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뽕' 차오르는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쇼핑몰 곳곳에서 한국 브랜드 눈에 띄어…현지인 반응도 좋아
아쿠아리움에는 연내 한국산 펭귄 들어올 예정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오늘좋은', '요리하다', '한국 십원빵', '맛있게 만드는 중'...
익숙한 한국어가 심심찮게 보이는 이곳은 다름 아닌 베트남 하노이다. 백화점과 마트 등 곳곳에서 한국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베트남과 한국의 혼을 갈아 어 만든 롯데마트 웨스트레이크점을 보고 있으면 소위 국뽕(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도취된 상태)이 차오르는 자랑스러운 느낌이 든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베트남 맞나?"…한국 스타일로 가득 채운 롯데마트
지난 20일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은 하노이의 도로를 지나 한 쇼핑몰에 들어서자 '여기 한국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곳곳에 한국 브랜드와 한국어 안내판이 넘쳐났다. 한류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다.
롯데쇼핑은 22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공식 오픈했다. 지난 7월 28일 사전 개장 이후 약 두 달만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백화점과 호텔, 마트,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으로 구성돼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과 닮아 있다.
특히 쇼핑몰 지하 1층에 위치한 롯데마트는 입구에서부터 '풍미소'라는 한글 간판을 내건 빵집이 소비자를 맞이한다. 빵집에는 현지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며 빵을 구매했다.
즉석 조리식품을 판매하는 '요리하다 키친' 매장은 한국의 식당가를 연상케 했다. 떡볶이와 김밥 등 분식을 비롯해 양념치킨, 불고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조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개방형 주방으로 꾸몄는데 직원 두 이 김밥을 쉴 새 없이 만들어 진열대에 쌓아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박창열 롯데마트 베트남법인장은 "김밥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다 팔릴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식사 시간이 되면 금방 다 판매된다"며 "주말에는 1000줄씩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파는 것보다 더 맛있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박 법인장은 판매 중인 김밥을 권하기도 했다. 알찬 재료와 밥알이 잘 어우러져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맛이었다. 한국의 셰프들을 하노이에 불러 한 달 이상 현지 직원들에게 교육해 한국의 맛을 완성시킨 결과다. 김밥 한 줄 가격은 2000~3000원대 수준이다.
요리하다 키친 매장은 한국 음식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본격적인 저녁 식사 시간 전인 평일 오후 5시경이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이미 테이블에 앉아 한국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취식 공간은 약 140석 규모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식사 시간에는 만석은 물론이고 수십명의 고객이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축산 매장의 소고기, 수산 매장의 연어 등도 한국 롯데마트의 커팅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한국산 과일인 배와 샤인머스캣도 판매 중이다. 소비자들은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PB)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제품도 이리저리 살펴 보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현지 직원들도 한국인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지는 못해도 커피 제품을 들고 맛에 대해 묻자 "이건 부드러운 맛, 저건 스트롱한(강한) 맛"이라며 약간의 한국말을 섞어 가며 설명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베트남이 GDP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20년 늦은 수준이지만 취향은 굉장히 트렌디해서 우리나라의 20년 전 상황을 그대로 접목하면 안 된다"며 "베트남과 한국의 혼을 갈아 넣어 만든 롯데마트를 보고 있자면 소위 국뽕이 차오르는 자랑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십원빵 먹을래요"…한국 음식 먹기 위한 대기 행렬
쇼핑몰 3층으로 올라가자 한국의 식음 브랜드가 여럿 눈에 들어 왔다. 한식 전문 식당가를 뜻하는 'K-플레이버'로 이름 붙였다.
특히 십원빵 매장에는 유난히 많은 사람이 몰려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주말에는 이런 줄이 세 줄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즉석 떡볶이 뷔페 전문점 두끼, 차돌박이 전문점 이차돌, 수라, 돈치킨 등 다양한 한국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햄버거와 떡볶이, 콘치즈 불닭면 등을 판매하는 포키 매장에는 '맛있게 만드는 중'이라는 안내문구가 크게 붙어 있었다.
인기는 매출로 증명됐다. 떡볶이를 판매하는 두끼는 객단가가 7000원 수준임에도 지난달 1억8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식음 매장 매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가 차지했다.
김준영 롯데프라퍼티스하노이 법인장은 "식사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소비자 안전을 위해 안전요원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쇼핑몰 4층에는 한국 플레이타임그룹의 대형 키즈카페인 '챔피언1250'이 자리 잡고 있다. 챔피언1250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시범운영 기간 매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김준영 법인장은 "베트남은 합계출산율이 2.11명으로 아이들이 많음에도 그동안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이 부족했다"며 "이를 제대로 공략한 덕에 많은 소비자들이 찾고 있고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키자니아 역시 사전 멤버십 모집 시작 3일 만에 1000명이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키자니아에선 어린이를 위한 40여 종의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롯데쇼핑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 패션, 뷰티, 식음 분야에 걸쳐 36개의 한국 브랜드를 유치했다. 삼성전자, 후, 이니스프리, 설화수, 엠엘비, 널디, 마르헨제이, 두끼, 이차돌, 한와담, 롯데리아 등이다. 쇼핑몰 입점 매장 233개 중 15%의 비중을 차지한다. 2014년 오픈한 롯데센터 하노이의 한국 브랜드 입점률이 10%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늘어난 수치로 한국 브랜드를 보강했다.
◇"펭귄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좋아해요"
음식과 제품만 한국산이 인기 있는 건 아니었다. 21일 둘러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하노이의 한 공간에는 원앙들이 있었는데 펭귄이 들어올 자리다.
잠실 아쿠아리움에서 2016년부터 현재까지 39마리의 훔볼트 펭귄이 인공부화를 통해 탄생했는데 이 중 20마리가 연내에 하노이 아쿠아리움으로 이동한다.
벽면에는 이를 알리는 광고도 전시되어 있었다. '저는 펭귄이라 발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금 천천히 걸어요!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옵니다. 기다려주세요.'라는 문구로 기대감을 높였다.
조은정 아쿠아리움 하노이 영업팀장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펭귄도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에서 온다고 하면 더 좋아한다"며 "펭귄들이 연내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인 공략을 위해 베트남 콘텐츠도 대거 담았다. 아쿠아리움의 전체 콘셉트를 베트남 신화 '까옹 전설'로 잡아 동화 속을 거니는 분위기로 조성했다.
까옹 전설은 폭풍우에 배가 난파돼 어려움에 처한 어부들을 바다의 수호신 까옹이 구원해 안전하게 돌아가게 해준다는 이야기다. 천장에는 나비 장식 540마리를 걸어뒀는데 베트남 민족이 54개라는 것에서 착안했다.
아쿠아리움 하노이는 9000㎡(약 2750평) 규모로 약 3400여톤의 수조를 보유한 하노이 도심내 최대 규모다. 이글레이, 자이언트그루퍼, 바다사자 등 약 400종 3만1천여 마리의 해양생물을 갖췄다.
이곳에는 난 베트남 독립기념일 연휴인 9월 1~4일 일평균 1만여 명이 찾았다. 롯데월드는 연 100만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아쿠아리움 하노이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사전 개장 첫날에만 10만명의 고객이 몰렸으며 이후 현재까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의 메인 시설인 쇼핑몰을 찾은 누적 방문객은 약 200만명을 넘어섰다. 중에는 약 2만5000여 명, 주말에는 5만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 대해 "우리 그룹의 여러 계열사가 협력해서 좋은 쇼핑몰을 만들 수 있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며 "연말까지 매출 800억원, 내년 2200억 정도로 베트남에서는 최대 쇼핑센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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