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와인스토리] 비유 텔레그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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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P(샤또네프-뒤-빠쁘) 최고의 리유디(lieu-dit, 포도밭) 라크로(la Crau)는 19세기 말까지 경작이 어려운 자갈투성이 황무지에 불과했다.
1891년 이뽈리뜨 브뤼니에(Hippolyte Brunier)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에 포도나무를 심어, 라크로 최초의 포도밭을 일구었다.
라크로에만 70헥타르 포도밭을 소유하여, 비유 텔레그라프 라크로 20만병과 텔레그람 12만병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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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P(샤또네프-뒤-빠쁘) 최고의 리유디(lieu-dit, 포도밭) 라크로(la Crau)는 19세기 말까지 경작이 어려운 자갈투성이 황무지에 불과했다. 1891년 이뽈리뜨 브뤼니에(Hippolyte Brunier)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에 포도나무를 심어, 라크로 최초의 포도밭을 일구었다. 주변에서 가장 높이 위치한 이 포도밭에는 전기통신 발명가 끌로드 샤쁘(Claude Chappe)가 1821년에 설치한 전신기가 있었는데, '오래된 전신기'라는 의미의 '비유 텔레그라프(Vieux Telegraphe)'가 자연스럽게 와이너리 명칭이 되었다.
라크로는 이전 칼럼에서 설명했던 CDP를 구성하는 5개 마을 중의 3개(샤또네프-뒤-빠쁘, 꾸르떼종, 베다리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다. 라크로 토양은 론계곡이 형성되기 오래전에 알프스 빙하가 녹으면서 남겨진 두툼한 둥근 자갈층을 통해 여과된 특별한 미네랄리티를 와인에 제공한다. 2차세계대전 이후 브뤼니에 가문 4대째인 앙리(Henri) 브뤼니에가 와인너리를 55헥타르 규모로 키우면서, 도멘 뒤 비유 텔레그라프 스타일을 창조하여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와이너리로 발돋음했다.
1980년대 초반에 5대 브뤼니에 형제가 와이너리를 이어받았다. 1998년에는 남부론 2곳의 20헥타르 인수, 135헥타르(포도밭 25헥타르)를 소유한 지공다스(Gigondas) 도멘 레 빨리에르(Pallieres)를 합자 형태로 인수했고, 레바논에도 50헥타르의 마싸야(Massaya) 와이너리를 공동 창립했다. 2002년에 비유 텔레그라프의 세컨 와인을 텔레그람(Telegramme, 전보)으로, 2011년에 남부론 방뚜(Ventoux) 와인을 메가폰(Megaphone, 확성기)으로 출시하면서 '메시지 전달'의 의미를 이어갔다. 라크로에만 70헥타르 포도밭을 소유하여, 비유 텔레그라프 라크로 20만병과 텔레그람 12만병을 생산한다. 2015~16년에는 6대 브뤼니에 사촌 둘이 와이너리 운영에 참여해서 130여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시음 와인은 총 5종이었다. 소량 생산하는 화이트 라크로(2.5만병)는 워낙 수요가 많아서인지 판매 리스트에도 없었고, 보다 더 적은 생산량(1.4만병)이지만 명성이 덜한 끌로 로껫뜨(Roquete) 2020년을 맛보았는데 깔끔하고 신선했다. 레드는 지공다스 도멘 레 빨리에르의 2019년 2개 와인, CDP 라크로와 삐에롱(Piedlong) 2020년을 만났다. 삐에롱에는 CDP 최고가 와인을 생산하는 샤또 하야스(Rayas)의 옆 포도밭 삐낭(Pignant)에서 재배된 무르베드르(Mourvedre) 10%가 섞여서인지 매력적이었다. 판매 와인리스트에 라크로 빈티지는 2020년 외에도 작년 8월에 마셨던 2014년이 있어서 반가웠다. 셀러마스터의 설명은 2020년은 저장용, 2014년은 바로 마시라는 용도라지만 재고떨이 아닐까 살짝 의심도 했다.
보르도나 부르곤뉴 와이너리와는 달리, 와인 외에도 도멘에서 생산한 올리브 오일을 판매하기에 흥미로워서 맛을 보았는데, 상큼·신선하고 쌉싸름하면서도 독특한 풍미가 매력적이었다. 한국에 가져갈 와인 2병(레 끌라벨, 아템포)은 이미 샀기에, 가성비도 있고 짐으로 가져가기에 0.5리터 유리병보다 내용물을 더해도 무게가 덜 나갈듯해 보이는 알루미늄 용기에 담긴 1리터를 구입했다. CDP 이후에 방문을 이어간 지중해변 와이너리들에서 올리브나무를 숱하게 마주치면서 후회도 했지만, 집에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때마다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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