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현재 증시 조정은 '예상된 조정'....10월 방향 전환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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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
위기보다 기회
예상된 조정
8월, 9월 한국, 미국 증시는 약세를 보이는 계절성의 전형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있다. 연초 이후 7월까지 성과가 좋을 경우 계절성 확률은 더 높지만 조정의 폭은 제한적인데, 9월 하반월의 통계적 수익률이 가장 저조하다. 시장별로 보면 조정 형태는 한·미 증시 모두 유사하지만, 코스닥과 나스닥 하락 폭이 좀 더 큰데 이는 7월까지 상승 폭에 대한 차이 때문이다. 섹터 별로는 크게 상승했던 이차 전지 업종과 AI 관련 반도체 업종이 하락을 주도하며 하락 폭이 매우 컸는데, 삼성전자의 경우는 개인투자가들의 추종 매매로 향후 5년 이상의 이익을 미리 반영할 정도로 큰 거품을 형성했기 때문이고 후자는 IT 반도체 설비 투자 축소로 하반기 이익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10월은 방향 전환이 기대됨에도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할 지표 및 변수들이 많아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중국 주식 팔아서 미국 주식 매수
중국 부동산 시장 및 내수 소비 부진에 더한 불투명한 경제 구조로 최근 18개월간 외인들은 25조의 중국 주식을 매도한 대신 인도, 한국, 대만 시장으로 이동했으나 최근에는 미국 주식 매수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미국 주식이 15% 상승했지만 이머징 시장의 평균수익률이 2%에 그치고 있는 수급 요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9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 의하면 최근 가장 핫했던 매매가 미국 빅텍 섹터 매수와 중국 주식 공매도였는데 역발상 관점에서 보면 반대의 경우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좀 더 이어질 수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지난주 기준으로 6조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서 현재 미국 주식에 대한 부담을 반영하고 있지만 역으로 시장의 조정이 마무리되면 MMF 자금의 주식시장 이전을 기대할 수 있다.
유가 90달러 돌파
OPEC+의 감산으로 유가는 90달러를 돌파했고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를 둔화시킨다. 미국은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코어 인플레이션을 중시하지만, 여전히 제품 가격 인상과 개인 가솔린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무시하기 어려운 원인을 제공한다. 특히 글로벌 주식 투자가들의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유가는 인플레이션의 주요 구성 요소라는 사고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공급망과 서비스 가격이 더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하다. 유가와 주가의 과거 20년 추이를 살펴보면 유가 90달러는 글로벌 증시에 경고의 시작 시점이고 100달러를 넘어서면 위험 범위에 해당한다. 중국의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작아서 원유 수요 급등은 기대되지 않지만, 인도, 동남아 국가가 원유 수요를 대체할 전망이어서 증산이 없이는 유가가 하락하기도 쉽지 않은 국면이다.
유가 포함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경로는 고용 추세와 더불어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 정책의 주요 변수이다. 주요 연구 기관의 유가 연말 전망이 90달러로 올라가고 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하향 추세이다. 주거비 하락은 상수화되고 있고 고금리 지속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 고용 둔화로 인한 임금과 서비스 물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Fed의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지만 큰 폭으로 증가한 유동성과 Fed의 정책 개입으로 미국 경제는 연착륙과 제한된 범위내에서의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새로 부각되는 불안정 요인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여전히 안고 있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예상보다 저조
4분기 증시 회복에 몇 가지 불안정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미 공화당의 반대로 학생 대출에 대한 상환이 재개된다면 9월 이후 학생들의 개학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또한 미 정부 예산의 새 회기 시작일인 10월 1일 이후 예산집행이 일시 중지되는 정부 셧다운이 진행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바이든 정부의 사법부 무기화에 대한 트럼프 진영의 항의 표시로 12개의 실행 법안을 하원에서 지연해서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 노조의 파업도 자동차 생산에 영향을 주게 된다. 위 3가지 모두가 GDP 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투자가들의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Fed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금리 인상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미국 경제
Fed 의장이 단언했듯이 리세션은 오지 않고 미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Inverted Yield Curve) 현상이 더 이상 리세션을 수반하지는 않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과거에는 금리가 오르면 자동차, 가구 등 내구재 소비가 줄어들고 고용이 줄어드는 제조업 경제였다. 금융기관들은 단기 예금을 모아 장기 이자로 대출해 주었기 때문에 일드커브 역전기에 살아남는 것이 과제였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 경제는 서비스업 경제로 변해 버렸다.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리 많은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주택담보 대출은 저금리 시대에 실행된 고정금리 기준이다. 여전히 자산 가격(부동산, 주식, 채권)은 이자율에 영향을 받지만, 대출 금융기관은 헤지 수단이 있고 대기업들은 현금이 많아서 높은 이자의 혜택을 받게 되는 등 높은 이자 환경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여기에 미정부가 올 초 지방은행 사태에 준비한 백스톱과 같은 시스템 방어 능력을 갖추게 되어 경제의 경착륙을 막을 수 있다.
