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구임대 30년’ 주거복지 차원 대책 찾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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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의 관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영구임대주택의 노후화 실태가 새삼 주목받는다.
부산의 영구임대주택은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이미 넘었거나 앞두고 있어 상태가 매우 열악하다.
영구임대주택 노후화 해법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정부는 2020년 3월 '주거복지로드맵 2.0'에 따라 영구임대주택 소형평형 통합과 리모델링 등을 위한 국비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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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의 관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영구임대주택의 노후화 실태가 새삼 주목받는다. 지난 주부터 시작한 본지의 집중보도가 계기다. 부산의 영구임대주택은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이미 넘었거나 앞두고 있어 상태가 매우 열악하다. 방문이나 화장실 출입문이 틀어져 잘 닫히지 않는 건 예사고, 낡은 보일러나 배관 때문에 온수가 잘 나오지 않거나 누수 곰팡이도 심각하다. 생활 불편을 넘어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정도다. 영구임대주택이 최약자 거주공간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책을 다시 한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에 지어진 영구임대주택은 북구 영도구 사하구 사상구 금정구 해운대구 등지에 총 20개 단지 2만6296가구나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9개 단지 1만5571가구, 부산도시공사(BMC)가 11개 단지 1만725가구다. 부곡지구 등 9개 단지는 이미 30년 넘었고, 학장1지구 등 11개 단지는 올해부터 차례로 30년을 맞는다. 민간 아파트였다면 벌써 재건축에 들어갔거나 절차가 시작됐을 상황이다. 노후 임대주택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이 처한 숙제다. 경제력이 여의치 않은 계층의 집 걱정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주거복지사업이지만, 1세대 주택의 내구 연한 도래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영구임대주택 노후화 해법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새로운 임대주택을 지어 기존 임대인들을 이주시키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조금이라도 삶의 질을 높이고 시간을 버는 방법이다. 그러나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막대한 사업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 주체인 LH나 BMC가 쉽게 엄두를 못 낸다. 정부와 정치권이 일부 나서기는 했다. 정부는 2020년 3월 ‘주거복지로드맵 2.0’에 따라 영구임대주택 소형평형 통합과 리모델링 등을 위한 국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사업 진행에 속도가 좀처럼붙지 않는다. 지난해 BMC 등 지방공사와 LH에 내려보낸 예산 3906억 원은 주변 민원, 발주 지연 등 여러 이유로 집행률이 3% 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올 예산은 대폭 깎였다. 재건축 범위와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후 임대주택 정비 특별법안’이 지난 5월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임대주택 거주자들은 대부분 노인 장애인 등 우리 사회 취약계층이다. 임차인이라는 한계 때문에 주택 상태에 대해 마음껏 주장하지도 못한다. 국비 지원이 가능한 리모델링 사업은 집행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신속하게 현장 보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인 해결책인 재건축은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늦어질수록 막대한 유지수선비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 임대주택의 면적이나 구조, 내구성이 민간 분양에 비해 지나치게 뒤처지는 문제도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 1세대 임대주택 건축 이후 30년 간 달라진 수요 욕구와 시대 상황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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