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100개 중 37개 알면 '최선의 선택' 가능하다 [반은섭의 수학을 디자인하다]

2023. 9. 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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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반복되는 선택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가 한 말입니다. 선택지의 정보를 모두 준다면 전체를 비교해 결정하면 되지만 대부분은 불완전하거나 잠재적 정보만 주어질 뿐입니다.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문제 상황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떠난 여행지에서 숙소를 고르기 위해 순서대로 둘러본다. 한 번 지나친 곳은 돌아갈 수 없다고 할 때 가장 좋은 선택을 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이와 유사한 '비서 문제'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비서 한 명을 뽑는 공고를 냈더니 여러 명이 지원했다. 인사 담당자가 접수번호 순으로 면접하고, 합격 여부를 그 자리에서 알려준다. 불합격 통보 시 재심사는 없으며 합격자가 결정되면 나머지 사람의 면접은 취소된다. 가장 좋은 비서를 뽑기 위해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이 문제는 수학의 오래된 '최적 정지 이론(Optimal Stop Theory)'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정보를 탐색한 후에는 멈추고 결단을 내리는 게 최선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라는 것은 과연 몇 번일까요?

이 이론에 따르면 탐색을 멈춰야 하는 비율이 37%입니다. 비서 지원자가 100명이라면 37명까지 면접해 최고점자를 정한 후 선택은 하지 않고, 38번째부터 최고점자 이상인 사람을 택해 면접을 종료하는 것입니다. 후보 100명을 다 확인한다거나 앞사람을 찾아 돌아갈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선택의 기회는 제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결과를 활용하면 최고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전략도 세울 수 있습니다. 결혼 적령기에 20명 정도와 만날 수 있다고 가정하면 37%인 7~8명을 선택의 기준으로 마음에 담아둡니다. 그다음부터 만나는 사람 중 기준 이상이 되는 이성을 고른다면 최선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만나게 될 사람 수가 정확하지 않다면 기간으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결혼 적령기를 25~40세로 생각한다면 이 기간 37% 정도에 위치한 30~32세에 만나는 사람이 최고의 배우자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방법에는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만나게 될 사람이 몇 명인지 미리 알 수 없다는 점과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확률이 40%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수학자는 최근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인간이 심리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을 분류한 후 유형에 따른 탐색 비율과 성공 확률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선택이라는 심리적 영역을 수학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인간의 선택에 정답은 없겠지만, 오늘도 최선의 선택을 갈망하며 하루의 문을 열어봅니다.

[반은섭 '인생도 미분이 될까요' 저자·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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