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 현대홀딩스에 3100억 투자…현정은 우군으로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3. 9. 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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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50% 확보해 공동 경영
추석 직후 계약 체결 전망

현대엘리베이터 모회사 현대홀딩스컴퍼니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서 3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다. 2대 주주 쉰들러홀딩스의 공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PEF를 파트너 삼아 경영권을 안정화 하려는 차원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홀딩스컴퍼니는 PEF 운용사 H&Q에서 3100억원의 투자를 받기로 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양측은 추석 이후인 10월 초 SPA를 맺고, 11월 말께 잔금 납입을 비롯한 거래를 종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H&Q는 현대홀딩스컴퍼니의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게 되며, CB·EB·RCPS는 각각 조건에 따라 현대홀딩스컴퍼니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투자로 H&Q가 실질적으로 현대홀딩스컴퍼니 지분 50% 상당을 갖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양사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요 경영 사항을 함께 논의·결정할 방침이다.

현대홀딩스컴퍼니 주식은 100%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91.3%)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자산은 현대엘리베이터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주식 27.77%를 들고 있다.

H&Q가 현대홀딩스컴퍼니에 투자하는 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에서 대주주 측 지원군 역할을 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에는 KCGI 자회사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까지 현대엘리베이터에 주주행동을 개진하며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서 6월 현대그룹은 H&Q를 현대홀딩스컴퍼니 지분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세부 조건을 조율해왔다. H&Q는 국내 주요 대기업과 다양한 인수·합병(M&A)을 함께 수행하며 '경영권 안정화'에 정통한 운용사로 이름을 알려왔다. 일동제약과 하이마트의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HL그룹(옛 한라그룹)의 만도 인수에서도 자본을 지원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전체 3100억원 가운데 1100억원은 H&Q가 운용 중인 4호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해두지 않고 모금부터 하는 펀드)에서 충당한다. 나머지 1000억원은 인수금융(M&A를 위한 대출), 1000억원은 프로젝트 펀드로 조달한다. H&Q는 해당 투자로 12~20% 상당의 연환산 내부수익률(IRR)을 겨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올해 3월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 측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최종 패소해 대규모 배상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H&Q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수백억 원대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모양새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는 미래에셋증권과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5월과 7월 각각 1000억원, 300억원 규모로 체결한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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