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정훈 대령 항명’ 몰아간 해병대 수사, 바로잡고 문책하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이 행사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24일 공개한 통화 녹취에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해병 1사단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수사단의 초기 수사를 두둔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사령관은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령)에게 “우리는 진실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면서도 다만 국방부가 나중에 항명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통화는 박정훈 대령이 항명죄로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된 지난달 2일 이뤄진 것이다. 이후 상황은 김 사령관이 예견한 대로다. 김 사령관은 적어도 사건 초기 박 대령에게 잘못이 없다고 믿었던 듯하다.
박 대령 변호인은 25일 경찰 관계자가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이첩받은 수사 자료를 윗선의 결정으로 다시 국방부에 넘겨주게 될 것 같다. 우리도 영문을 모른다’고 말한 내용도 소개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로부터 수사 자료를 회수해간 지난달 2일과 이튿날 경찰 관계자가 해병대 수사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이 자료들은 부당한 수사 개입이 있었다는 박 대령 주장에 힘을 싣는 정황 증거이다. 박 대령 측은 이날 국방부 검찰단장 직무 배제를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하는 수사지휘요청서를 제출했다. 외압을 받고 실행에 옮긴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 항명 혐의를 수사하는 것은 수사 공정성 측면에서 맞지 않다는 것이다. 타당한 문제제기라고 본다.
젊은 해병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졌어야 할 이번 수사에 외압 정황이 드러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해병대는 수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예정 2시간 전에 돌연 취소했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수사 결과를 결재해놓고 하루 만에 번복했다. 이 장관이 ‘혐의 사실을 적시하지 말라’고 지시했는지를 놓고 장관과 군 검찰의 말이 엇갈린다.
이 모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길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법과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국방부는 박 대령의 부당한 보직해임을 취소해야 한다. 해병대 사령관·경북경찰청장 등 외압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공수처는 외압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국가 수사 자원을 엉뚱한 데 허비하지 않는 가장 좋은 길은 외압 행사자가 솔직하게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해병대 사령관이 말한 것처럼 결국 “자기 발목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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