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실험 통해 더 먼 우주로… ‘다행성 종족’ 도전 본격화[세상 바꾸는 과학]
인도에 앞서 신흥 우주탐사국으로 떠오른 것은 중국이다. 21세기 들어 두 차례의 달 궤도선 운용, 세 차례의 달 착륙 임무를 연이어 성공적으로 마쳤다. 달 표면 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보내고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하는 등 중국의 우주 탐사 역량은 선도적인 수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달 착륙에 도전하는 나라는 더 있다. 2019년에는 이스라엘의 민간기업 스페이스IL이, 올 4월에는 일본의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달에 착륙선을 보냈다. 둘 다 착륙 시도 끝에 추락하고 말았지만, 그 경험은 다음 성공을 위한 자양분으로 쓰인다. 스페이스IL의 달 착륙선 설계 경험은 미국 민간기업의 달 착륙선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고, 아이스페이스는 두 번째 달 착륙선을 제작 중이다.
냉전 시대 소련의 맞수였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을 필두로, 월면에서의 다양한 탐사와 실험, 현지 자원 활용과 기지 건설까지 포함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의 달 탐사 계획과 대별되는 점은 민간산업의 영역을 달까지 확장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달 화물 수송선과 달에서의 통신 네트워크, 형태와 기능이 다양한 월면차와 로버 등의 개발에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러 나라가 앞다투어 달 탐사에 뛰어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달이라는 자연 그 자체를 탐사하기 위해서다. 달과 지구는 비슷한 시기, 비슷한 성분으로 생성된 이래 수십억 년간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다. 달에 남아 있는 태양계 역사의 흔적을 살피는 것은 곧 지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또한, 달 탐사는 인류의 정신적, 물리적 활동 영역을 지구 밖 천체로 확장한다. 대항해시대를 기점으로 인류 문명의 융성 양상이 크게 달라졌듯,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 삶의 판도가 바뀌었듯, 달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면 우리는 또 한번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이전에는 달까지 가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이제 막 시작된 ‘뉴 스페이스’ 시대는 달에서 다양한 실험에 도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화성과 같은 보다 먼 우주로 나아갈 역량을 기르는 게 목표다.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을 직접 활용하고 누비며 살아가는 ‘다행성 종족’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단계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2030년대에 달의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남극에는 연중 해가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많다. 거기서 얼어붙은 물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물이 생기는 즉시 승화할 수밖에 없는 달 표면에 얼음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도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지만, 물은 각종 생활용수의 원료이며 물을 분해해 얻는 수소와 산소는 발사체의 추진제이기도 하니 유용한 자원이다. 게다가 달 표면에는 희토류 원소도 많다. 지구에서 채굴 과정이 까다롭고 생산 효율이 낮은 일부 원소가 달에는 채굴이 용이한 형태로 존재한다. 많은 나라가 달 현지에서의 자원 활용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달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하며 한국형 달 탐사의 서막을 열었다. 달 궤도에 무사히 안착한 다누리는 달 100km 상공에서 달 표면과 주변 환경을 관측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인공위성과 다누리로 얻은 경험을 통해 우주 탐사 역량을 갖춘 나라로서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그 안에서 각자 페이스를 조절하며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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