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제3당이 필요해”

김승환 2023. 9. 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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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제3당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양당이 선거제를 협상 중인 가운데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연동형 비례제 대신, 3당 출현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병립형 비례제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말이 나오자 민주당 의원 5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제 사수를 촉구하기도 했다.

3당을 말하는 의원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말하기 전에 왜 21대 국회 활동에 대한 반성부터 내놓지 않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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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제3당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A가 하소연하다 이런 말을 했다. 그간 당에서 몇몇 쟁점 법안을 만들고 그 처리 과정을 지켜보니, 거대 양당 구도가 쉬운 일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A가 이런 말을 한 건 이재명 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직후였다.
김승환 정치부 기자
정당 간 경쟁은 의회 민주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보니 양당 구도에선 1, 2당이 뒤를 보지 않고 싸우는 게 부지기수다. 과반 1당인 민주당이 여당일 때야 독주해도 결과물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법안을 밀어붙였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게 벌써 두 차례나 된다.

싸우기만 해선 되는 일이 없는 걸 알면서도 1당이나 2당이 먼저 손을 내밀 만한 정치적 여건 조성은 내년 총선 전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누가 나서 상대당에 양보하자고 했다간 자당에서 “배신자”, “간첩” 등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이미 물밑에서 공천 경쟁이 시작된 터라 현역의원은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그러니 의원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그 해결을 요구하는 건 어쩌면 크게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A가 3당을 얘기한 것도 이런 구조에선 1, 2당이 협치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3당이 있다면 1당이든, 2당이든 법안·예산을 논하는 데 있어 3당과는 대화해야 할 테고 그 과정에서 1, 2당 갈등 또한 자연스레 완화될 터다. 물론 3당이 어떤 정당이냐에 따라 그 역학관계가 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지만 ‘아무렴 지금보단 낫겠지’ 하는 게 요즘 국회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내년 총선에서 3당이 나오려면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일치를 골자로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필수다. 양당이 선거제를 협상 중인 가운데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연동형 비례제 대신, 3당 출현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병립형 비례제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말이 나오자 민주당 의원 5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제 사수를 촉구하기도 했다. 3당을 바라는 게 A 혼자만은 아닌 모양이다.

민주당 내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건 분명 박수 쳐줄 만한 일이다. 3당 등장을 도모하는 건 결국 자당 의석수 감소도 감내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당 지도부가 정말 선거제 협상 과정에서 기득권을 포기할 것이냐는 끝까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이 대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당내 강경파가 득세하는 현 상황만 놓고 보면 녹록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 중에 의아한 게 하나 있다. 3당을 말하는 의원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말하기 전에 왜 21대 국회 활동에 대한 반성부터 내놓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이 안 된다”며 3당의 부재를 탓하기 전에, 국회 과반인 168석(25일 기준) 1당 의원으로서 제 무능과 실책을 우선 고하는 게 상식일 텐데 말이다. 이들 민주당 의원 55명이 이름을 올린 기자회견문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민주당이 국민적 지지 속에서 정치개혁을 선도할 수 있도록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 그 진정성은 둘째 치더라도, 이들이 말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려면 극단적 대립이 일상화된 국회에 대한 최소 ‘절반의 책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할 테다.

김승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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