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검객의 ‘AG 결승 리매치’…승자도 패자도 함께 웃었다

심진용 기자 2023. 9. 2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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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넘은 아우…남자 펜싱 사브르 오상욱 ‘금’·구본길 ‘은’
고생했어 오상욱(오른쪽)이 2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우승한 뒤 자신에게 패한 구본길을 포옹하고 있다. 항저우 | 연합뉴스
장준, 태권도 겨루기 58㎏급 ‘금’

5년이 지났고, 장소도 달라졌지만 결승 피스트 양 끝에 선 두 사람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두 검사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다시 만났다. 5년 전 결승에서 1점 차로 패했던 동생이 이번에는 형을 이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에서 오상욱(27)이 구본길(34)을 꺾고 생애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구본길을 15-7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14-15 패배를 갚았다.

오상욱이 먼저 2점을 냈다. 구본길도 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8-7, 오상욱의 1점 리드로 1라운드가 끝났다.

5년의 시간이 지난 탓일까. 오상욱이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구본길을 잔뜩 몰아붙였다. 2라운드 들어 오상욱은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내리 7점을 따냈다. 5년 전 치열했던 접전이 무색할 만큼, 오상욱의 압승으로 경기가 끝났다.

구본길이 웃으며 오상욱에게 다가섰다. 한국 펜싱 사상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4연패의 꿈이 무산됐고,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해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되겠다는 목표도 일단 무산됐지만 아쉬운 표정은 없었다. 구본길은 오상욱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경기 후 오상욱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나란히 선 구본길을 바라보며 “저는 이제 개인전 첫 금메달인데, 대회 3연패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을 하셨던 것”이라며 경의를 표시했다. 구본길은 “4연패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크다”고 화답했다.

5년 전 구본길은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도 오히려 눈물을 흘렸다. 병역 면제가 걸린 후배를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오상욱의 생각이 복잡할 법도 했다. 절친한 선배가 초유의 4연패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5년 전 구본길이 그랬듯, 올해의 오상욱 역시 피스트 위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의 승부가 빛났다.

한국은 이날 전통의 메달밭에서 순항을 이어갔다. 태권도에서는 겨루기 간판 장준(23)이 남자 58㎏급 결승전에서 이란의 마흐디 하지모사에이나포티를 2-0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에서는 남북한 간 막판 접전 끝에 역전 금메달을 따냈다. 정유진, 하광철, 곽용빈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남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1668점을 기록했다. 앞서던 북한이 막판 부진하면서 한국과 총점이 같아졌고, 두 팀의 운명은 10점 정중앙을 명중시킨 ‘이너텐’ 횟수에서 가려졌다. 39차례를 기록한 한국이 북한(29회)에 크게 앞서며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북한 넘고…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 ‘금’ 한국 남자 사격 대표팀 하광철, 정유진, 곽용빈(왼쪽부터)이 25일 항저우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미소짓고 있다. 한국은 2위 북한(1668점)과 총점은 같았지만, 이너텐(Inner Ten·10점 정중앙) 횟수에서 39회-29회로 앞서 금메달을 따냈다. 항저우 | 연합뉴스

항저우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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