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김동연과 1도 관계없다는데" 좀비처럼 기어나오는 정치테마주

박승희 기자 2023. 9. 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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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마 가능성에 거래량 542% 늘어…조국 "관련 없으니 유념"
김동연 대선주자 거론에 한때 상한가…"변동성 극심해 유의해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식시장에 또다시 정치 테마주가 등장했다. '정치 테마주'의 특징은 해당 종목이 대부분 '테마'로 엮인 해당 정치인과 거의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테마주'로 주목을 받으면 투자자들이 크게 쏠리는 현상을 보인다.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에 사 줄 것이라는 투기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탓이다.

증권가는 매 선거철마다 정치 테마주가 등장하는데, 대부분 변동성이 극심하고 선거 이벤트 종료 후엔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공작기계 제조 전문 기업인 화천기계(010660)는 전일 대비 1040원(29.89%) 오른 45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이 전일 대비 542.94% 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화천기계의 주가가 크게 뛴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다. 화천기계는 지난 2021년까지 회사 감사를 맡았던 남광씨가 조 전 장관과 미국 버클리대 로스쿨 동문으로 알려지며 '조국 테마주'로 분류됐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사회적으로 개인과 가족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게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명예회복을 위한 방법에 무엇이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주가가 급등한 당일, 조 전 장관은 SNS에 "저와 제 가족은 '화천기계'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며 "주식투자자들은 유념하라"는 입장을 즉각 냈다.

같은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 관련주도 대폭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차기 대선 주자로 김 지사가 떠올랐다는 것이 테마주 급등 원인으로 거론됐다. 김 지사는 전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차례로 예방했다.

'김동연 테마주'로 알려진 씨씨에스(066790)는 전일 대비 199원(20.93%) 오른 1150원에 장을 마쳤다. 씨씨에스 주가는 장 중 29.97% 오른 1236원에 거래되며 상한가를 찍기도 했다.

씨씨에스는 충청북도 내 일부 시·군 내 가입자에게 자가 전송망을 통해 케이블TV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김 지사가 충북 음성 출신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주방용품 제조업체 PN풍년(024940)은 전일 대비 850원(9.27%) 오른 1만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18.65% 오른 1만88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PN풍년은 감사가 김 지사와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정치인의 '신상'이 테마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신건설(025950)은 전날보다 4050원(21.32%) 내린 1만4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동신건설은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대학 동문, 공약 등으로 묶인 기업들도 동반하락했다.

해당 일자에 이낙연 전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남선알미늄(008350)과 우선주인 남선알미우(008355)는 각각 전날보다 135원(5.48%), 3100원(13.6%) 오른 2600원, 2만5900원을 기록했다. 남선알미늄은 관계기업 고문이 이 전 대표의 친동생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정치 테마주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고 입 모아 강조했다. 정치 테마주 대다수가 거론되는 인물과 직접적인 관련성 없이 막연하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작은 이슈로도 급등락하는 일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테마주로 분류된 83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선 후보와 기업 경영진 사이 공통지인(44%)이 있거나 경영진과의 사적인연(18%), 학연(16%)으로 엮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목받던 종목들이 지지부진하고 증시 활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총선이 다가오니 이를 재료로 삼아 정치 테마주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 테마주는 실체가 없어 '폭탄 중의 폭탄'으로 급등락 위험이 크니 투자에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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