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단원 보려고 공연 찾는 인기 오케스트라가 목표죠"

남상현 기자 2023. 9. 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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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5개월 맞는 대전시향
여자경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 인터뷰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영입된 여자경 지휘자가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여성 지휘자의 약진은 세계적 추세다. 최근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는 핀란드 출신 안나 마리아 헬싱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조아나 말비츠를 첫 여성 상임 지휘자로 각각 임명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옥사나 리니우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145년 역사상 첫 여성 지휘자가 됐고, 한국인 지휘자 김은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음악감독이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지휘자는 여전히 낯설고 드문 경우로 여겨진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이하 대전시향)은 지난 5월 여자경 지휘자를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영입했다. 대전시향과 여 지휘자의 인연은 지휘자 선정을 위한 테스트 연주를 제외하고는 단 1회 공연만 있었을 뿐이다. 그것도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마스크를 쓴 채 진행된 정기연주회였다.

하지만 대전시가 대전시향 차기 지휘자로 여성을, 게다가 여자경 지휘자로 선택한 결정은 파격이라기보다는 '그럴 만했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취임 5개월, 관객층이 고정적인 대전시향 연주회에 최근 새로운 관객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여자경 효과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20일, 신인 음악회를 앞두고 만난 여 지휘자는 "연주자들이 대전시향과는 첫 무대인 만큼 유익한 음악회가 될 수 있도록 100% 맞출 것"이라며 "긴장하고 떨려서 지적한 내용이 잘 고쳐지지는 않지만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연습 안 해오는 어린 협연자들에게 엄격한 적도 있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엄마 마음'이 됐다"라는 설명이다.

-음악을 다루는 지휘자에게 음악 외에 어떤 소양이 더 필요한가요.

지휘는 '못 한다, 잘한다'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지휘자라면 모두 지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무리 맞는 말을 하더라도 지휘자가 싫으면 단원들은 안 한 거든요. 사람 간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는 단원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좋아해야만 가능합니다. 지휘자에게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기본이고, 다양한 경우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과 인내심도 요구됩니다.

-대전시향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소감은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주제로 일한다는 점에서 여느 교향악단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객원 지휘와는 달리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단원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할 테고, 가장 최우선으로 두는 책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 교향악단의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인가요.

연주력은 당연한 숙제이고, 동시에 인기 있는 교향악단이 됐으면 합니다. 오케스트라도 홍보가 중요합니다. 이전보다 인기 있는 방향으로 레벨업 하는데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인기 있는 교향악단은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

아무리 먼 곳이라도 팬들이 좋은 연주자의 공연을 찾아가는 것처럼, 교향악단의 연주를 찾아가는 것이겠죠. 지휘자를 보러오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교향악 안 단원들이 스타가 되는 시대입니다. 어느 교향악단의 어떤 주자 보러 연주 간다는 거죠. 그 때문에 대전시향 연주자에게 스타성을 만들어주는 것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인기가 있으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연주의 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인기는 중요합니다.

-교향악단과의 호흡은 잘 맞춰지고 있나요.

취임 5개월인데, 단원과의 호흡은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 적어도 1년은 함께 해야 '척하면 척'인데, 아직 수석을 비롯한 단원 공석이 많아 순도 100% 대전시향이라고 할 수 없어요. 제 임기 내에는 다 채워지겠죠.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요.

같은 곡을 연주해도 지휘자 한 명 바뀌면 그 내용이 많이 바뀝니다. 오케스트라 역량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 만들기에 비유하자면) 주어진 재료와 그 재료의 신선도 내에서 최대한 맛있는 식탁을 차려내는 게 지휘자의 임무이죠.

-임기 2년은 지휘자의 의지를 관철하기에 너무 짧지 않을까요.

큰 계획을 실현할 수 없는 기간이긴 하지만 이전과 똑같이 갈 수는 없겠죠. 지휘자의 색깔이 가미돼야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선곡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기획연주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 연주회마다 관객이 달라서 관객들이 소화할 수 있는 곡인지를 우선 봅니다. 또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어려운 곡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성취감 또는 보람을 충족할 수 있는가도 고려합니다.

-최근에는 지휘자가 지휘만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연주회에서의 곡해설이나 다양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매우 좋아합니다. 특히 찾아가는 음악회는 음이 제대로 들리기 위해서나 악기 보존의 제약이 있어서 아무데서나 할 수 없지만 대전시향의 1년 공연 약 80여 회 중 40회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어떤 무대 생각하시나요.

최근에는 관객들이 젊은 지휘자나 협연자만 너무 보고 싶어 하세요. 그러다 보니 묵묵히 연주만 열심히 하던 중견, 원로 음악가들의 무대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오케스트라도 기교만 뛰어난 젊은 단원들로 채우는 것보다는 연륜 있는 중견 연주자들과 함께 섞여야 잘 굴러가게 돼 있습니다. 세대를 아울러 뛰어난 연주자를 소개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음악을 느낀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리허설을 하면서 비슷한 감정이 모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는 이미 작곡가가 만들어 놓은 상황이기도 하죠. 상황에 따라 몸짓이나 말투가 각각 다른 것처럼 연습할 때에도 표정과 두 손의 움직임, 상황에 맞는 눈 맞춤을 하면서 감정을 나누게 됩니다. 그것이 지휘자의 일이기도 하고요.

-대전시향을 아끼는 대전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각각의 오케스트라는 특유의 음색이 있기 마련이지만 지휘자에 따라 신기할 정도로 달라지기도 합니다. 대전시향에 오래오래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여자경 지휘자. 사진 김영태 기자

여자경 지휘자는

여자경 지휘자는 한양대 음대 작곡과(학사), 지휘과(석사) 출신이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대학에서 지휘학 학·석사, 음악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단국대 음대 겸임교수,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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