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정상화’ 이란-사우디 외교 전쟁은 지금부터…이스라엘·핵무기 놓고 신경전

손우성 기자 2023. 9. 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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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국 중재로 외교 정상화 합의했지만
라이시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안 될 것”
빈살만 “이란 핵무기 갖게 되면 사우디도 보유”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중재로 외교 정상화에 합의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동 최대 앙숙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각종 현안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특히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유명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례적으로 언론을 통해 상대방을 겨냥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양국의 진짜 외교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방영된 미 CNN 인터뷰에서 “사우디를 포함한 아랍 국가들과 ‘시오니스트 정권’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시오니스트 정권은 이스라엘을 의미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이란은 미국과 사우디, 이스라엘과 모두 대척점에 서 있다.

미 폴리티코는 “라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국명 대신 시오니스트 정권이라고 불렀다”며 “이스라엘과 이웃국가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계획이 무너지길 바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은 앞서 2020년 미국 중재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바레인, 모로코 등이 이스라엘과 화해하자 이들을 ‘배신자’라고 칭하며 거세게 항의한 바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2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사우디는 이란 핵무기를 걸고넘어졌다. 사우디 실권자인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20일 공개된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국가든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사우디도 똑같이 이를 보유해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회복을 원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민간 핵 개발 프로그램 지원을 대가로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핵무기 개발용으로 보고 거부하는 상황이다.

이에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이란에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선언했다”며 “그것(핵무기)을 믿지도 않고 보유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이 유엔의 핵 사찰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은 서방이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리야드(사우디 수도)와 테헤란(이란 수도)은 수교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불신은 팽배하고 핵무기 문제는 양국 긴장감을 계속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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