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셰일오일 시추 탓에 미국 수자원 고갈 가속"

"2011년 이후 수압파쇄 용수, 텍사스 1년치 수도 사용량 달해"
셰일업계 공개자료 분석…"건조지역 지하수자원 고갈 더욱 심각"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내 셰일오일 개발이 지하 수자원 고갈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미 지하수보호위원회(GWPC)가 관리하는 에너지 회사들의 셰일오일 시추 관련 정보공개 자료(프랙포커스)를 분석한 결과 미 셰일오일 업계가 2011년 이후 사용한 수자원이 1.5조 갤런(5조7천만ℓ)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규모의 물 사용량은 셰일오일 채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텍사스주의 1년 치 수돗물 사용량과 맞먹는 규모다.

NYT는 신공법을 활용하는 셰일오일 기업들이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을 유정 1개당 수백만 리터 이상 사용하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거대 유전과 가스전은 미국의 취약해진 대수층을 위협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물을 쓰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대수층이란 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을 뜻한다. 미국은 전체 물 사용량의 90%를 대수층에 의존한다.

셰일오일 기업이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원유가 섞인 퇴적암에서 높은 수압으로 파쇄하는 방식으로 원유를 뽑아내는 공법 탓이다.

NYT는 신기술로 도입된 수평 시추 방식이 셰일오일 업계에 보편화된 이후 물 사용량이 더 급속히 늘었다고 지적했다.

수직으로 구멍을 뚫은 뒤 셰일 암반층을 따라 수평으로 고압 파쇄를 해가며 시추 작업을 해나가다 보니 유정 1개당 생산효율이 크게 늘었고 덩달아 물 사용량도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도입 초기만 해도 '몬스터 프랙킹(괴물 수압파쇄)'라는 별명을 얻은 이 공법은 현재 셰일오일 유전의 3분의 2가량에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주요 셰일오일 생산지역이 텍사스주와 같은 건조 지역에 쏠려 있다 보니 이 지역의 지하 수자원 고갈을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진의 2020년 연구발표에 따르면 텍사스주 이글포드 광구 서부 일대의 대수층 깊이는 17ｍ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이 지역 대수층 깊이가 셰일오일 시추로 8ｍ까지 얕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셰일오일 업체들은 식수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물을 시추에 사용하며 지하수를 끌어 쓰는 관개농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적은 양의 물을 쓴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NYT는 콜로라도주립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 텍사스와 같은 건조한 지역의 경우 셰일오일 업체의 물 사용량이 경작용 물 사용량을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셰일오일 업계의 과다한 물 사용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뉴멕시코주에선 원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연합해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셰일오일 업체의 수자원 남용을 주 정부가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석유협회(API)의 임원인 홀리 홉킨스는 NYT에 "석유업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특히 수압파쇄에 활용되는 물을 재사용하기 위한 기술혁신을 지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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