따라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없는 소위 '물딱지'가 된 것이다. 해당 조합원들은 분양권 인정 여부를 놓고 법적 분쟁을 지속할 것으로 보다.

현금청산 대상자 중엔 조합 임원 등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으로 추정되는 이들도 포함돼 일각에선 분양 비리 의혹과 함께 내분이 일고 있다. 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투기 형태로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아 조합 임원의 지위를 이용, 분양권 인정을 성사시키려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 등은 정당한 방법으로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았고 소송에서 분양권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현금청산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월곡1구역 조합은 지난 25일 총회를 열어 전체 조합원 404명 가운데 6명의 현금청산 대상자에 대한 조합원 지위 인정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해 가결시켰다. 당초 29명의 조합원 지위 인정 여부가 안건으로 상정될 계획이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이 중 23명에 대해 배임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조정안을 권고했다.

해당 사건의 쟁점은 동일 정비구역 내 여러 개의 부동산을 소유한 '다물권자'와의 거래에서 미공개 정보를 취득했는지 여부다. 도정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후에 1세대 또는 1명이 여러 개의 주택이나 토지를 소유한 경우 1주택 만을 공급한다. 1명의 토지 등 소유자로부터 소유권·지상권을 양수해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된 때도 이들을 대표하는 1명을 조합원으로 본다. 대법원은 올 6월 1세대 다물권자가 1개의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냈다.

조합원 A씨 등은 조합 임원 여러 명이 2019~2021년 사업 부지 내 땅을 소유했던 시행사로부터 지분을 매입해 배우자와 자녀 등이 나눠 갖고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당시 감정평가금액보다 약 35% 낮은 가격에 땅을 매입해 조합원 분양 신청 마감 수일 전에 등기를 완료했다. 향후 조합 임원의 지위를 이용해 분양권을 취득할 목적으로 현금청산 리스크가 있는 조합원 지분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A씨는 "감정평가금액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조합 임원들이 감정평가 전후 땅을 집중 매입한 정황을 볼 때 내부 정보를 이용한 사익 편취 행위로 추정한다"면서 "현금청산이 아닌 분양권 취득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당한 거래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라면서 "총회로 분양권 인정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 후에 양쪽이 합의해 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조합 임원 B씨는 "해당 시행사 대표가 사업 구역에 인접한 아파트 분양사업 과정에 자금난을 겪으면서 보유했던 땅을 싼 값에 내놓았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매입했다"면서 "현금청산이 결정될 경우 그에 따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B씨는 배우자와 자녀 등 명의로 2019~2020년 약 18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입했다. B씨 일가의 총 분양금액은 약 53억원으로 알려졌다.

신월곡1구역은 지난해 11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현재 이주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하월곡동 88 일대 5만 5112㎡에 지하 6층~지상 47층, 10개동, 아파트 2244가구(임대 219가구 포함)와 오피스텔 498실, 생활숙박시설 198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시공사는 롯데건설로 정해졌다.

2009년 1월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같은 해 8월 조합이 설립됐다. 성북2구역과의 결합 개발 등으로 사업이 난항을 겪다가 2016년 결합정비구역 지정, 2020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취득했다. 일반 상업지역으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680%로 사업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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