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숙한 ‘커뮤니티 워리어’가 많아져야
지난 8월25일부터 9월3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갈수록 심화되는 남남갈등과 요원해지는 남북 평화·통일에 대한 우리의 모습을 평가하며 성찰할 수 있는 연극 <아는 사람 되기>가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연극은 북향민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 분단 트라우마, 정치 양극화 현상 등 세 개의 주제로 언제부터, 어떠한 이유로 대한민국 사회가 갈등과 분열로 얼룩지게 되었는지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연극에선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남남·남북 갈등 극복 방법에 대한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아는 사람 되기’라는 연극명을 통해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해 알아가려는 태도와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은 우리에게 불필요한 불안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남남갈등의 본질은 남북갈등이지만 남남갈등이 남북통일의 걸림돌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분단으로 생긴 이러한 생채기를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연극명과 같이 나와 다른 집단에 있는 타자와 아는 사람이 되면 서로가 갖고 있는 편견과 오해가 사라져 공동체의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
여느 사회문제가 그렇듯 갈등 극복을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불안의 감정이 만연한 대한민국에 갈라치기와 혐오를 조장하는 인물이 아닌 두려움 없는 시대를 여는, 경계 만드는 것들을 경계하는 정치인 양성과 함께 그러한 인물을 알아보는 시민들의 안목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미디어에 의해 증폭된 의혹과 실제 위험 요소를 구분해 대응하고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상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공론장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혐오와 갈등을 증폭하는 양극화 문제가 비단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세계적 이슈이기에 누군가에겐 이러한 주장이 진부하거나 유난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양극화 극복을 통한 사회통합과 함께 통일이라는 미션을 갖고 있다.
네트워킹 문화가 발달한 미국·유럽 국가들과 문화적 차이가 있기에 이러한 모델이 한국 사회에 온전히 자리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분단 이후 사실상 섬나라가 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사고가 더 이상 갇히지 않도록 위기감을 갖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익명성에 숨어 활동하는, 감정 배설 말고는 남는 것이 없는 ‘키보드 워리어’가 아닌,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성숙한 ‘커뮤니티 워리어’가 한국사회에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금초롱 한반도평화연구원 선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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