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시진핑의 첫 G20 불참 ‘자충수’ 됐나] 글로벌 사우스 맹주 입지 굳힌 모디, 對中 견제망 확대한 바이든

이주형 기자 2023. 9.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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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왼쪽부터) 인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월 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승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자책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빅딜(Modi’s Triumph, Xi’s Own Goal, Biden’s Big Deal)”

블룸버그통신은 9월 9~10일(이하 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회의에 불참함으로써 G20 위상을 흔들어 주최국 인도가 부각되는 순간을 막으려 했던 시 주석의 전략이 오히려 인도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 미국과 신흥국 간 긴밀한 관계 구축에 도움을 줬다는 얘기다.

이전까지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후 단 한 차례도 빠짐 없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왔다. G20에 신흥국이 포함된 만큼 미국, 영국 등 서방 선진국이 이끄는 주요 7개국(G7)을 견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불참 결정을 한 것은 중국을 대체할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인도의 성장세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 외에도 일본·영국·호주 등 G20 주요 회원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점, 중국 경제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 등도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정상회의 첫날 G20의 공동선언 합의를 도출해 내면서 중국 대신 ‘글로벌 사우스(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의 개발도상국)’ 맹주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중동·유럽을 철도와 항만으로 연결하는 다국적 인프라 건설 합의를 끌어내며 시 주석의 트레이드마크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견제 행보를 본격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월 23일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경제난, 내·외부 갈등 속 이례적 불참 결정

시 주석이 G20 뉴델리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9월 4일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서 공식화됐다. 리창(李强) 총리가 대신 참석할 예정임을 밝힌 마오 대변인은 그 배경을 묻는 말에 “G20은 국제 경제 협력의 중요한 행사이며, 중국은 항상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로이터통신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은 이에 대해 “중국의 성장 속도가 둔화된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인도에 힘을 보태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참석했더라도 개최국인 인도의 위상만 높여주는 ‘들러리’ 역할은 거부했을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최근 국제 무대에서 외국으로 직접 가는 방식보다 외국 인사를 중국으로 불러들이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올해에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등 인사들이 중국을 방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황제 놀이’에 빠진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경제난으로 리더십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 개발 업체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사태를 겪고 있다. 중국 경제는 2분기 성장률이 6.3%에 그치는 등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지만, 인도는 7.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중국은 인도를 포함한 주요 회원국들과도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인도와는 국경 문제로 무력 다툼을 벌일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은 9월 9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인도가 G20 의장국 지위를 악용해 지정학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과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문제, 영국·캐나다·호주 등 서방과는 소수민족 인권 탄압 문제 등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8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원로들에게 “사회가 혼란스러운데,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쓴소리를 들은 것이 G20 정상회의 불참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내정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체면을 구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앞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시 주석이 비즈니스 포럼에서 예정돼 있던 연설을 취소한 배경에도 돌발 질문이 나올 경우 체면이 깎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부재 기회 삼은 모디·바이든

전 세계 개도국의 맏형을 자처해온 중국 최고 지도자의 불참은 ‘G20의 위상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인도와 미국이 정상회의를 주도하는 계기가 됐다.

통상적으로 정상회의 공동선언은 회담 일정 마지막에 발표될 것으로 여겨진다. 애초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이슈를 놓고 회원국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동선언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예상을 뒤엎고 회의 첫날 공동선언 합의를 발표했다. 여기에 모디 총리가 아프리카연합(AU)의 G20 합류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사우스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도상국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백악관은 9월 9일 미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프랑스·독일·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 정상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India- 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트레이드마크인 일대일로에 맞서는 다국적 인프라 건설 구상이 미국 주도로 출범한 것이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취임 첫해인 2013년 9월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에서 ‘실크로드 경제 벨트 공동 건설’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구상을 처음 제시한 프로젝트다.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경제 벨트를 만들어 공동 번영과 협력의 시대를 열겠다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부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중국 견제 공동 전선을 확대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구상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항구들을 연결하는 ‘진짜 빅딜’”이라며 “더 안정되고 번영한 중동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의 빈 자리는 필연적으로 인도와 미국이 차지할 공간이 됐다”라며 “모디 총리는 미국, 유럽과 함께 세계 무대에서 중국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아냈다”고 분석했다.

Plus Point
10년 만에 기로에 선 中 ‘일대일로’
G7 유일 가입국 이탈리아 탈퇴하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9월 10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올해로 10년이 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이탈리아가 탈퇴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이 이를 막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해온 국가다. 이탈리아 탈퇴가 현실화한다면, 중국의 글로벌 경제 구상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리창 총리는 9월 9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났다. 리 총리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는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라며 “내년 양국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 20년을 맞아 협력을 더 강화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 발표문에서 직접적으로 일대일로가 언급되진 않았지만, 일대일로 참여 유지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멜로니 총리는 “중국과 양자 간 틀에서 교류와 대화를 강화하길 바란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9월 10일 “아직 일대일로 탈퇴를 결정하진 않았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탈리아의 탈퇴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그간 이탈리아 내부에서 사업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 데다, 최근 미국이 일대일로 대항마로 내놓은 IMEC에도 동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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