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경기 살아난다지만 “14억 인구 모두 동원해도 빈집 못 채워”

이종섭 기자 2023. 9. 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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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전장시의 한 건물 위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로고가 세워져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장기간 침체됐던 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주택 공급 과잉이 심각한 상태여서 14억 인구를 모두 동원해도 빈집을 다 채울 수 없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중국 주요 은행들이 25일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주택 구매자들에 대한 금리 인하에 들어갔다고 CCTV 등이 보도했다. 동시에 주택 구입시 최초 불입금(계약금) 비율을 낮추는 조치도 이날부터 시행됐다. 계약금 비율 인하는 주택 구매자들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조치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된 가운데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시장이 더욱 얼어붙자 내놓은 경기 부양책의 일환이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달 25일에는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사람도 주택을 구매하려는 지역에 현재 가족 명의의 주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최초 주택 구입으로 간주해 동일한 조건으로 대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주택 구매자에 대한 세금 혜택도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역에 따라 존재하던 주택 구매 제한도 대폭 완화된 상태다.

정부의 시장 부양책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조금씩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연구기관인 베이커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각종 부양책이 발표된 이후인 9월 셋째주(11∼17일)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4대 1선 도시의 주택 거래량이 50% 가량 증가했고, 2선 도시들의 거래량도 30% 정도 늘어났다. 또 주택 시장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KMI 지수가 1선 도시에서 65까지 올라갔고, 2선 도시 KMI 지수도 49로 5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KMI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고, 50 아래면 수축 국면에 있는 것으로 본다. 베이커연구원은 이를 수요가 왕성해 거래가 계속 증가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여전하다. 허컹 전 중국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지난 23일 한 행사에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빈집 문제를 부동산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관련 기업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 공급 과잉으로 빈집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고 14억 인구를 모두 동원해도 빈집을 채울 수 없을 것”이라며 “전문가들마다 추산하는 숫자가 다르지만 극단적인 경우 현재 빈집이 30억명이 살기에도 충분할 정도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많은 집을 비워놓고 부동산을 개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면서 “부동산 기업은 일찌감치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커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 내 1선 도시의 주택 공실률은 평균 7%지만, 2·3선 도시의 공실률은 각각 12%와 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중소도시의 경우 공실률이 최대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했다.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주택 공실률은 10% 이내로 유지되는 것이 합리적이며, 10%를 넘으면 공급 과잉으로 인한 재고 적체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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