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으로’ 재외동포청 유치… ‘소신있게’ 정당현수막 철거[Leadership]

지건태 기자 입력 2023. 9. 25. 09:09 수정 2023. 9. 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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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 지역발전사업 잇단 성과 유정복 인천시장
재외동포청 유치전부터 ‘글로벌도시국’ 신설하는 자신감
유치 확정 후 일사천리 개소… ‘1000만 도시’ 구심점으로
지난 7월 지자체 최초로 ‘흉물’ 정당 현수막 강제철거
‘제물포 르네상스’로 도시활력… 중·동구 재개발 10여건도
유정복 인천시장이 22일 시청 집무실에서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 시장은 이날 한국행정학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리더십 대상’에서 ‘협력적 리더십상’을 수상했다. 박윤슬 기자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서울의 변방으로 치부되는 인천은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타 지역 출신이다. 산업화 물결에 일자리를 찾아 상경했던 이주자 중 상당수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인천에 안착했다. 그러다 보니 인천은 전국 특·광역시 중에서도 지역 토박이가 가장 적은 도시다. 그만큼 정주 의식이 낮은 편이다. 과거 경인국철과 고속도로를 따라 난립한 빌라촌은 난개발과 범죄의 온상이 되면서 누아르 영화의 단골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한때 ‘마계 도시’라 불릴 만큼 흉악범죄도 성행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인천의 위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더는 수도 서울의 변방이 아닌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관문 도시로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 중심에 유정복 인천시장이 있다. 그는 인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출신의 첫 민선 시장이다. 민선 6기(2014~2018년) 때는 ‘우리는 인천’이란 구호와 함께‘애인(愛仁)’이란 명칭을 브랜드화하더니 4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재임(민선 8기)해서는‘오직 인천, 오직 시민, 오직 미래’라는 확고한 바로미터를 가지고 미래를 주시한다.

◇모두가 안전하게, ‘원도심 부흥’=리턴매치로 치러진 지난해 민선 8기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시장은 전임 시장을 8만8365표(7.21%) 차로 따돌리고 인천시장으로 당당히 복귀했다. 앞서 민선 6기 때와 마찬가지로 유 시장의 1호 공약사업은 쇠퇴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제물포 르네상스’다. 공동화 현상마저 나타나는 원도심의 개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신도시와의 격차를 줄이고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제물포 르네상스는 대한민국 근대화를 견인한 인천항 내항을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에게 돌려주고 인천 원도심인 중·동구 일대를 사람과 재화가 모이는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프로젝트다. 해외 사례들을 봐도 20∼30년에 걸쳐 추진될 수밖에 없는 중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유 시장은 취임 후 6개월여 만에 제물포 르네상스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동구 일원에 올해 들어서만 10여 건의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될 만큼 이미 주변 원도심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10년 넘게 흉물로 방치된 경인전철 동인천 민자역사도 철거가 확정돼 내년부터 복합개발사업이 추진된다. ‘원도심 부흥’이란 시장의 확고한 의지가 수년간 답보 상태로 머물던 개발사업에도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동하며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아직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의 성과로 평가되기는 이르지만 최근 4년간 하위권에 머물던 인천시 안전지수도 최근 두 단계나 상승해 전국 8개 특·광역시 가운데 세종시 다음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 유 시장이 원도심 부흥을 위해 힘쓴 것은 민선 6기 때부터다. 당시에도 그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는 자전적 성격의 저서 ‘나그네는 길을 묻고 지도자는 길을 낸다’(2018년)에서 ‘인천의 원도심은 내게 늘 아픈 손가락이다’라며 원도심 부흥의 의지를 표명했다.

◇1000만 도시의 꿈, ‘재외동포청’=전 세계 193개국 732만 명에 달하는 재외동포의 구심점 역할을 할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는 유 시장의 최대 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 시장은 민선 8기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현 정부가 공약한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재외동포청 신설에 따른 정부조직개편안이 나오기 이전부터 유 시장은 해외 교민사회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선조가 마지막으로 봤을 고국 땅 인천에 재외동포청이 들어설 수 있게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천에서 세계한인회장대회를 개최해 64개국 330여 명 한인회장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또 50여 개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유치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문화·예술계와 학계,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지지 선언도 받아냈다. 우리나라 이민역사가 시작된 인천은 1902년 미국 하와이로 떠난 국내 이민자 102명을 태운 미국 상선 갤릭호가 출항한 곳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역사적 배경만으로 신설 정부기구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의 지역 안배와 정치권의 세력다툼에서 유치전에 뛰어든 타 도시와 비교해 인천이 절대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유 시장은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를 기정사실로 했다. 올 초 재외동포 지원업무를 담당할 글로벌도시국(3급)을 신설하고, 인천시 인구 300만을 포함해 전 세계 동포를 아우르는 1000만 도시를 선포했다. 신념이 가득한 자신감이다. 재외동포청은 지난 5월 8일 인천 유치가 확정 발표되고 한 달이 채 안 돼 6월 5일 인천 송도에 개소했다.

