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SNU팩트체크' 지원 중단…가짜뉴스 프레임 압박 통했나

금준경 기자 2023. 9. 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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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네이버 'SNU팩트체크' 지원 중단 및 서비스 종료
팩트체커들 "팩트체크 중요성 커지는 시기에 비상식적 결정"
네이버 "사업적 측면 내린 결정, 자체 팩트체크 서비스 운영할 것"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국민의힘이 네이버가 지원하는 SNU팩트체크 서비스를 비판한 가운데 네이버가 SNU팩트체크 지원을 중단하고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해 비판이 제기됐다. 네이버는 SNU팩트체크와 계약이 만료된 것일뿐 팩트체크 기사 모음 페이지는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26일 네이버 뉴스 섹션 내 SNU팩트체크 서비스 운영을 종료한다. 네이버는 지난 8월말 SNU팩트체크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기금 지원을 중단했다.

SNU팩트체크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언론사들과 협업하는 비영리 서비스로 언론사 32곳이 참여하고 있다. 언론의 팩트체크 보도를 비교할 수 있고 근거자료를 명시하도록 하는 등 자체 기준을 마련해 운영해왔다. 현재 네이버 뉴스란 우측 상단 배너 등을 통해 SNU팩트체크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 네이버는 매년 1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해왔다.

▲ SNU팩트체크 로고

급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및 지원 중단 소식에 제휴매체 기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SNU팩트체크에 참여한 팩트체커들은 25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네이버의 일방적인 '팩트체크' 종료는 공익을 위해 언론사와 플랫폼이 함께 만들어온 사회적 산물을 파괴하는 것이며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일”이라며 “팩트체크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팩트체크를 지워버리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팩트체커들은 숱한 정치적 오해와 공격을 버텨내며 저널리즘의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보수를 지향하지도, 진보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팩트를 지향한다. 진실에 복무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 네이버가 답해야 할 차례”라고 했다.

네이버는 관계자는 “계약 만료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는 점 양해바란다”며 “네이버 뉴스는 각 언론사에서 생산한 양질의 팩트체크 기사를 모아볼 수 있는 페이지를 26일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25일 오전 콘텐츠제휴 언론사에 팩트체크 코너 개편 소식을 알렸다. 언론사가 팩트체크 기사로 등록하면 네이버가 모아서 배열하는 방식이다.

네이버가 사업적인 측면의 판단이라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이 SNU팩트체크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가운데 이뤄진 결정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60억 원의 뒷돈을 대고 '뉴스 영역'에 판을 깔아준 SNU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의 팩트체크 사업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은 “최근 1년 동안 윤석열 정부 및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한 SNU팩트체크센터의 검증 건수는 총 162건으로 부정비율은 79%인 반면 민주당 대상 검증 건수는 총 81건, 부정비율은 57%에 그쳤다”며 “지극히 편향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비판 팩트체크가 많았던 건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SNU팩트체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 출범 이후 5년 간 가장 많은 팩트체크 대상이 된 인물은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나타났다. SNU팩트체크의 20대 대선 팩트체크 결과를 보면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팩트체크 결과가 나온 건수는 이재명 후보 27건, 윤석열 후보 30건으로 두 후보 간의 차이가 미미하다. SNU팩트체크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등 보수 언론사들도 제휴를 맺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7년 SNU팩트체크의 팩트체크로 인해 명예가 훼손되고 대선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했으나 형사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고 민사소송은 패소했다.

네이버는 언론사가 '팩트체크' 기사로 등록한 기사를 배열하는 서비스로 개편할 예정이지만 SNU팩트체크와 차이가 있다. SNU팩트체크는 제휴 언론사들이 자율적 기준을 만들고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왔다. 실제 자체 규정을 마련해 운영한 결과 검증 과정에서 기사당 제시된 근거자료 수가 2017년 평균 0.5개에서 2023년 평균 8개로 늘었다.

▲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지난 1월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60억 원의 뒷돈을 대고 '뉴스 영역'에 판을 깔아준 SNU팩트체크센터, 한국언론학회의 팩트체크 사업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진=미디어오늘 유튜브 캡처

앞서 문재인 정부 때 팩트체크 사업을 통해 만든 시민참여 팩트체크 플랫폼 팩트체크넷의 예산이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로 급감해 지난 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정부여당의 압박 이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운영이 지난 5월 잠정 중단된 일도 있다. 제평위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공동 언론 제휴 심사 기구인데, 국민의힘에선 제평위가 편향됐다고 주장해왔다. 제평위 잠정 중단을 통보하는 회의 당시 외압을 받은 것이냐는 한 운영위원의 질문에 네이버 관계자는 “맞는 말이다. 일단 외풍 이런 용어를 쓰셨는데, 정치권도 물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주체 중 하나”라며 “여러 부분을 종합한 결과”라고 했다.

최원석 미디어리터러시 활동가는 “팩트체크 코너가 점점 더 중요한 시기가 오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판단은 유감스럽다”며 “정치적 계산이 앞선 결정이 아니라면 왜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용어를 써가면서 정치적으로 사용을 하고 있는 이 시기에 팩트체크 서비스를 없애고 지원을 중단하는 건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최원석 활동가는 “네이버는 팩트체크 서비스를 그동안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고 적극 홍보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협력을 해왔다”며 “대통령이나 정부가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고 비판적인 언론 보도나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주장을 그 프레임에 가둬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팩트체크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알 권리를 위한 필수적 정보”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가짜뉴스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통위는 허위정보를 유포한 매체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조치를 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통신심의 대상을 확대해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신문 심의를 공식화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가짜뉴스 대응 방안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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