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는데…비과세·감면 손 못대는 정부

김은비 2023. 9.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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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이 있는 비과세·감면 항목 중 80% 이상이 2회 이상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도입된 비과세·감면 항목은 정책 목적 달성 후에도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해 계속 연장하는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이데일리가 기획재정부의 '2024년 조세지출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조세특례제한법상 내년 비과세·감면 항목 185개 중 일몰이 있는 142개 항목 중 119개(83.8%)가 2회 이상 연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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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비과세·감면에 멍드는 재정]①
84%가 2회 이상 연장…내년 깎아주는 세금 77兆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이지은 기자] 일몰이 있는 비과세·감면 항목 중 80% 이상이 2회 이상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도입된 비과세·감면 항목은 정책 목적 달성 후에도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해 계속 연장하는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수입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과세·감면 등으로 정부가 깎아주는 국세감면액은 내년 77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4일 이데일리가 기획재정부의 ‘2024년 조세지출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조세특례제한법상 내년 비과세·감면 항목 185개 중 일몰이 있는 142개 항목 중 119개(83.8%)가 2회 이상 연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비과세·감면제도는 특정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세금을 깎아주거나 면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법정용어는 조세지출이다. 조세수입 감소가 곧 재정지출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정부의 직접적 재정지출에 비해 시장 개입 강도가 낮으면서도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갖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도입 후에는 정치 논리에 휘둘려 정부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돼 폐기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긴다. 비과세·감면 중단은 증세를 의미하기에 유권자들의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세지출 종료 비율은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다. 2016년 28%에 달했던 조세지출 종료 비율은 △2019년 20.6% △2020년 18.5% △2021 10.5% △2022년 13.5% △2023년 8.5%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비과세·세액공제·소득공제 등을 포함한 국세 감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세감면액은 △2019년 49조6000억원 △2020년 52조9000억원 △2021년 57조원 △2022년 63조6000억원 △2023년(세수재추계 기준) 69조5000억원 등으로 매년 급증했다. 내년 국세감면액은 올해보다 7조6000억원 늘어 77조1000억원(예산안 기준)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세수 결손 등으로 헐거워진 재정을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일부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조세특례 기한 연장은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며 “일몰 도래 항목의 폐지비율에 대한 하한, 신설 항목 수·감면 규모에 대한 상한 등을 법적 의무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화 한국조세연구소 조사위원은 “특정 납세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지출은 세제의 형평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소득 재분배 효과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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