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곳이 도산한다...바람 앞 촛불된 건설사
25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부터 9월 22일까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40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211건) 대비 두 배 가까이 많고, 지난 2006년(435건) 이후 최대치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 건설사 1.5곳이 사업을 접었다는 의미다. 시·도별로는 경기가 92곳으로 가장 많았다. 뒤 이어 서울(65건), 전북(30건), 부산(28건), 충남(24건), 경남(22건)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국원건설은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번 달에도 대우산업개발과 동흥개발이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삼호건설과 굿모닝토건도 회생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건설사의 폐업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분양 감소가 지목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 기간 분양 물량은 13만5181가구로, 지난해 동기(25만2190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연말까지 예정된 분양 물량을 더해도 24만1608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37만1052가구)보다 13만가구 가까이 줄어드는 것이다.
아파트가 아닌 다른 주거시설 건설시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건축착공면적은 4058만6000㎡로 파악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39.9% 축소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지난 2009년 1~7월 이후 최저치다.
공종별 착공면적을 보면 주거용이 약 41% 쪼그라들었다. 비주거용은 39% 가까이 줄었다. 비주거용 중에서는 상업용이 44%, 공업용이 32% 감소했다.
건설 수주도 105조5000억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21.9% 빠졌다. 공공은 3.1%, 민간은 27.4% 감소했다. 건설 수주는 건설경기의 선행지표와 다름이 없어 건설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원자잿값 및 인건비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도 건설업계의 자금난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중소·중견 건설사에서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대형 건설사로까지 PF발 경영난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주 ‘디폴트의 공포: 레고랜드 그 후 1년, 건설업은 정말 생사의 기로에 있을까’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PF 우발 채무가 과도한 건설사들이 리스크 대응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차입금이 많은 건설사에는 자본 확충과 신용 보강을 권고하며, 재무 부담과 사업 진행 추이 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차환에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신평의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 보증이 존재하는 15곳의 PF 보증액은 총 27조7000억원이다. 이 중 23%가 3개월 내, 39%가 3~12개월 내, 60% 이상이 1년 내 만기에 도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공사 현장은 줄고, 신규 수주도 없고, 결국 건설업체들이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건설업 경기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통계상으로도 그런 상황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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