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카투사, 한국군, 주한미군... 韓美 두조국 지키는 ‘3代의 헌신’
[3] 미군 패트리엇 부대 첫 공개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냉엄한 국제사회 현실은 적어도 지금까지 한미 동맹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한미 동맹’이 시작된 지 70년, 6·25를 통해 씨를 뿌린 동맹은 역사의 시련을 거치며 성장했고 강해졌다. 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함께 싸웠고, 이젠 우크라이나와 자유의 어깨를 겯고 있다. 미국의 원조로 성장한 한국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나라가 됐고, 미8군 무대에서 성장한 음악인들은 K팝의 씨를 뿌렸다. 70년 전 두 나라의 진격은 휴전선에서 멈췄지만, 자유와 번영을 향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진격은 계속되고 있다. 본지는 ‘한미 동맹 70주년-번영을 위한 동행’을 통해 한미 동맹의 과거·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지난 20일 경기도 평택 주한 미군 오산 기지의 제35방공포여단. 15~40㎞의 중·저고도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패트리엇의 최신 기종 ‘PAC-3 MSE’ 발사대 수대가 빗속에서도 사방을 겨누고 있었다. 패트리엇은 적 미사일로부터 서울·수도권 등 한국 전역을 지키는 하늘 위 ‘강철 지붕’이다.
미군은 이날 35방공포여단을 본지에 공개했다. 북한 김정은이 지난 19일 방러 일정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온 바로 다음 날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패트리엇 운용 부대인 35방공포여단이 2017년 사드가 국내에 배치된 이후 부대 내부와 운용 장면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패트리엇 부대는 북한의 제1 선제 타격 대상 가운데 하나다.
미군은 이날 또 다른 ‘전략 자산’도 깜짝 공개했다. 케빈 스톤룩 35방공여단장(대령)은 “주한 미군이 매일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비결은 한미가 서로 하나됨(integration)이다. 그 상징과 같은 인물이 여기에 있다”면서 미 장교 한 명을 등장시켰다. 패트리엇 발사대 뒤에서 전투복 차림의 한국계 미국인 제이컵 강 소위가 걸어 나왔다. 35여단에는 100여 명의 카투사(KATUSA·미군 배속 한국 군인)가 근무하는데, 이들뿐 아니라 미국으로 귀화한 한국계 미국인 장병, 한국인 배우자를 둔 미 장교들이 주한 미군에서 한미 군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강 소위는 “주한 미군에 배치된 지 1년 반 정도가 됐다”면서 “패트리엇 통제실에서 적 미사일 요격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적 미사일이 날아올 경우 통제실에서 레이더로 추적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의 발사 버튼을 누르는 게 그의 임무다. 그는 “2021년 임관했을 때 북한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 대해 핵·미사일 등으로 위협하는 상황을 보고 주한 미군에 근무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면서 “주한 미군 일원으로서 한반도 안보에 기여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 소위의 할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한 최초의 카투사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 공군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3대가 한미 군 소속으로서 지난 70년의 한미 동맹 역사에 함께한 것이다. 강 소위는 어릴 적 부모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미국 국적자가 됐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일반 회사에 다녔지만, 나를 위해 돈을 버는 경제 활동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지금 군복을 입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의 형도 미군 폭발물처리반(EOD)에서 11년째 근무 중이라고 한다.
“어텐~션, 발사대 이동!” 강 소위 인터뷰가 끝나자 스톤룩 여단장이 패트리엇 발사대를 부대 건물 밖으로 전개 배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점검을 마친 발사대를 제 위치로 옮기는 절차였다. 여단 대원들은 명령이 떨어지자 방탄 헬멧 등 복장을 착용하고 패트리엇 전용 차량과 발사대를 결합해 발사대를 밖으로 이동시켰다. 발사대는 돌도 철도 아닌 듯한 독특한 재질의 장벽으로 둘러싸인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간 공개된 패트리엇의 야전 훈련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스톤룩 여단장은 “패트리엇은 실기동 훈련뿐 아니라 가상 훈련 등 여러 방법을 통해 한국 국민의 생명과 자산을 공중의 위협에서 지키기 위해 주한 미군 공군뿐 아니라 한국군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트리엇은 냉전(冷戰) 시기 미국이 옛 소련(현 러시아) 등 적대 세력의 핵 미사일·전략폭격기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개발한 세계 최고 성능의 요격 미사일 시스템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막는 걸프 전쟁에 투입돼 이라크의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명중 요격하며 ‘총알로 총알을 잡는 총’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독일, 일본, 네덜란드, 폴란드, 그리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배치돼 여러 미 우방국의 ‘강철 지붕’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도 패트리엇을 전면 배치했다.
주한 미군에 패트리엇 운용 부대인 35여단이 배치된 것은 2004년부터다. 특히 패트리엇은 2017년 사드가 성주 기지에 배치된 이후 사드와 통합 운용하며 방어 역량을 대폭 키웠다. 패트리엇 레이더의 유효 탐지 거리는 최대 100~170㎞인데, 사드 레이더는 600~800㎞(최대 탐지 거리 약 1000㎞)로 훨씬 넓다. 패트리엇 미사일 체계가 사드 레이더를 활용하면 적 미사일을 좀 더 멀리서 빨리 포착할 수 있어 요격 대응 시간을 벌게 되고 그만큼 명중도 더 수월해진다. 한국 군 고위 관계자는 “사드와 패트리엇이 고고도와 중·저고도 방어를 책임지고 있다면,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천궁-2는 요격 고도 15㎞로 저고도를 맡고 있다”면서 “내년 ADD가 요격 고도 50~60㎞인 L-SAM을 개발 완료하면 한미 연합 방공망은 더욱 촘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톤룩 여단장은 “35여단은 아직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이미 한국군과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더 새로워진 방공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계기로 한미 연합 훈련의 수준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가을에 한미 연합 미사일 방어 훈련도 준비돼 있다”면서 “이를 통해 적의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한미 연합 방위 태세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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