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또 봉쇄… 中서 한국 영화·드라마·게임 자취 감춰
작년초 한한령 해제했다 또 봉쇄
한 총리 방중 계기로 풀릴 가능성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째 한국산 드라마·게임 등의 중국 수출이 중단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로 계속해온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을 작년 상반기부터 1년여간 해제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다시 ‘봉쇄’에 가까운 조치를 이어간 것이다. 18조원 규모(2020년 기준) 중국 문화 콘텐츠 시장이 또다시 닫히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략은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은 한국 콘텐츠 수입 제한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사전 심의·수입 쿼터제 등을 이용해 사실상 수입을 막아왔다.
25일 중국 문화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이후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은 사실상 전무했다. 한국 게임은 한한령 시행 이후인 2018~2021년 단 3건만 판호(版號·수입 및 서비스 허가증)를 발급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8일과 지난 3월 20일에는 각각 7건과 3건씩 판호를 얻어내면서 한한령이 풀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그 이후 또다시 중국의 게임 판호 발급 대상에서 한국 게임이 제외되고 있다. ‘한한령’ 이전에는 매년 30여 개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드라마도 지난 2월 중순 이후 중국 시장에서 다시 자취를 감췄다. 한한령 기간인 2017~2021년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는 단 한 편도 방영되지 않았다가, 지난해 1월 4일부터 ‘사임당, 빛의 일기’를 시작으로 총 16편이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진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갯마을 차차차’(1월 13일) ‘나의 해방일지’(2월 14일)가 중국 주요 OTT에 내걸린 이후에는 소식이 끊겼다.
한한령 이후 한국 드라마는 중국 내 OTT에서만 공개됐고, 방송 채널 등에 편성된 적은 없다. 한국산 영화의 경우, 지난해 11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변호텔’이 중국 OTT에서 공개된 것이 마지막 중국 진출 성과였다.
중국이 ‘한국 콘텐츠 수입’을 한·중 관계에 따라 풀고 조이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과 한·미·일 연대 강화로 인해 한국 콘텐츠의 대(對)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고 추정한다. 지난 6월 개최된 상하이TV페스티벌에 참가한 주요 한국 제작사나 방송사들도 당시 만난 중국 파트너사들과 계약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대중국 콘텐츠 수출 구조를 바꿔 우회로를 뚫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 콘텐츠 ‘완제품’의 수출은 제한되고 있지만, 콘텐츠의 ‘부품’ 격인 IP(지식재산권), 제작 인력 등은 막힘 없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콘텐츠의 중화권 수출액은 판권 등의 수출에 힘입어 한한령 이전인 2012~2016년 71억4000만달러(약 9조6000억원)에서 2017~2021년 202억6000만달러(약 27조1000억원)로 3배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 웹툰 ‘문유’에 기반한 중국 영화 ‘두싱웨추’는 현지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에 등장하는 핑크색 비버 루피의 ‘부캐(부캐릭터)’인 ‘잔망루피’는 올 들어 중국의 카페 포스터에 쓰이고 있고, 영화관 체인의 굿즈(상품)로도 제작된다. 중국 지방 도시에서는 한국 감독·작가 등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과의 교류와 한국 지식재산권 계약 등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한다. 윤호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베이징비즈니스센터장은 “중국에서 한국의 스토리, 판권 등은 앞으로도 자유롭게 거래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한·중 관계 개선 움직임에 따라 양국의 문화 협력·교류가 다시 동력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지난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만났고, 올해 안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경우 한국의 대중국 문화 콘텐츠 수출이 본격 재개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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