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위기인데 뭔 워라밸?" 독일서 뜨는 '노동시간 연장론'

신은별 2023. 9. 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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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모범국가'였다.

친기업 성향인 독일경제연구소(IW)의 마이클 휘터 소장은 "(저출생·고령화라는) 인구통계학적 변화만으로 우리는 2030년까지 약 310만 명의 노동인구와 약 42억 시간의 노동시간을 잃게 된다"며 "노동시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궁극적인 선택은 더 많이 일하는 것"이라고 독일 언론 포커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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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 도입해야" 노동조합 요구에 '역풍'
'짧은 노동시간' '노동력 부족 현상' 부각되며
"오히려 노동시간 연장 논의할 때" 목소리↑
'독일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7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건설 현장 인근에 한 노동자가 작업복을 입은 채 서 있다.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독일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모범국가'였다. 최근 들어선 "노동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왜일까.

올해 독일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데 이어 장기 침체론까지 불거졌다. 노동자 부족이 경제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지만 노동계는 현재 주 35시간인 노동시간의 추가 단축을 요구했다. 노동계는 싸늘한 시선을 받았고 결국 역풍이 불었다. 재계에서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그간 금기였던 노동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태세다.


예년처럼... 노조 "노동시간 줄여 효율성 늘리자"

25일(현지시간) 독일 언론 타게스샤우, 디차이트 등을 종합하면, 독일 최대 노동조합인 금속산업노조 IG메탈은 11월 단체교섭을 앞두고 임금 8.5% 인상과 임금 전액 보전을 조건으로 한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했다. 노동시간을 주 32시간으로 줄여달라는 것으로, 8시간씩 4일만 일하면 주당 노동시간을 채울 수 있다.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주4일제 도입 실험을 하는 뉴질랜드 기반 비영리단체 '주4일글로벌'이 "조만간 독일 기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하겠다"고 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더 활발해졌다.

어두운 사무실에서 한 여성이 컴퓨터로 업무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노동시간 이미 짧다... 이젠 늘릴 때"... 노골화한 '연장론'

노동계의 요구는 힘을 받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 7개국(G7) 중 올해 역성장이 예상되는 건 독일뿐(-0.3% 성장)이라고 발표하는 등 암울한 진단이 연쇄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기업의 부담만 키울 뿐이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독일인의 노동시간이 다른 국가 대비 짧다는 점도 새삼 부각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독일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1,349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16시간보다 367시간 짧다.

노동력 부족 문제가 독일 경제를 장기 침체에 빠뜨릴 위험 요인으로 거론되는 것도 노동계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독일이 2000년대에 적극적 이민 정책을 펴며 유입된 노동인구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 산업 현장에서 인력 부족을 성토한다.

결국 "노동시간 연장을 논의하자"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친기업 성향인 독일경제연구소(IW)의 마이클 휘터 소장은 "(저출생·고령화라는) 인구통계학적 변화만으로 우리는 2030년까지 약 310만 명의 노동인구와 약 42억 시간의 노동시간을 잃게 된다"며 "노동시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궁극적인 선택은 더 많이 일하는 것"이라고 독일 언론 포커스에 말했다. 정계도 가세했다. 사회민주당 소속 페어 슈타인브뤼크 전 독일 재무부 장관은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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