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디센던트, 1년 만에 이뤄낸 일취월장
넥슨 신작 루트 슈터 '퍼스트 디센던트' 오픈 베타가 펼쳐진 일주일 동안 정신없이 즐겼다. 퍼스트 디센던트를 처음 플레이한 것은 작년 스팀 테스트다. 당시에는 몰입감 떨어지는 스토리, 어색한 모션, 부족한 타격감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기자 역시 가능성은 보았으나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테스트 이후 1년여간 개발자 노트를 통해 꾸준히 개선 방안을 공유해왔던 만큼 달라진 퍼스트 디센던트를 기대하며 오픈 베타를 플레이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에서 처음 도전하는 루트 슈터 장르치곤 정말 잘 만들었다.
기자는 데스티니 가디언즈를 굉장히 오랫동안 즐겼다. 초기 확장팩 '붉은 전쟁'부터 최근 확장팩인 '빛의 추락'까지 빠짐없이 플레이했다. 현재 진행 중인 마녀의 시즌도 불법 무기와 행운의 바지 빌드를 이용한 헌터 캐릭터로 열심히 플레이하는 중이다.
오픈 베타 기간 동안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단 한 번도 접속하지 않았다. 물론 오랜 시간 라이브 서비스로 담금질을 거듭한 데스티니 가디언즈와 퍼스트 디센던트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한국에서 처음 도전하는 루트 슈터 장르인 동시에 아직 정식 출시 버전도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식 출시 버전을 내세워도 데스티니 가디언즈를 뛰어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 테스트 대비 많은 개선이 이뤄지면서 완성도 또한 눈에 띄게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 정식 출시까지 루트 슈터 마니아들의 피드백을 잘 수용한다면 최고의 루트 슈터 게임은 아니라도 루트 슈터 장르 다크호스 정도로 떠오를 만한 게임이다.
■ 지난 테스트와 비교하면 뭐가 달라졌어?
가장 피드백이 많았던 모션이 대폭 개선됐다. 기존에는 첫 번째 점프 모션과 두 번째 점프 모션이 동일해서 이질감이 있었는데, 두 번째 점프에 도약 모션을 추가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파크루 모션도 함께 추가됐다.
'그래플링 훅'은 이제 원하는 위치에 그래플링 훅을 사용한 뒤 도착 직전에 좌우 방향 키를 입력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추가 이동 가능하다. 또한 중앙 조준점에 그래플링 훅 부착 가능 여부가 표시되어 직관적으로 사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총기는 사격부터 재장전, 처치, 피격 등 모든 사운드를 수정해 타격감을 개선했다. 또한 재장전 후딜레이가 감소해 곧바로 사격이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룬 시스템은 '개조 모듈'로 변경됐다. 코스트 내에서 계승자와 총기에 원하는 모듈을 장착 가능하다. 계승자 모듈에는 기본 모듈과 캐릭터 전용 모듈로 나눠진다. 기본 모듈은 체력 증가, 방어력 증가 등 기본적인 스탯으로 이뤄졌다.
반면 계승자 모듈은 장착 시 스킬 메커니즘이 변한다. 비에사의 얼음 족쇄 효과를 얼음 가시로 바꾸거나 샤렌의 충격탄이 스택형 스킬로 변경되는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 게임에 깊이를 더한 '계승자'
퍼스트 디센던트의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계승자다. 저마다 특색을 가진 10종의 계승자가 게임에 깊이를 더했다. 계승자는 알비온 NPC인 '아나이스'의 연구 의뢰를 통해 해금 가능하며, 연구 의뢰 시 골드와 특정 재료가 필요하다. 재료는 보이드 요격전 또는 특수 작전에서 획득 가능하다.
처음에는 "10명이나 되는 계승자 레벨을 언제 올리지"라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직접 해보니 레벨 업 과정도 매우 쉬웠다. 불모지 지역 특수 작전을 플레이하니 1시간 만에 40레벨을 달성했다.
지난 테스트, 시연기, 오픈 베타 모두 '프레이나'를 집중적으로 플레이했다. 프레이나는 독을 활용하는 딜러 캐릭터다. 독 탄환을 투척하거나 독 늪을 설치하는 등 단일, 광역 피해에 특화됐다. 또한 중독 효과를 보유한 적에게 총기 공격 시 추기 피해를 주는 패시브 스킬 덕분에 높은 대미지를 낸다.
