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SNU 팩트체크’ 지원 중단…가짜뉴스 압박에 발 빼나

전지현 기자 2023. 9. 2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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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서 줄곧 “좌편향” 공격
제휴 언론 “알 권리 보장을”
네이버 “사업적 측면 개편”

네이버가 팩트체크 탭에서 ‘SNU(서울대)팩트체크’와의 제휴를 26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SNU팩트체크는 제휴 언론사들이 독립적으로 취재한 팩트체크형 기사를 검증 결과와 함께 센터 홈페이지와 네이버에 게재하는 서비스다. SNU팩트체크의 제휴사 기자들은 “가짜뉴스가 논란이 되며 팩트체크 중요성이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이를 지워버리려는 결정을 내렸다”며 네이버에 재고를 촉구했다.

SNU팩트체크센터 제휴사 팩트체커 일동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네이버에 유감을 표하며 뉴스 홈에 팩트체크 기능을 유지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32개 언론사가 SNU팩트체크와 제휴를 맺고 있다. 각사 팩트체크 담당 기자들은 불편부당성 및 비당파성 견지 등 ‘SNU팩트체크 원칙’에 따라 기사를 생성한다. 독립적으로 기사를 내지만 일관된 검증 원칙을 공유하는 것이다. 검증 결과는 6단계(거짓·대체로 거짓·사실 반 거짓 반·대체로 사실·사실·판단 유보)로 나뉘는데, 근거 자료가 링크 등 출처와 함께 제시된다. 네이버 뉴스 홈에 따로 게시 공간이 마련된 것은 2018년 1월29일부터다.

팩트체커 일동은 “32개 제휴 언론사들은 매체의 종류나 이념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망라돼 있으며 지금까지 4700개가 넘는 팩트체크 기사를 생산해 네이버를 통해 시민들에게 제공해왔다. 기사 검증의 근거 수가 2017년 평균 0.5개에서 2023년 평균 8개가 된 것만 보아도 지난 6년간 팩트체크의 질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드러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성공적으로 유지되어온 팩트체크 코너를 중지하겠다는 결정에 분노와 탄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여당은 SNU팩트체크가 좌편향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지난 1월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와 한국언론학회,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가 결탁해 팩트체크를 가장한 보수 진영 공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NU팩트체크센터 등에 지원금을 지급한 배경을 명확히 밝히라”고 네이버에 요구했다. 매년 10억원 규모 금액을 SNU팩트체크·한국언론학회에 지급하던 네이버는 지난 8월 말 모든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팩트체커 일동은 “숱한 정치적 오해와 공격을 버텨내며 저널리즘의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보수를 지향하지도, 진보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팩트를 지향한다”고 했다. 이어 “네이버 뉴스 홈에 팩트체크를 존속시켜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지속돼야 하고, 이는 플랫폼 기업의 마땅한 의무”라고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통화에서 SNU팩트체크와 계약이 종료됐을 뿐 팩트체크 탭을 없애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짜뉴스를 방치하겠다는 것이 절대 아니며, 오히려 팩트체크 섹션을 강화 개편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SNU팩트체크 분석을 거친 기사를 서비스했다면, 앞으로는 각 언론사마다 [사실은] 등으로 팩트체크 팻말을 단 기사들을 모두 모아 서비스할 예정으로 이전보다 대상 매체나 기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 측은 개편 이유에 대해 “사업적 측면과 관련된 것이라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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