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논란의 본질[오후여담]

2023. 9. 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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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흉상 이전 방침을 철회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엔 '민족의 장군 홍범도' 평전을 쓴 작가를 양산의 평산책방으로 초청해 북콘서트를 열었다.

재임 중이던 2021년 8월 홍범도 유해 봉환을 위해 카자흐스탄에 공군기를 보냈고,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안장식에도 참석했으며, 2018년 육사 생도 교육관 정중앙 현관 앞에 홍 범도 외 김좌진·지청천·이범석·이회영의 흉상을 설치토록 해 국군이 독립군·광복군을 계승하고 있으며 육사 역시 신흥무관학교를 뿌리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던 문 전 대통령으로선 예견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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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흉상 이전 방침을 철회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엔 ‘민족의 장군 홍범도’ 평전을 쓴 작가를 양산의 평산책방으로 초청해 북콘서트를 열었다. 재임 중이던 2021년 8월 홍범도 유해 봉환을 위해 카자흐스탄에 공군기를 보냈고,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안장식에도 참석했으며, 2018년 육사 생도 교육관 정중앙 현관 앞에 홍 범도 외 김좌진·지청천·이범석·이회영의 흉상을 설치토록 해 국군이 독립군·광복군을 계승하고 있으며 육사 역시 신흥무관학교를 뿌리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던 문 전 대통령으로선 예견된 행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을 ‘친일파’로 몰아대는 데 여념이 없는 야권으로선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은 호재다.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여론 조성 작업도 없이 갑자기 불거져 나온 홍범도 흉상 이전 이슈는 여권이 능력에 맞지 않게 전선을 지나치게 확대한 것으로, 정치적으론 패착으로 보인다. ‘봉오동·청산리 대첩의 영웅 홍범도 장군’으로 기억하는 여권 지지자들의 등을 떠미는 것이나 다름없다. 판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홍범도의 소련공산당 입당을 문제 삼아 공산주의자를 육사 교정 안에 둘 수 없다는 사상·이념 논쟁으로 끌고 간 것도 잘못이다. 1920년 봉오동전투 때 이미 52세였던 홍범도가 항일투쟁 일선에서 물러난 1927년에 공산당에 가입한 것을 문제 삼는 건 억지스럽다. 김일성과 북한 정권 수립, 6·25전쟁에 연관되지 않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까지 폄훼하는 건 자해나 다름없다.

홍범도 논란의 본질은, 육사가 독립군만을 숭모하고 전범으로 삼으면 우리의 주적이 북한이 아니라 일본이 되는 관념과 정서를 장차 육군의 동량이 될 생도들에게 심어 줄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걸 강조해야 한다. 우리의 분명한 주적은 100년도 넘은 과거에 독립군을 때려잡던 일본이 아니라 하루가 멀다고 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핵 공격을 위협하는 북한이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한미·미일 동맹이 굳건한 상태에서 일본이 우리를 침략할 것이란 우려는 망상이다. 문 대통령 때 육사 필수과목에서 6·25전쟁사를 뺀 것도 주적관을 흐릿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이 모든 논란을 만든 문 전 대통령의 원죄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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