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주5일제] “인력이탈 막을 불가피한 조치”…물류 적체·선도 저하 우려도

이민우 2023. 9.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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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가락시장에 주 5일제 시범 도입
올 11 ~ 12월·내년 3 ~ 4월 중
첫번째 토요일 우선 적용키로
도매권역 청과·수산부류 대상
“근무환경 개선해야 일손 유입”
산지, 취지 공감 속 피해 ‘촉각’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서 본격적인 주 5일제 시행을 위한 시범사업이 도입된다. 올 11월부터 월 1회씩 토요일에 휴장해 주 5일제 도입에 따른 실효성과 문제점 등 전반적인 영향을 파악하겠다는 구상이다. 열악한 근로환경 등으로 신규 인력 유입이 어렵다는 지적이 중도매인·하역노조를 중심으로 제기된 데 따른 후속 조치인데, 개장일 감축에 따른 출하자 피해가 예상돼 실제 도입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서울시의회에서 개최된 ‘도매시장 기능 지속 유지를 위한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방안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공사 “시장 기능 유지 위해 개장일 감축 필요”=21일 서울시의회에서 개최된 ‘도매시장 기능 지속 유지를 위한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방안 토론회’에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주 5일제 시범사업안을 발표하고 그에 따른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공사가 토론회에서 제시한 시범사업은 올 11∼12월과 2024년 3∼4월 첫번째 토요일에 휴업하는 방안이다. 현재 가락시장은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를 적용받아 1년간 4번의 정기 휴업일을 제외하고 주 6일 영업 체제를 유지 중이다. 발표에 나선 신장식 공사 현대화사업단장은 “하절기 등 성출하 시기(3개월)와 기존 휴업일이 포함된 시기를 제외했다”며 “기존 휴업일과의 간격 및 휴업 시기의 일관성을 고려해 해당 월 첫번째 토요일 휴업이 적합하다고 판단된다”고 휴무일 선정 이유를 밝혔다.

공사가 개장일 감축을 발표하게 된 데는 최근 몇년간 유통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어 현재 상황을 방치할 경우 시장 기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끼쳤다. 공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비중이 청과 중도매인은 49%, 하역노조는 48%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된 상황이다. 또 종사자 89%가 야간 근로에 노출돼 있고, 1주당 근로시간이 평균 58∼71.4시간에 이르는 등 근로환경이 열악해 신규 인력 유입이 사실상 멈췄다는 분석이다. 이에 근로환경 개선을 통해 세대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게 공사의 시각이다.

이번 시범사업의 적용 대상은 도매권역 청과·수산 부류다. 휴업일에는 경매를 전면 미실시하되 정가·수의 매매와 도매시장법인의 제3자 판매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올 11월말 정부에 의해 개장 예정인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과 연계하고 중도매인의 매잔품 판매 등 개별 영업 등을 통해 휴업일 시장 기능을 보완할 계획이다.

공사는 시범사업 시행에 따른 물량 변동과 가격 영향 등을 예측한 결과도 내놨다. 공사는 기존 가락시장의 1월1일, 설·추석, 하계 휴무 등 4대 정기 휴업일 직후 휴업 효과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휴업일 직후 가락시장의 물량은 휴업 직전 대비 15%가 늘었고, 단가도 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요일과 일요일 휴업 시에는 월요일과 목요일 농산물 반입량이 1만t을 초과했다가 토요일에는 6000t대로 떨어지는 등 물량 변동성이 높아 가격 불안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토요일과 일요일 휴업 때는 상대적으로 물량 변동성이 낮고 2일 연속 휴업으로 재고가 소진돼 월요일 시세가 높아지는 등 출하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신 단장은 “분석 결과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월 1회 휴무일을 늘려도 영향받는 품목이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출하 조절과 정가·수의 매매 등을 통해 산지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매인·하역노조 “신규 인력 유입 위해 주 5일 필수”…전문가 “산지 피해 우려”=공사의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중도매인과 하역노조 대표들이 나서 주 5일제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엄주헌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은 “도매시장 종사자의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청년층의 유입이 필수적이나 현재의 야간·장시간 근로환경에서는 청년들이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쪽에서는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인건비 상승은 곧 농산물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덕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 위원장도 “가락시장 물류를 전담하는 하역노조 또한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최악의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주 5일제 도입 등 근로환경 개선과 함께 근무일수 감축에 따른 임금 보전 대책 등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량 이직 사태가 발생해 가락시장 물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전문가와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개장일 감축으로 출하자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 농산물이 상온에서 유통되는 상황에서 토·일요일 이틀을 휴장할 경우 선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에 따라 주 5일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이 현실적이겠으나 고용을 늘려 순환근무를 하는 등 다른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소비지 시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농민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라며 “공사가 여러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개장일 축소에 따른 피해를 파악하고 보상해줄 수 있는 장치가 우선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지 출하자 “경매 중단에 따른 피해 우려 커”=한편 가락시장 주 5일제 시범사업이 1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알려지자 제주지역 등 겨울철에 농산물 출하가 집중된 산지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등 취지에는 공감하나 개장일 감축으로 경매가 중단될 경우 산지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산지에선 물량이 남아돌아 매년 산지 폐기에 나서는 등 문제가 생기는데 경매일수가 줄면 농산물 처리 문제가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며 “이같은 이유로 현재 제주지역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말 그대로 주 5일 근무에 따른 영향을 시험해본다는 측면에서 조건부 찬성했으나 시범사업 기간 중에라도 산지 출하에 문제가 생긴다면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좀더 폭넓은 산지 의견 수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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