이외에도 다양한 계승자가 존재한다. 파티원 보호에 특화되어있는 에이잭스, 적에게 빙결을 걸어서 행동 속도를 늦추는 비에사, 공격형 터릿과 치유형 터릿을 설치하는 제이버 등 계승자마다 콘셉트를 부여해 차별성을 높였다.
특히 고레벨 콘텐츠에서 파티원끼리 계승자를 조합하는 재미가 있다. 가령 보이드 요격전에서 빠르게 잡몹을 처치하기 위해 블레어를 기용하거나 특수 작전에서 비에사의 광역 빙결 능력을 활용하는 등 콘텐츠 성격에 맞게 파티 조합을 구성한다.
보이드 요격전에서 가장 많이 활용한 조합은 에이잭스, 버니, 제이버, 프레이나다. 에이잭스의 궤도 방벽으로 파티원을 보호하고, 제이버의 치유형 터릿으로 아군을 케어했다. 버니와 프레이나는 화력을 담당했다.
■ 협동의 재미 부각된 '보이드 요격전'
보이드 요격전은 오픈 베타 기간 중에 가장 재밌게 즐겼던 콘텐츠다. 보스마다 외형, 공격 방식, 속성이 모두 달라서 무기, 모듈, 계승자 등을 교체해가며 공략하는 재미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데스 카운트 3회 내에서 파티원들과 협력하며 보스를 공략해야 한다. 대부분의 유저가 보스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며 패턴 파훼법을 연구하고 합을 맞춰가는 재밌었다.
특히 그래플링 훅이 전투의 긴박감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보이드 요격전은 전반적으로 개방형 전장이다. 엄폐물이 있긴 하나 보스의 공격이나 패턴 몇 번이면 대부분 파괴된다. 엄폐물이 없는 곳에서 그래플링 훅을 이용해 높은 지형으로 이동하거나 회피하는 등 어그로를 분산하는 과정이 레이드에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점도 보였다. 같이 보이드 요격전을 즐기던 파티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부분은 탄창 부족이었다. 고위력탄이나 특수탄이 부족한 경우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탄 개수가 적을뿐만 아니라 대미지가 높은 총기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콘텐츠를 즐기는 내내 일반탄이 매우 부족했다. 일반탄은 돌격 소총, 기관단총 등 유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총기에 필요한 탄이다. 돌격 소총 기준으로 보유할 수 있는 탄 개수는 최대 400발이다. 정신없이 보스를 공략하다 보면 순식간에 일반탄을 모두 소진한다. 보스들이 주기적으로 소환하는 잡몹을 처치하면 회복 키트와 보급 탄창이 드롭된다. 그러나 일반탄은 드롭률에 의심이 들 정도로 보기 힘들었다.
■ 총평 "루트 슈터 마니아가 인증한 원픽"
오픈 베타가 시작하자마자 정신없이 퍼스트 디센던트를 즐겼다. 다가오는 오픈 베타 종료가 아쉬울 정도다. 기자는 앞서 시연을 통해 달라진 퍼스트 디센던트를 미리 플레이했다. 그러나 직접 1레벨부터 라이브로 육성해 보니 느끼지 못했던 장점과 보이지 않았던 단점들이 보였다.
시연 버전 플레이 당시 부족해 보였던 콘텐츠는 오히려 넘쳐났다. 메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계승자 해금, 궁극 무기 파밍, 모듈 파밍, 특수 작전, 보이드 요격전 등 즐길 거리가 많았다.
스토리는 여전히 아쉽다. 180도 변한 프롤로그와 더빙으로 몰입감을 충분히 끌어올렸으나 이후 이어지는 퀘스트 진행 방식이 너무 단조롭다. 해당 지역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진행도를 달성하는 방식이 게임 내내 반복됐다. 그마저도 "이 미션이 도대체 철의 심장을 찾는 임무랑 무슨 연관이 있지?"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그럼에도 퍼스트 디센던트는 출시를 앞둔 수많은 게임 중에 단연 원픽이다. 1년 만에 수많은 피드백을 훌륭하게 개선해 완성도를 높인 점만 봐도 개발진이 얼마나 진심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지적한 문제들을 개선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루트 슈터 마니아로서 완성된 퍼스트 디센던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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