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도 美와 헤어질 결심 중… GDP 대비 수출 비율 21%까지 낮춰

방현철 경제부 차장·경제학 박사 2023. 9. 2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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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전병서 소장이 말하는 ‘시코노믹스’의 미래
‘중국 시각’에서 중국 경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15일 인터뷰에서 “중국이 부동산과 투자, 그리고 수출로 성장하는 나라라는 건 오해다”라며 “서구 언론에서 제기되는 중국 부동산발 위기는 과장됐다”고 했다. 전 소장 뒤로는 미국 경제 대비 중국 경제 규모 추이 등을 나타내는 자료가 화면에 보이고 있다. /남강호 기자

중국은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 이후 본격적인 개방 정책을 폈다. 그 후 30여 년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2020년 코로나 봉쇄 등 여러 차례 중국 위기설이 제기됐지만, 실제 뚜렷한 경제 위기를 겪은 적은 없다. 최근 중국 부동산발 불안감이 커져 또다시 ‘중국 위기설’이 고개를 든다. 이번에도 위기설로만 끝날까.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정책인 ‘시코노믹스’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미국 등 서구 시각’이 아니라 ‘중국의 시각’으로 중국 경제를 봐야 한다는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을 지난 15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전 소장은 2000년대 중반 칭화대 MBA(경영학 석사) 유학 때 사귄 동기 230여 명과 메신저 웨이신(微信) 단톡방에서 지금도 소통하는 게 중국 시각을 아는 비결이라 했다.

- 중국 낙관론자로 불린다.

“낙관론자 아니다. 극중(克中, 중국을 이기다)하려면 먼저 지중(知中, 중국을 알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중론자라고 불러주면 좋겠다. 중국을 달로 비유해서 얘기하면,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이 보여주는 달의 앞면만 보고 있는데, 나는 중국이 보여주는 달의 뒷면까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중국, 3년째 부동산 손보기

- 먼저 중국 부동산발 위기 가능성부터 따져 보자.

“중국 자료를 보면, 부동산은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12%대밖에 안 된다. 서구 외신에 나온 30%는 과장이다. 이번에 부도 위기 말이 나왔던 중국 1위 부동산 업체라는 비구이위안은 부동산 100대 기업 중 점유율이 5.2%에 불과하다. 그간 문제가 불거진 헝다, 완다, 비구이위안 등을 다 합쳐도 점유율이 7%가 안 된다. 더구나 중국의 은행들 대부분은 국가 소유라 국가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은행 부도도 없다. 부동산발 위기는 과장됐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이 지난 15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중국 경제 패러다임 변화 등과 관련한 얘기를 하고 있다. 배경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정책 아젠다를 설명하는 슬라이드가 떠 있다. /남강호 기자

- 사회주의 통제 경제인데 왜 부동산 문제가 시끄럽나.

“중국은 토지가 모두 국가 소유다. 그 뜻은 부동산 투기 거품이 생기면 손을 대서 바로 끌 수 있다는 것이다. 과격한 비유를 하면, 서울 강남 집값이 많이 오를 경우 중국 정부라면 강남을 공원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거품을 빼는 기간은 9~16개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이번엔 2021년 이후 3년 가까이 길게 이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시진핑의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잘 살자) 달성이란 정치 어젠다가 강조되며 생긴 현상이다.”

- 왜 부동산이 타깃이 됐나.

“공동부유는 분배의 공평성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독점적으로 초고수익을 얻는 산업 세 곳을 손본다고 나섰다. 부동산, 플랫폼 기업, 사교육 업계다. 첫 번째로 때려잡은 게 부동산이다 보니, 계속 끌고 온 것이다.”

- 중국은 부동산과 투자 중심 성장 말고 대안이 있나.

“중국이 부동산과 투자, 그리고 수출로 성장하는 나라라는 건 서구의 오해다. 이미 소비와 서비스업이 주도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지금 소비의 GDP 기여도가 77%나 되는 소비의 나라다. 또 중국 경제를 40년간 이끌었던 제조업 기여도는 30%로 쪼그라든 대신 서비스업이 66%를 차지하고 있다. GDP 대비 수출 비중도 2006년 정점인 36%에서 작년 21%까지 떨어졌다.”

◇ 소비 살려야 시코노믹스 성공

- 케인스주의식 ‘돈 풀기’ 하면 안 되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DP의 13%인 4조 위안을 풀었다. 그걸 중국판 케인스주의라 얘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중국이 돈을 안 풀고 있냐 하면 그렇지 않다. 작년에 통화량을 두 자릿수 증가율로 풀었다. 그런데 부동산을 3년간 구조조정하다 보니 그 여파로 주식도 3년간 내리막이다. 이렇게 투자 심리가 죽었으니, 돈을 풀어도 다시 은행 예금으로 돌아 온다. 지난 1년간 예금이 30조 위안 늘었다. 지금 GDP의 25% 규모다. 이 돈이 소비와 서비스로 가지 못하면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 시코노믹스는 제 역할 하고 있나.

