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 거리 먼 ‘노란버스’ 행정... ‘농막 규제’ 판박이인가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이른바 노란버스 파동이다. 처음 시작은 법 조문에 대한 해석이었다. 현장학습을 가는 이동을 ‘어린이의 통학’에 해당한다고 봤다. 따라서 어린이 통학버스만 이용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노란색 도색의 버스를 말한다. 지금까지 해오던 전세버스 대절 현장학습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가뜩이나 교권이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황에서 어느 선생님이 현장학습을 갈 것인가. 학교들마다 줄줄이 예약을 취소했다.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학교 안에서는 취소에 따른 위약금 부담을 놓고 갈등을 빚는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한숨이 나온다.
인천 초등학교들도 이번 가을 어린이들 현장학습을 준비해 왔다. 이를 위한 전세버스 예약이 2천326대에 이른다. 그러나 아이들 현장학습 이동이 적법 불법의 갈림길에 서자 취소 사태가 벌어졌다. 인천전세버스조합에 따르면 인천의 초교 80~90%가 올 가을 현장학습을 취소했다. 취소한 운송 비용이 13억3천900만원에 이른다.
인천 남동구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초부터 준비했다. 현장학습을 갈 장소와 전세버스 예약이다. 그러나 막상 2학기 들어서는 모두 취소했다. 최근 뒤늦게 국토교통부가 규정을 완화, 전세버스를 이용해도 된다고는 했다. 그러나 학교로서는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학부모들의 시선을 따갑게 느끼는 교권 상실의 시대 아닌가.
또 다른 학교의 사정은 노란버스 파동의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예약을 해 둔 전세버스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취소할 거면 빨리 취소해 달라”고 재촉한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전세버스들도 노란버스 때문에 가을 최대 성수기를 쳐다만 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세버스뿐만 아니다. 지자체와 민간의 체험학습장들 역시 날벼락이다. 예약을 받아 프로그램과 인력을 미리 마련해 뒀지만 되돌려야 할 판이다. 이에 따른 위약금 갈등이나 피해 보상 분쟁 등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왜 사서 이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나.
현장학습 이동을 ‘어린이의 통학’이라는 해석은 지난해 10월 나왔다고 한다. 이를 받아 경찰청이 지난 7월 구체화했다. 현장학습은 전세버스가 아닌 어린이 통학버스(노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시민의 눈에는, 1년에 1~2차례 현장학습이 꼭 ‘통학’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이번 노란버스 파동은 올 상반기의 ‘농막 규제’ 혼란을 떠올리게 한다. “한번이라도 농사를 지어 봤는가”라는 반발에 슬그머니 거둬들인 규제다.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시민 삶의 현장과는 동떨어진 고고한 행정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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