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그림, 버튼으로 만듭시다”…LG전자가 ‘자문단’을 활용하는 법
MZ세대·X세대·베이비부머까지
다양한 세대로 구성해 5년째 운영
“제품 아이콘을 자꾸 버튼으로 착각하고 누르게 되네요. 아예 버튼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떨까요?”
“모델명이 다양한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모델명이 뭘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있도록 해주세요.”
LG전자는 소비자의 쓴소리와 생활밀착형 조언을 듣는 고객자문단 ‘엘업(L.UP)’을 2019년부터 5년째 운영해오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LG전자 엘업 자문단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X세대(1970년대생), 베이비부머 등 전 연령대에 걸쳐 있다. 본인만의 생활양식이 뚜렷한 소비자를 기수마다 약 40명씩 선발한다. 구성원은 가정주부, 인플루언서 등으로 다양하며, 청각장애를 지닌 자문위원도 있다.
현재 4기까지 누적 150여명이 상품 기획과 제품 개발 등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제품을 향한 잔소리와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일종의 ‘레드팀’(허점이나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는 조직)인 셈이다.
엘업 자문단 8명은 지난달에도 류재철 H&A사업본부장을 만나 LG전자 가전의 아쉬운 점과 바라는 점, 타사 제품의 장점 등을 털어놨으며 9월에는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주요 제품 담당 임원들과도 만났다.
이들의 피드백은 철저히 일반인 눈높이다. 엔지니어·기획자 등 사내 유수의 전문가들이 놓친 부분을 잡아내는 역할이다. 한 자문위원은 “제품을 사러 갔는데 모델명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긴 한데 뭐가 다른지 모르겠더라”고 토로했다. LG전자의 TV만 해도 올레드, QNED, 나노셀, 울트라 등 그 기능과 성능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가 있는데,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해당 모델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집에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 리모컨이 너무 많아 모든 걸 제어할 수 있는 ‘통합 리모컨’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2~4주 정도 미리 가정에서 시제품을 사용해본 자문단의 조언이 출시 전에 반영되는 일도 적지 않다. M9 물걸레 청소기의 경우 “예약 청소 시 주행 초반에 청소가 덜 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와 개발팀은 물걸레를 충분히 적신 후 주행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언더싱크 정수기’(사진)도 사소한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사례다. 한 자문위원이 시제품을 사용하면서 ‘라이팅 픽토’(제품에 새겨진 아이콘)를 작동 버튼으로 착각하곤 한다는 불편사항을 지적했다. 예컨대 ‘정수’라는 글자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는데, 그 윗부분의 물방울 그림을 누르는 일이 잦다는 것이었다. 이에 개발팀은 ‘차라리 아이콘을 버튼으로 만들자’며 실제로 작동하도록 구현했다.
LG전자는 2021년부터는 북미 지역에서도 매년 30명씩 선발해 고객자문단을 운영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북미에 출시하는 무선청소기는 한국과 달리 러그·카펫을 애용하는 고객 특성을 반영해달라는 의견 등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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