“2013년 시진핑 집권 후 중국이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를 얘기했다. 그 뜻은 전통 산업을 줄이고 신성장 산업으로 간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푼 4조 위안이 도로, 철도, 공장 등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들어가면서 철강, 화학, 석탄, 구리, 조선 등 전통 산업의 과잉 생산이 문제가 됐다. 그래서 ‘공급 측 개혁’으로 전통 산업의 엄청난 공급 과잉을 줄이겠다고 했다. 수십 개 되는 회사를 모아 전 세계 톱 5 안에 들어가는 회사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하는 식이었다. 이런 공급 측 개혁이 끝난 후 2021년부터는 수요 측 개혁 얘기를 하고 있다.”

- 수요 측 개혁은 무력해 보인다.

“겉으로 보기엔 코로나 때문이다. 수요 측 개혁으로 경제를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 2022년 전 세계 오미크론 확산으로 중국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좌절됐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공대 출신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 구성된 중국 지도부가 서비스업에 약하다는 게 더 문제다. 예컨대 과거 덩샤오핑은 프랑스에서 자동차공학을 공부했고, 장쩌민은 상하이교통대 전기과, 후진타오는 칭화대 수리공정과를 나왔다. 시진핑은 칭화대 화학과 출신이다. 제조는 명령이지만, 서비스는 감동이다. 과학기술로 중국인의 손, 즉 핸드폰을 통제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통제할 수는 없다. 정부가 서비스와 돈벌이에 맛들인 중국인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게 지금 중국 경제가 헤매는 진짜 이유라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의 소비심리가 최악인 게 그 방증이다.”

- 중국 경제가 내리막 시작하는 ‘피크 차이나’ 아닐까.

“미국과 서구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는 끝났다. 중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역할은 끝나겠지만, 소비와 내수 중심 성장은 이어갈 것이다. 지금 중국이 4~5% 성장할 경우 2년이면 한국만 한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진다. 단기적으로 보면 8월에만 28개 부양책을 쏟아냈다. 2002년부터 중국 경제를 계속 모니터링하는데, 한 달에 이렇게 많은 정책을 쏟아낸 적이 없다. 심리를 바꾼다면 반등 계기가 될 것이다.”

◇ 미국과 헤어질 결심 중?

- 미국은 중국에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제거)’ 전략을 쓴다. 중국도 같을까.

“중국도 미국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지난 6월 이후 미국 국무장관, 재무장관, 상무장관 등이 모두 잇따라 방중했지만, 아무 것도 얻은 게 없었다.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와 AI(인공지능)만 풀면 된다고 했지만 미국은 풀 생각이 없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 미국의 첨단 기술 봉쇄는 가능할까.

“미국이 1980년대에 일본을 좌초시켰을 때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공화당이 내리 3번 집권해 12년간 정책 일관성을 유지했던 게 비결이다. 기술 봉쇄는 10~15년쯤 계속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바이든 정부의 기술 봉쇄는 ‘신의 한 수’라고 보지만, 4년이나 8년 만에 목표를 이루긴 불가능해 보인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가능성도 봐야 한다. 만약 트럼프가 돌아오면 바이든이 했던 대중국 기술 봉쇄보다는 금융 개방 요구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한국은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내수 시장은 중국이 내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서 잡아야 하는 시장이다. 그러려면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경쟁력과 별도로 다른 시각도 필요하다. 첫째, 우리나라로 중국인을 끌어오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의료 관광 오면 한 명이 2000만~3000만원 쓴다고 한다. 차 한 대 값이다. 차 수출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있다. 미용, 의료, 성형, 공연, 패션, 관광 등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둘째, 무역 말고 투자로 돈 버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합작 투자 후에 그 회사를 중국 증시에 상장한 후 팔고 나오는 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코리아 브랜드를 심어야 한다. 이젠 조그만 업체 수백 개, 수천 개 들어가서 중국에선 안 된다. 미국에서 히트한 전기차, 차세대 휴대폰 등을 갖고 중국에서 코리아 브랜드를 심을 필요가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이 지난 15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정책인 시코노믹스가 걸어온 길과 미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시코노믹스(Xiconomics)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성인 시(Xi)와 경제학을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의 합성어로, 시진핑의 경제 정책을 뜻한다. 집권 초기 ‘신창타이(新常態)’에서 3기 집권 후 ‘공동부유(共同富裕)’로 정책의 초점이 바뀌었다.

☞전병서 소장은

경북대 출신으로 서울대 석사와 중국 칭화대 MBA(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푸단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의도 금융가에서 17년간 반도체와 IT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2005년 중국 유학에 나선 이후 18년간 중국 경제와 산업을 연구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중국 금융시장과 성장 산업이다. 저서로 ‘기술패권시대의 대중국 혁신 전략’ ‘중국 금융산업지도’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 100년의 꿈, 한국 10년의 부’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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