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中 유커] ③ “제주도=바가지” 한국인 외면… 이대론 유커도 떠난다
中 유커 만족도도 떨어져… 싸구려 관광 한계
MZ 유커 관광 패턴 변해… 현지 물가에 더 민감
전문가 ”제주 관광업계 자성하고 관광 질 높여야”
“여긴 왜 이렇게 조용해”
지난 19일 오후 1시쯤 제주 국제 컨벤션 센터에 위치한 제주관광공사 내국인 면세점은 한산했다. 적막한 분위기에 매장 내부를 돌아보던 몇몇 여행객들은 사람이 너무 없다는 대화를 나누었다. 실제 구매를 하는 손님은 담배 매장 정도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游客)의 귀환에 제주 관광 시장이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외면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해외여행 대체재로 제주도를 찾던 한국인들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고물가를 이유로 일본이나 동남아를 찾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바가지 논란으로 말미암은 제주도에 대한 인식 악화를 제주 관광업계가 자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도 관광의 질이 나빠지면 결국 해외 관광객 유입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유커들의 여행 패턴이 면세 쇼핑 등에 치중됐던 과거와 달리 맛집 탐방 등 현지 체험으로 변화해 이들도 현지 물가에 더 민감해졌다.
제주 관광업계는 코로나19 기간 국내 여행객들이 늘어 특수를 누렸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1381만1068명으로, 현지 관광이 본격화된 1962년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기간 호텔 등 숙박업소부터 렌터카, 식당, 골프장 등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폭리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관광공사의 제주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높은 물가를 불만으로 뽑은 응답은 2014년 29%에서 2021년 57%로 껑충 뛰었다. 2019년까지 20%대에 머물던 고물가 불만 비율은 해외여행 길이 막힌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제주도는 바가지’란 인식에 더해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올해 7~8월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가량 줄어든 230만8000명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7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62만68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0배 급증했다.
이에 제주 관광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 팬데믹 기간 신혼여행 장소로 인기를 끌었던 제주 시내 특급호텔은 지난 7월 가동 객실이 전년 동월 대비 20% 줄었다. 같은 기간 운영 전세버스와 렌터카 수는 각각 20%, 25% 감소했다.
내국인 면세점이나 식당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통계청이 올해 2분기 시·도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 판매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제주의 서비스업 생산은 약 2%, 소매 판매는 약 7%, 면세점 판매는 약 28% 각각 감소했다.
제주 관광업계는 해외 관광객, 특히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사실상 해제하며 약 6년 5개월 만에 재개된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이 침체를 타개해 줄 것이라 희망한다. 내국인 매출 감소를 유커 유입으로 메꾸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주도의 높은 물가가 유커 등 해외여행객 유입에도 장애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항공료와 숙박 가격이 오른 상태라 엔저 현상이 이어지는 일본이나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 등과 비교해 유커들에게도 제주 관광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한령 이전인 지난 2016년 한국 4박5일 패키지 금액 최저가는 35만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온라인 여행사 등지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구성의 패키지여행 판매가는 평균 100만원에 달한다.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7~8년 새 3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유커들의 관광 패턴이 현지화된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최근 여러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해외여행 주도층으로 부상한 MZ(밀레니얼+Z세대) 유커들은 소셜미디어(SNS) 등 발달로 면세점 쇼핑이나 명소 탐방 위주였던 과거와는 다르게 맛집 탐방이나 현지인 핫 플레이스(명소) 등 현지 체험을 더 선호한다. 단체 관광객들도 패키지 코스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삼삼오오 흩어져 택시를 타고 개별 관광을 하는 식이다. 현지 고물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 여행업계 종사자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은 단체 패키지로 와도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함덕 해수욕장과 월정리나 애월 등 이른바 핫 플레이스를 개별적으로 찾아가 관광한다고 한다”면서 “한국인들도 비싼 물가에 놀라는 곳인데 유커들도 이곳을 찾았다가 터무니없이 비싼 물가에 놀라 가이드들에게 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제주 관광이 외면받는 것은 관광 콘텐츠가 취약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제외하면, 볼 것이나 체험할 것이 없어 재방문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도에는 여행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가 찾을만한 대형 쇼핑몰이 없고, 문화·예술 관련 시설도 부족하다.
중국의 시장조사 회사 ‘드레곤 트레일 리서치’가 해외 경험이 있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는 홍콩(22.1%)과 마카오(9.9%)에 이어 태국(9.6%), 일본(6.7%), 한국(4.4%) 순이었다. 일본은 재방문객 비율이 27.9%로, 13.3%인 한국의 두 배가 넘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제주도가 내국인에게 바가지 관광지라는 인식이 박혔는데 이를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자성해야한다. 왜 이런 평가가 나오는지 겸허하게 분석하고, 제주 관광의 개선을 위해 어떤 혁신을 해야 할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이 분명히 많이 찾겠지만, 사드 이전에 중국 단체 관광객이 많이 왔을 때 덤핑 관광과 치안 문제 등 발생했던 문제들이 있다. 이런 걸 분석하고 연구해서 어떤 식으로 유커들을 이끌어 오는 것이 제주 관광에 도움이 될지 연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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