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30조 방산수출, 눈 뜨고 놓칠 건가

최갑천 2023. 9. 2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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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을 대변하는 접두사가 'K'다.

하지만 방산만큼 접두사 K가 적절한 산업이 있을까 싶다.

"폴란드뿐 아니라 핀란드 등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유럽 국가들의 전쟁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최근 폴란드 방산전시회를 다녀온 K방산 기업인의 전언이다.

폴란드가 빠르게 한국산 무기로 무장하자 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들도 K방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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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30조 방산수출, 눈 뜨고 놓칠 건가
글로벌 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을 대변하는 접두사가 'K'다. 여기저기서 K가 남용되는 지경이다. 하지만 방산만큼 접두사 K가 적절한 산업이 있을까 싶다.

건국 이래 한국의 방산기술이 세계에서 이토록 주목받은 적은 없었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주요 국가들은 재래식무기 감축에 돌입했다.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유럽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 강화 물결이 들불처럼 번졌다. 그 중심국가가 폴란드다. 우크라이나와 접경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전방 나라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군비 재무장에 도화선이 됐다. 푸틴의 공세가 언제 자신들에게 향할지 모를 일이다. "폴란드뿐 아니라 핀란드 등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유럽 국가들의 전쟁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최근 폴란드 방산전시회를 다녀온 K방산 기업인의 전언이다.

유럽의 군비 강화는 공교롭게도 분단국가 한국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지난 8월 15일 폴란드 국군의 날이 그 하이라이트였다. 이날 폴란드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그 가운데서도 FA-50 경전투기, K2 전차, K9 자주포가 압권이었다. 모두 우리 방산기업들이 개발해 수출한 최신예 무기들이다. 폴란드가 빠르게 한국산 무기로 무장하자 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들도 K방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시 없을 K방산의 특수가 이제 시작됐다. 특히 한국과 폴란드의 2차 방산 수출계약(EC2)이 목전이다. 수출 규모가 최대 30조원으로 1차 때의 두 배를 넘는다. 계약이 성사되면 단군 이래 최대 방산 수출 성과다. 그런데 이 중요한 계약이 백지화 위기다. 수출입은행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수은법은 동일차주에 대해 자기자본의 40~50%를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폴란드 2차 수출계약분의 신용보증 규모는 7조원 안팎이다. 전체 계약의 절반도 안 된다. 신용한도 확대 없이는 2차 계약이 불가능한 구조다. 수은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만 쳐다보다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 골든타임은 한달도 남지 않았다. 폴란드 총선이 다음달 15일이다. K방산에 우호적인 집권여당이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서 있지만 장담할 수 없다.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재정적자를 문제 삼는 야당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한국산 무기 도입 반대가 정치 이슈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산 무기 의존에 부정적인 여론도 커지고 있다.

경쟁국들도 호시탐탐 유럽 방산시장을 노리고 있다. 독일 주요 방산업체인 라인메탈은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 전차와 장갑차를 수출했고, 생산기지도 구축했다. 미국 록히드마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하이마스를 적극적으로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주요국에 수출하고 있다.

발빠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획재정부 등 행정부가 '폴란드 맞춤형 패키지 금융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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