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약속파기 李, 공소장 보고 구속 예상했나
지난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녹색병원에 입원함과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백현동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청구했다.
현재 제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하여 필자는 구속영장은 기각되지 않고 발부된다고 예측한다.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국회에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점쳤지만 필자는 가결을 예측했고, 이를 맞춘 경험을 토대로 그 이유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이 대표가 녹색병원으로 입원한 날까지만 해도 동정여론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범야권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하였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듯 한 그림도 그려졌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병문안을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국 국회에서의 방탄을 목적으로 진행된 19일간의 단식이 실속 있는 단식이었다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틀이 지난 20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청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게 된다. 모두들 당황했고 의아했으며, 방탄에 고민 중이던 의원들마저 등을 돌리게 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21일 국회본회의에서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결과가 연출되었고이를 두고 많은 이들은 희대의 자충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변호사이며 전과 4범의 전력이 있으며 누구보다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유무죄 여부에 빠른 판단력을 갖고 있다. 필자가 추측한 바로는 지난 18일 검찰의 공소장이 공개된 후 20일까지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중앙지검의 공소장을 꼼꼼하게 분석했을 것이다. 그래서 입원 층수도 공개되지 않는 녹색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자신의 형사변호에 만전을 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대장동 공소장과는 질적으로 수준이 다른 공소장에 매우 당황했을 것이다. 필자가 본 이번 백현동·대북송금 공소장은 이전 공소장보다 확실히 탄탄하고 구성이 잘 되어있으며, 관련자들의 진술도 매우 알차게 잘 준비돼 있었다. 필자가 느낀 부분을 이 대표와 측근들도 느꼈을 것이고, 이러한 비상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했던 이 대표는 결국 희대의 자충수를 두고 만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사즉생, 죽으려 하면 살고, 생즉사,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말을 남겼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대표와 그의 강성 지지자들은 이순신 장군에 빗대어 흉내 내기를 즐겨했다. 하지만 결국 이 대표는 살려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였고, 이는 석 달 전 국민들에게 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으며 죽는 길을 택하는 것이었다. 결국 왜 하는지도, 진짜로 단식을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진정성 없는 단식의 말로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마저 진정성 없는 외침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 18일부터 20일까지 이번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는 매우 위험하며, 이대로라면 구속영장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대표는 동정여론이 극에 달한 시점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면서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달라는 구차한 목숨구걸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언론에 조폭 김성태는 알지도 못한다, 이화영이 스스로 대북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김인섭과는 연락이 끊어졌다는 등의 변명들이 검찰의 공소장 앞에서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 확인한 것이다.
26일 이재명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유창훈 판사의 개인적 성향이나 인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박영수 특검과 이성만 의원에 대한 영장기각 경력, 윤관석 의원에 대한 영장발부 경력 등 지금까지 판결한 사건에 대한 분석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법조인인 필자로서는 한 명의 법관이 헌정사에 길이 남을 거대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있어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오랜 수사를 통해 하나 하나 쌓아올린 결과물인 검찰의 공소장이 범죄에 대한 소명을 얼마나 잘 해 줄 수 있으며, 증거인멸의 위험성을 얼마나 잘 말해줄 수 있는지 여부이며 이에 대한 평가가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필자의 예측대로 구속영장은 발부될 것이며, 이는 헌정사에 길이 남을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문제는 다시 한 번 더 예측해야 할 부분이 남았다는 것이다. 당대표의 구속은 궐위가 아니라 사고라는 점에서 이 대표가 구속이 된다 하더라도 대표직은 그대로 유지되고, 이 대표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옥중공천이 가능한데, 과연 이 대표는 옥중공천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이다.
총선을 앞 둔 민주당은 잃는 것이 많지만 이 개인은 잃을 것이 없다. 오히려 본인의 측근들인 친명계 의원들을 앞장세워 자신의 성을 더욱 공고히 구축할 수 있다. 과연 지금까지 뭐 하나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 준 적 없던 이 대표가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가 죽는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민주당에 대한 이 대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구속 이후 당대표직 사퇴를 통해 민주당이 쇄신하고 개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결국 단식도 방탄도, 모든 결론은 진정성이라는 한마디로 귀결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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