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조직의 이너서클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입력 2023. 9. 25. 09:57 수정 2023. 9. 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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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회사의 이너 서클

오너 회사의 직속 조직인 비서실에서 근무하면 전사적 관점이란 말이 의미가 없다. 하는 일이 전부 전체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생산을 담당하다 비서실에 와서 생산만 주장할 수 없다. 전략에 부합하는 가를 살피고, 생산 이후에 영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부 역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 입장에서 판단을 해야만 한다. 이익은 당연하다. 이런 고민과 방안이 보고서와 결정에 없으면 CEO의 질책을 받게 된다.

회사를 옮겼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주인 없는 회사라고 한다. 무슨 주인 없는 회사? 이곳에 있는 모든 임직원이 주인이며, 우리를 믿고 투자한 주주가 주인이라고 했다. 이론 이야기 말고 현실을 보라며 생활하면 알게 된다고 한다. 두번째 많이 들은 말이 이너서클이다. 회사가 친목 모임도 아니고 무슨 이너서클이냐? 회사는 지속 성장하기 위해 한 마음이 되어 한 방향으로 성과를 내야하는 조직이라고 했더니 웃는다.

CEO 임기는 3년이고, 정권이 바뀌면 임기가 남았지만 눈치껏 그만둬야 한다. 지금까지 그랬고 이 고리는 자신들의 힘으로 끊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낙하산 CEO는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을 찾게 된다. 전임 CEO가 했던 일을 계승 발전하기 보다는 새로운 방향, 전략과 과제를 만들고 펼치기 위해 자기 사람으로 조직을 꾸민다. 자연스럽게 전 CEO와 현 CEO의 진영이 형성된다. 중요 직책자가 전원 교체된다. 심한 경우, 음지가 양지, 양지가 음지가 된다.

음지에서 지내다 중요 직책을 맡은 조직장이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환경, 시장, 고객을 읽고 선제적 방안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전임자의 폐단을 찾아 개선하는 일이다. 반발이 있으면 우리 편이 아닌 것이다.

음지로 간 조직장과 직원들은 무슨 생각, 어떤 행동을 하겠는가? 주어진 직책과 직무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이전의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생각뿐이다. 이런 생각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만나서 하는 행동은 반대를 위한 반대와 자신들의 재집권뿐이다.

조직의 이너서클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이너서클이 없는 회사나 기관은 없다. 중소기업은 혈연이라는 막강한 이너서클이 존재한다. 회사가 중견기업이 되면 혈연보다는 학연, 지연이 더 막강한 이너서클이 된다. 대기업이나 공기업과 정부조직은 기수와 조직 선후배가 이너서클의 요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기가 속한 모임의 이익을 위해 똘똘 뭉쳐야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안다. 비록 개인의 신념에 맞지 않더라도 모임이 정한 방향과 정책이라면 한 목소리를 낸다. 문제는 상대 모임을 이겨야 한다면, 상대의 방안이 옳다고 해도 반대를 하게 된다.

조직의 이너서클을 방지하거나 없애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살필 수 있다.

첫째, 조직이 지향하는 철학과 원칙을 문화로 가져가는 방안이다.

회사는 역량과 성과 중심으로 가겠다는 원칙을 내재화하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채용, 평가, 보상, 승진, 이동과 배치, 퇴직에 이르는 모든 결정이 철저하게 역량과 성과 중심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둘째, 이너서클의 요인에 대한 과감한 조치이다.

취업규칙, 입문교육부터 철저하게 학연 지연 혈연을 금한다는 규정과 학습을 통해 내재화하고, 이런 모임을 진행하면 그 모임의 장을 엄벌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 이것 쯤이야’ 하는 관용이 싹이 되어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된다. 뿌리를 깊게 심은 후에 뽑아 내기는 어렵다.

셋째, 사내 건전 모임의 활성화이다. 개선 활동, 독서 및 운동 동아리, 봉사 모임, 주니어 보드 모임 등 다양한 조직의 여러 직급자가 모여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전 직장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초등학생 대상의 학습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다. 수학을 가르쳤는데 1년 동안 매우 의미 있었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하여 기업 이미지를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는 곳이다. 조금 더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관계가 이익 집단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는 이러한 폐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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