조심스러운 Fed
Fed의 향후 3년간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다소 조심스러운 면이 있으나 큰 변화는 없다. 섣부른 장담으로 21년의 실책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으면서 경기를 연착륙으로 이끌기 위한 고심이 엿보이는데 이에 대한 해석은 중립적일 것이다. 물론 내년 4번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투자가들 입장에서 2번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현실 자각의 순간을 맞이하며 일단 매도하는 상황이 전개되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Fed의 국면 관리 능력이 제고되고 있다. 결국 Fed는 좋은 정책을 유지할 준비가 되어 있어 보인다.
위험지표
월스트리트 위험 지표인 VIX은 증시가 2개월 동안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역사적 평균인 20을 훨씬 하회하는 14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VIX 옵션 만기는 30일이지만 최근 동향이 당일 만기가 되는 옵션에 많은 거래량이 몰리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결국 30일 이내로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미 기업의 강한 이익 흐름이 예상되고 Fed의 금리 인상이 거의 마무리되었다는 의미를 더 높게 해석하고 있다는 간접증거다. 파월의 장이 언급했듯이 소프트 랜딩은 아니더라도 급격한 경기하강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되고 연말 회복장 혹은 강세장으로의 복귀를 기대하게 하는 의미이다.
장기적인 위험 요인
미 자동차 노조의 70년 만의 파업은 향후 글로벌 노동 시장의 전환을 의미한다. 향후 주 4일 32시간 근무가 방향성으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굳어지는 계층 간 소득 격차로 인한 갈등으로 노조의 협상력이 지속해서 강화될 수 있다. 물론 AI 혁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부정적인 효과를 일부 중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자유 진영과 중국 러시아의 패권주의 진영과의 갈등으로 리쇼어링이 추세로 자리 잡으면 물류 공급망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원의 확대로 인한 추가 비용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의 고착화가 장기적인 경제 운용의 장애 요인으로 영향을 확대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장기적으로 에쿼티 프리미엄을 낮춤으로써 주식의 상승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소이다.
주식시장에서 장기 통계의 의미
예상했던 조정이 오더라도 기간이 길어지거나 낙폭이 커지면 심리적 불안감은 증폭된다. 예상외의 큰 장기 악재가 추가로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이 요구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장기간 검증되어 온 통계 지표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장기 통계에는 기본적인 변수와 기술적인 변수 외에도 도도히 흐르는 탐욕, 두려움을 포함하는 투자 심리가 모두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을 시시각각으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단기적인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948년 이후 미 S&P 500 기준으로 강세 시장 전환 후(이번은 23년 6월 7일) 1년 수익률은 평균 11.5%이었으며 1982년 이후 Fed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마지막 금리 인상 후 8개월 후 평균 수익률은 8%, 첫 금리 인하까지 평균 수익률은 13%이었다. 6번 중 5번이 상승했지만, 리세션이 동반한 1991년은 예외였는데 Fed 예상대로 리세션이 오지 않는다면 상승이 예상되지만 비교적 높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한다면 속도 조절과 상승 폭 둔화를 고려해도 될 것이다. 결국 Fed 금리가 5% 이상에서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달려있다.
10월 주식시장
10월은 가끔 1987년 블랙 먼데이 같은 악재가 터지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내는 달인 동시에 주식투자 황금기인 1월까지 지속되는 연말 장세를 시작하는 달이다. 중국 시장 투매가 다소 진정될 수 있는 국면이라 선진시장 대비 신흥시장이 불리하지 않다. 한국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 전환해서 비교적 좋은 환경이다. 중국의 금리 인하와 경기 회복 정책은 한국의 대기업 수출에 긍정적이다. 원화 환율 1300원대는 외인이 한국 증시에 참여하기 좋은 여건이다. 큰 폭의 조정을 경험한 이차 전지 섹터도 공매도 청산을 등에 업고 반등을 모색할 수 있고 메리츠금융지주의 상승 사례를 경험한 수익성 좋은 저평가 은행 및 증권주는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다. 장기 성장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AI 관련 반도체, IT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종은 큰 폭의 조정이 향후에는 재도약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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