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강력한 ‘태양 폭풍’ 예보…흑점 20년 만에 가장 많을 듯

곽노필 2023. 9. 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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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점 수 예상치 웃돌아…‘극대기’ 2025년 7월보다 앞당겨질 가능성
2023년 1월10일에 촬영한 태양. 왼쪽 위의 강력한 태양 플레어는 자기장 활동이 활발해졌음을 나타낸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오는 2025년 여름으로 예상된 태양 활동의 정점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져 이르면 내년 말에 정점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태양 활동은 약 11년을 주기로 극대기와 극소기를 반복하는데, 지금은 인류가 태양 활동 주기를 세기 시작한 이후 25번째 주기에 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해양대기청, 우주환경청과 함께 12명의 과학자들로 구성한 예측위원회는 2020년 9월 “태양 활동은 2019년 12월에 25번째 주기에 공식 돌입했으며 2025년 7월에 극대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그러나 몇년이 지난 지금 위원회의 공식 예측이 잘못됐음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태양 활동이 이미 예측치를 훨씬 넘어 지난 20년 이래 가장 활발한 상태에 이르렀으며, 이로 미뤄볼 때 애초 예상보다 몇달 앞선 내년 하반기에 태양 활동이 정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핀란드 오울루대 일리야 우소스킨 교수(물리학)는 사이언스에 “위원들이 태양 활동을 과소평가한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의 정지궤도 태양 관측 위성 SDO(Solar Dynamics Observatory)에서 촬영한 태양 흑점 수의 변화. 왼쪽은 2019년 12월의 태양 극소기, 오른쪽은 2014년 4월의 태양 극대기 사진이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이전 극대기보다 벌써 흑점 수 웃돌아

태양 활동의 정도는 흑점 수의 변화를 통해 파악한다. 활동이 활발할수록 흑점 수가 많아지고 활동이 침체할수록 흑점 수가 적어진다. 극소기엔 흑점과 함께 태양 플레어 발생 빈도도 적어진다. 흑점은 태양 플레어나 코로나 질량 방출(CME) 같은 폭발 현상의 진원지로, 이곳에서 발생한 강력한 자기장이 열 전달을 방해하는 탓에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인다.

태양 활동이 활발한 주기에는 극대기 흑점 수가 보통 200개 안팎까지 증가한다. 그러나 나사는 이번 주기에는 태양 활동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으로 보고 2025년 7월께 흑점 수가 115개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태양 활동은 예측과는 달리 진행됐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강해져 흑점 수가 올해 7월 159개에 이르렀다. 이는 이전 24번째 주기의 정점 시기에 나타났던 흑점 수 120개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태양 흑점 수는 8월에도 115개를 기록했다.

미국 밀러스빌대 타미타 스코프 교수(태양물리학)는 “이전 주기가 이례적으로 약했던 탓에 우리가 안일함에 빠졌던 듯하다”고 말했다.

태양활동 25주기 예측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리사 업튼 박사(물리학)는 예측이 실패한 이유로 캘리포니아 스탠퍼드에 있는 윌콕스태양관측소(WSO) 망원경의 관측 자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사이언스’에 말했다. 이 관측소는 태양의 극지 자기장 강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일부 학자들은 극자외선과 엑스선이 방출될 때 생기는 코로나 밝은점(백점)의 영향력 때문으로 본다. 두번의 태양 활동 주기에 걸친 변화 패턴을 보여주는 밝은점이 태양 활동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밝은점의 변화 패턴으로 볼 때 이번 주기엔 흑점이 2024년 초 184개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 통신망, 전력망 교란 가능성

태양 활동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는 태양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지구에 당도하는 태양 에너지 입자가 증가해 통신과 전력망, 항공기 운항 시스템, 우주선 등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22년 1월29일 강력한 태양 폭풍으로 스페이스엑스가 발사한 저궤도 우주인터넷위성 스타링크 49개 중 38개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태양 주기의 변화를 관찰하고 결정하는 것은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일종의 우주 기상예보 활동이다. 태양의 지자기 폭풍이 강해지면 극지방에서 발생하는 오로라도 강력해진다. 극대기는 오로라를 관측하는 최적의 시기다.

태양 흑점이 11년 주기로 증감을 반복하는 것은 태양의 자전 때문이다. 태양의 중심은 27일에 한 번, 극지는 이보다 더 느리게 자전한다. 태양이 고체가 아닌 플라스마 상태의 유체여서 극지보다 적도쪽 회전 속도가 빠르다. 이에 따라 나중엔 북극과 남극이 서로 바뀌는 ‘자기장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대략 11년마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 따라서 22년 후에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다.

태양 활동 주기는 18세기 중반 스위스 천문학자 루돌프 울프가 제안한 흑점 지수 계산법에 근거해 1755~1766년을 1주기로 명명하고, 이후 평균 11년마다 주기 숫자를 더해가고 있다. 2000년 이후 태양 극대기는 2001년과 2014년 두차례 있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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