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연임 부정적 인식에… 윤종규 "임기 3~6년이면 장기계획 못세워"
9년의 임기를 끝으로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금융 신관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최고경영자의 연임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견해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한 대목이다.
이어 윤 회장은 "최근 CEO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객관적이고 냉담해지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며 "주주를 믿고 CEO의 재임 기간에 대해 회사별로 차별화하는 게 옳은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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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가 없었다면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가계부채의 질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 봐야한다고 윤 회장은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맞춘 규제는 당연히 해야겠지만 그 외에 부분은 풀어주는 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은행업의 본질은 이자장사지만 최근 경제상황을 봤을때는 이러한 여론을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라면서도 "은행에 책임으로 돌아오는 부분이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 보면 수수료 수익이 너무 적다"고 꼬집었다.
수수료 체계와 관련해 국내 금융사가 해외 금융사보다 불리한 측면이 있단 지적이다. 윤 회장은 "비이자이익을 늘려야하지만 한국의 수수료 수익 기반은 너무 취약하다"고 전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계좌 유지 수수료만 도입해도 비이자수익이 10%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해외에 나가 KB금융의 고객이 3700만명 된다고 말하면 투자자들이 놀란다"며 "해외처럼 계좌 유지 수수료 등이 없기 때문에 복수 거래 고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전산이 무거워지고 관리비용 증가, 자원 활용 측면에서 상당부분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윤 회장은 지적했다.
윤 회장은 "이 부분은 당국과 함께 해결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비은행 부문과 자산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3연임을 끝으로 용퇴를 언제 결심했냐는 질문에 "3연임을 할 때 이미 제 마음은 (용퇴를) 결정하고 있었다"며 "3연임을 하는 시점에 마음을 굳혔고 지난해 무렵부터 마음의 준비를, 어느정도 이해를 위해 (경영승계) 작업을 했다"고 했다.
윤 회장은 이날 지배구조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와 관련해 "정답이 없다"고 단언했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데 획일화 내지 통일화할 수 없다"며 "각 금융사가 처한 상황, 체질, 연혁, 문화에 맞게 개발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회장은 과거 흑역사도 언급했다. 윤 회장이 KB금융 수장으로 올랐던 2014년 당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동시에 사퇴하는 이른바 'KB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이후 윤 회장은 회장직과 은행장까지 3년간 겸직하며 내분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에 있어 어느 회사보다 신경을 썼던 건 사실"이라며 "CEO(최고경영자)의 중요한 책무는 본인 재임 기간 좋은 경영 성과를 내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 만들고 본인의 뒤를 이어 더 좋은 CEO가 나와서 더 잘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고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부문에 집중해 취임 초기부터 KB금융의 승계 프로그램에 대해 이사회와 긴밀히 협의를 쭉 진행해 왔다"며 "나름대로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발전시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더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직원들이 가끔 '선배들이 내가 너희 은행을 떠날 때는 우리 은행이 1등이었었어' 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가 뭘 잘못했지 하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그러나 다행스럽게 국민은행이 리딩 뱅크로 또 리딩금융그룹으로 복귀했다는 점이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생각된다"고 소회를 전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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