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재매각 앞두고 실적 부진… 3兆 몸값도 부담

진상훈 기자 2023. 9.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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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요인에 상반기 순이익 3060억원
자회사 매각분 제외하면 전년比 39% 감소
부동산 PF도 잠재적 위험 요인 거론
롯데손보 매각 시작했는데, ‘재수’도 힘들어
롯데카드 본사. /롯데카드 제공

최근 롯데손해보험이 매각 절차에 돌입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사모펀드(PEF)에 인수됐던 롯데카드 역시 조만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롯데카드 매각을 시도했지만, 몸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만 받은 채 뜻을 접었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새로운 회계 기준이 적용돼 장부상 수치로나마 순이익이 급증한 롯데손보에 비해 롯데카드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단기간에 실적을 반등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지주사나 PEF 등 M&A 시장 내 인수 후보자들은 업황이 악화된 카드사보다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 보험사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은 MBK파트너스가 몸값을 크게 낮추지 않을 경우 제 시기에 롯데카드를 되팔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 롯데손보 비해 매각 조건 불리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따라 매물로 나왔고, 비슷한 시기에 각각 PEF인 JKL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PEF는 회사를 인수한 후 보통 5년 정도가 지나면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에 나선다. 롯데손보에 이어 롯데카드도 최근 매각 시기를 다시 저울질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카드는 롯데손보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매각을 앞두고 있지만, 회사의 실적이 부진해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0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7% 급증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5월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를 매각한 데 따른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수치다. 자회사 매각분을 제외한 롯데카드의 순이익은 1079억원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39.1% 줄었다.

일반적으로 PEF 등 대주주가 회사를 팔 때는 인수 후보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각 시점에 맞춰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자회사 매각이나 구조조정, 투자한 물건에 대한 차익 실현 등을 통해 대부분 매각 시점이 되면 실적 개선에 공을 들인다.

최근 매각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간 롯데손보의 경우 올해 새로 도입된 회계 기준인 IFRS17에 맞춰 장기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최근 실적을 개선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65억원에 그쳤지만, 올 상반기는 1130억원으로 급증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롯데카드 제공

◇ 부동산 PF도 위험 요인

롯데카드의 최근 실적이 부진한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금융채권(여전채)의 금리가 올라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카드가 올해 애플페이를 도입해 카드업계 3위권까지 치고 나가는 등 경쟁도 심화돼 당장 인수 후보자가 욕심을 낼 만한 호재가 없다.

롯데카드가 매각을 앞두고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비단 실적뿐이 아니다. 전체 영업자산에서 8.5%의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PF 역시 최근 분양 시장 침체와 고금리로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재 카드사 중 부동산 PF 사업을 하는 곳은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단 2곳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조5686억원으로, 2901억원인 신한카드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대부분의 카드사는 본업인 수수료 수입과 카드론 사업 등에 집중하지만,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인수 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을 확대해 왔다.

다만, 롯데카드의 부동산 PF는 상당수 사업장이 수도권에 위치해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 등 다른 업무 권역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수도권 역시 분양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외면받는 카드사… “3조원 현실성 없어”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롯데카드의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들은 물론 PEF 등 여러 인수 후보자들이 모두 발을 빼면서 결국 매각에 실패한 채 해를 넘겼다.

당시 MBK파트너스가 제시했던 롯데카드의 매각 가격은 3조원이었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사와 PEF 등은 지나치게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롯데카드 인수에 손사래를 쳤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부진한 데다, 고금리로 업황마저 악화돼 몸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MBK파트너스의 고민이 깊어진 이유는 또 있다. 롯데카드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점쳐졌던 금융지주사들이 최근 잇따라 등을 돌리면서 인수전 흥행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비은행 계열사 인수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증권사는 좋은 매물이 나오면 추진하겠지만, 보험이나 카드사는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실적이나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3조원이라는 가격을 받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카드사 간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고금리도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돼 MBK파트너스가 오랜 기간 롯데카드를 보유하기도 힘든 상황이다”라며 “몸값을 크게 낮추는 수밖에는 탈출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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