유 시장은 재외동포청 개소 후 직원들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그가 평소 즐겨 쓰던 건배 구호로 ‘진통제’를 선창했다. ‘진심으로 통하는 것이 제일이다’라는 뜻이다.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는 일찌감치 해외 이주민의 거점 도시를 구상해 온 유 시장의 진정성 있는 리더십의 결과물로 봐도 무관하다. 임기 초부터 줄곧 ‘1000만 도시’를 천명해 온 그는 글로벌 화교(華僑) 네트워크가 성장 동력이 된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인천도 전 세계 한인의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베스트(Best)보다 ‘온리원(Only One)’=정통 행정관료 출신에 뚝심이 뒷받침된 그의 리더십은 최근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정당 현수막’ 문제에서도 잘 나타났다. 인천시는 지난 7월부터 관내 기초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거리의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을 강제철거했다. 이를 위해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 관련 조례까지 개정했다. 행정안전부가 상위법에 위배된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대법원에 제소하고, 정치권에서도 강제철거는 정당 활동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유 시장은 시민의 안전과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보호가 먼저라며 집행을 강행했다. 이어 광주와 울산, 부산 등 타 지자체로도 확산하면서 최근 대법원은 행안부의 제소가 ‘이유 없다’며 인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을 위한 시정에 좌우 진영 논리나 정치적 계산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유 시장의 공직자로서의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에게 물어보고 싶거나 보고할 일,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일정을 잡으세요.” 민선 6기 확대간부회의 때 유 시장이 과장(4급) 이상 고위 공무원을 다그친 일화는 지금도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분 단위로 쪼개야 하는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그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특히 젊은 하위직 직원들과 격의 없는 자유토론을 통해 세대 간 시각차를 좁히고 새로운 가치관과 의견을 기탄없이 나누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베스트(Best)보다 온리원(Only One)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에게 항상 자긍심을 갖고 일해 달라고 당부하는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젊은 리더십의 소유자다.

■ 다음 목표는…

20년만에 국내 APEC회의
유치전 속 ‘인천개최’ 자신

2025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개최지 선정 공모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전이 뜨겁다.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두 번째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한 유정복 인천시장의 리더십이 또 한 번 시험무대에 오른 것이다.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는 올 연말 외교부가 공모해 내년 4월 확정된다.

유 시장은 앞서 민선 6기 때 ‘서인부대’라는 신조어를 퍼뜨리며 대한민국 도시 순위가 서울 다음으로 인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미국(G1)과 중국(G2)의 국가 순위가 매겨지듯 인천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부산을 앞질러 ‘서울-인천-부산-대구’ 순이 돼야 한다는 이유다. 실제 지난 2021년 GRDP는 인천(98.7조 원)이 부산(97.8조 원)을 앞섰다. 300만 명에 육박하는 인천의 인구도 곧 부산(330만 명)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 시장은 APEC 정상회의 개최는 인천이 부산을 앞질러 대한민국의 당당한 두 번째 경제도시가 되는 골든크로스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부산은 2005년에 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재외동포청 유치 과정에서 이미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 유 시장은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 유치에도 인천시민의 의지를 하나로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그는 지난해 말 국회와 시 의원, 기업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 110명으로 구성된 범시민유치위원회를 발족하고 최근에는 100만 서명운동까지 벌여 3개월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인천시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11만16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지난해 9월에는 지자체장으로는 처음 APEC 사무국이 있는 싱가포르까지 가서 사무총장을 만나 정상회의 개최 의지를 전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자신의 집무실 앞 벽면에 쓴 ‘공감하는 마음이 시정의 시작입니다’라는 글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유 시장은…

국회의원·장관·지자체장
모두 경험한 만능 엘리트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 송림동에서 태어나 송림초교와 선인중, 제물포고를 졸업한 지역 토박이다. 연세대 정치학과 학사 이후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육군 학사장교로 임관해 강원도 최전방에서 중위로 전역했다.

22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 실무를 시작으로 경기도 기획담당관과 김포군수를 지냈다. 36세로 전국 최연소 군수가 된 그는 이듬해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1995년)에서 무소속으로 민선 인천 서구청장에 당선돼 최연소 지방자치단체장 타이틀을 연이어 거머쥐었다. 이후 17, 18,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에서 행정자치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국토해양위원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안전행정부 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국회의원과 장관, 광역 지자체장을 모두 2회 이상 경험한 트리플 크라운 정치인이다. 기초지자체장인 군수·구청장·시장까지 모두 역임한 정치인은 그가 유일하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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