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폭탄’ 이어 ‘셧다운’까지 미국發 쌍태풍…국내 증시 영향은?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긴축 기조 유지 천명에 국내 증시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폭풍우’가 미국에서 국내 증시를 향해 불어 닥칠 모양새다. 바로 미 연방 정부 ‘셧다운(shutdown·업무 일시 중단)’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주·공화 양당의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선 2024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다음 달 1일 0시(현지시간)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만 7일이 채 남지 않은 24일 오후(현지시간)까지 미국 민주·공화 양당 간의 관련 협상은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행 미국 정부 지출 관련 법들은 2023 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30일 효력이 만료되기 때문에 새 예산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새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내달 1일 오전 0시부터 연방정부 업무 일부가 일시 중단된다.
예산 법안 심의 권한을 쥔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야당) 내부의 극단적 강경론자들이 당 지도부와 이견을 빚고 있는 것이 셧다운 위기의 표면적 원인으로 꼽힌다. 당초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와 개략적인 예산안 규모에 뜻을 모았으나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대폭 삭감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지도부가 시간을 벌고자 한 달짜리 임시예산안(CR, continuing resolution)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필수인력을 제외한 연방 정부 근로자는 급여를 받지 못한 채 휴직 상태에 들어간다. 여기에 저소득층에 대한 식료품 보조금 지급 등 일부 사회복지 프로그램 집행에도 차질을 빚게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경제 전반의 소비지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정부 지출도 일시적으로 축소된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은 지난 50년간 20여 차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겪었다. 가장 최근의 셧다운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인 2018년 12월 시작해 역대 최장인 34일간 지속된 바 있다.
과거 셧다운 기간 미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때 셧다운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5% 넘게 급락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10월 16일간 이어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셧다운 때도 고점 대비 10% 하락했다.
월가 관계자들은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전체 매출의 20% 이상이 정부 지출에서 나오는 방위산업, 헬스케어 업종 종목에 투자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셧다운이 증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는 연방정부 운영 중단에 따른 주요 경제 지표 발표 지연·중단 가능성 때문이다. 연준이 거듭 강조하고 있는 노동 시장과 인플레이션 관련 경제 지표 발표가 늦어지면서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와 피벗(pivot·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더 멀어질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만약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한 달 이상 지속한다면, 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 ‘깜깜이’ 상태가 될 것”이라고 했고 미 경제매체 배런스는 “셧다운과 자동차 파업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연준이 전반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는 일, 피벗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셧다운 기간이 1주 연장될 때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씩 낮아질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WSJ은 “자동차 파업, 셧다운 가능성, 학자금 대출, 유가 등으로 미 경제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각각 그 자체로는 큰 해가 되지 않지만, 고금리로 경제가 이미 냉각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큰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 연준의 ‘매파적 동결’ 하방 압력을 받았던 국내 증시에도 셧다운 가능성은 분명한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코스피 지수는 연준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입장을 내놓자 일주일새 2.3% 하락했다. 환율과 금리가 상승하며 주가를 눌렀고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대규모로 4일 연속 순매도했다.
셧다운 일정이 추석과 한글날 연휴로 인해 국내 증시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장기간 휴장할 때 놓여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2년까지 23년간 추석 연휴 전 5거래일의 코스피 지수는 평균 0.3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연휴 징크스가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를 꼽는다. 국내 증시가 추석 연휴 장기간 멈춰 서는 동안 주요국 증시는 평상시와 똑같이 운영된다.
만에 하나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나스닥 시장 등에서 시장 급락을 유발하는 악재가 터지기라도 한다면 국내 증시에선 일절 대응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연휴가 끝난 뒤 꼼짝없이 갭하락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NH투자증권은 오는 25~27일 코스피 밴드를 2450~2570포인트 사이로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주식시장이 추석과 개천절 연휴로 4거래일간 휴장을 가질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은 관망세가 강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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