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상 첫 대선 TV토론…‘정치신인’ 케네디 vs ‘부통령’닉슨[역사 속의 This week]

김지은 기자 입력 2023. 9. 25. 09:06 수정 2023. 9. 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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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이 대통령 선거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60년 미국에서다.

현직 부통령으로 높은 인지도에 경험과 노련함을 앞세운 닉슨과 상원의원이던 43세의 정치 신인 케네디의 TV토론 대결은 결과가 뻔해 보였다.

총 4차례 열린 TV토론을 통해 정치적으로 무명이던 케네디는 자신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닉슨은 덕을 본 것이 없었다.

케네디와 닉슨의 대선 TV 토론회는 TV 매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며 미디어 정치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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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의 This week
1960년 9월 26일 미국 시카고 CBS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세계 최초로 진행된 대선 TV토론에 참석한 민주당 존 F 케네디(사진 왼쪽)와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 AP 연합뉴스

TV토론이 대통령 선거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60년 미국에서다.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과 민주당 존 F 케네디 후보가 맞붙었다. 현직 부통령으로 높은 인지도에 경험과 노련함을 앞세운 닉슨과 상원의원이던 43세의 정치 신인 케네디의 TV토론 대결은 결과가 뻔해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1960년 9월 26일 열린 사상 첫 TV 토론회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인 7000만 명이 시청했다. 화면에 비친 두 후보의 이미지는 뚜렷이 대비됐다. 젊고 건강해 보이는 구릿빛 피부에 여유롭고 밝은 표정의 케네디와 달리 초췌한 모습의 닉슨은 식은땀까지 흘리며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흑백 TV에서 짙은 색 옷을 입은 케네디의 모습은 부각됐으나 닉슨의 회색 양복은 스튜디오 배경색과 같이 묻혀 버렸다.

닉슨은 논리적으로 토론을 이어갔지만, 시종일관 케네디를 보면서 말을 해 시청자들은 그의 옆얼굴을 봐야 했다. 반면 케네디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미국은 훌륭한 나라지만 더 훌륭해질 수 있다. 미국은 강한 나라지만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총 4차례 열린 TV토론을 통해 정치적으로 무명이던 케네디는 자신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닉슨은 덕을 본 것이 없었다. 선거 결과 득표율 49.72%의 케네디가 49.55%의 닉슨을 불과 0.17%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됐다. 11만여 표 차 박빙의 승부였다.

흥미로운 것은 TV 시청자들은 케네디가 우세했다고 생각한 반면, 라디오 청취자들은 닉슨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는 사실이다. TV토론이 없었다면 케네디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케네디와 닉슨의 대선 TV 토론회는 TV 매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며 미디어 정치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제15대 대선부터 시작됐다.

미국은 1964년 재선에 도전한 린든 존슨 대통령과 TV 토론의 쓴맛을 본 닉슨이 1968년, 1972년 TV 토론회를 거부해 열리지 않다가 1976년 재개됐다. TV토론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1차 토론은 8400만 명이 지켜봤다. 토론 직후 CNN의 여론조사 결과 힐러리가 잘했다는 응답이 62% 대 27%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선거에서는 트럼프가 이겼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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